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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서 고기·와인·치즈 제조

화이트보스 2019. 11. 19. 18:38



실험실서 고기·와인·치즈 제조… 실리콘밸리 '먹거리 혁신' 이끈다

입력 2017.05.10 03:00

[식생활 바꾸는 스타트업]

식물 단백질로 만든 햄버거 패티
로마네콩티 같은 최고급 와인도 10달러 내외로 만들 수도 있어
고기서 지방 등 나쁜 성분 제거, 온실가스 주범인 가축도 감소
대량 생산으로 빈부 격차 좁혀

AI 기반 써밋 스피드수학


강동철 특파원
강동철 특파원

지난 4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팰로앨토의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 '비나 엔노테카'의 점심시간. 지난 3월 내놓은 신메뉴가 인기를 끌고 있었다. 도축한 소의 고기가 아니라 실험실에서 제조하고 공장에서 일괄 생산한 쇠고기 패티를 이용해 만든 햄버거다. 패티를 만든 회사의 이름은 '임파서블(impossible·불가능한) 푸드', 이 햄버거의 이름은 '임파서블 버거'다.

16달러(약 1만8000원)짜리 햄버거를 먹어보니 일반 쇠고기 패티를 사용한 것과 별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육즙도 흥건하게 흘러나왔고, 질감 역시 고기 특유의 쫀득한 질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레스토랑 직원은 "고급 쇠고기보다 가격은 저렴하면서 품질은 비슷하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상당히 만족한다"며 "앞으로 도축한 고기 대신 공산품처럼 공장에서 찍어낸 고기를 쓰는 레스토랑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바이오,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해 온 실리콘밸리가 최근 '먹을거리' 분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기본 욕구인 의식주 가운데 식(食) 분야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실리콘밸리에서는 단순히 음식을 배달하고 주문하는 수준을 넘어 식자재 생산부터 조리까지 모든 영역에서 혁신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수천 년간 동일했던 식생활을 완전히 바꿔버리겠다는 것이다.

실험실에서는 고기, 와인 만들고, 스마트팜에서는 채소 키워내고

가장 활발한 실험이 일어나는 분야는 식자재 생산이다. 지금까지 인간은 농경지에서 가축을 기르고, 채소를 키워 식자재를 생산했다. 이렇게 키워낸 쌀·밀·배추 같은 식물과 소·돼지·닭고기 같은 육류는 공장에서 가공돼 소비자들의 식탁 위로 올라왔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최근 식자재 생산과 요리 배달 등 음식과 관련한 새로운 기술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왼쪽 사진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임파서블 푸드’가 인공 쇠고기로 패티를 넣어 만든 ‘임파서블 버거’. 보통의 햄버거와 비슷한 맛과 질감을 낸다. 오른쪽은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시험 운영 중인 음식 배달 로봇. 본체 안의 상자에 음식이 실려 배달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최근 식자재 생산과 요리 배달 등 음식과 관련한 새로운 기술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왼쪽 사진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임파서블 푸드’가 인공 쇠고기로 패티를 넣어 만든 ‘임파서블 버거’. 보통의 햄버거와 비슷한 맛과 질감을 낸다. 오른쪽은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시험 운영 중인 음식 배달 로봇. 본체 안의 상자에 음식이 실려 배달된다. /임파서블 푸드·마블.io

하지만 최근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은 이런 고정관념을 완전히 부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임파서블 푸드다. 이 회사는 식물로부터 추출한 단백질 원료를 기반으로 가축을 도살할 필요 없이 쇠고기 패티를 만든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콩고기 같은 '채식주의자용 고기'가 아니라 쇠고기의 맛과 향, 질감까지 분자 단위로 해체하고 이를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낸다.

임파서블 푸드의 창업자인 패트릭 브라운 최고경영자(CEO)는 스탠퍼드대 생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회사를 만들었다. 현재 이 회사는 미국 오클랜드에 매월 400만개 이상의 패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장을 설립했고,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팰로앨토 등의 레스토랑에 패티를 공급하고 있다. 임파서블 푸드 측은 "버거 패티만이 아니라 더욱 고급스러운 향과 질감, 맛을 가진 스테이크까지 인공 배양해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의 멤피스미트는 식물성 원료 없이 실험실에서 화학물질을 통해 닭고기와 오리고기를 배양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향후 쇠고기, 돼지고기 인공 배양도 시도한 뒤 향후에는 대형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인공 고기를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실리콘밸리의 먹거리 혁신 분야 주요 스타트업 정리 표

고기뿐만 아니라 와인이나 치즈 역시 인공 제조하는 스타트업들도 있다. 미국의 아바 와이너리는 시중에 판매 중인 와인의 성분을 분석해 맛과 향(아로마)을 추출한 뒤 이를 재조합해 생산하는 과정을 테스트 중이다. 상용화될 경우 로마네콩티 같은 최고급 와인을 10달러 내외의 가격에 살 수도 있게 된다.

식물의 경우 실험실 배양보다는 스마트팜 기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농작물이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하고, 스마트폰·태블릿PC로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해 투입 비용 대비 산출량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먹을거리 혁신으로 환경오염 줄이고 질병 문제도 해결

실리콘밸리가 먹을거리 혁신에 집중하는 이유는 단순히 수익성 향상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질병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主犯)으로 꼽히는 가축의 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소의 방귀나 트림은 주성분이 메탄인데, 메탄가스는 열을 붙잡아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효과를 초래한다. 소 한 마리가 매일 800∼1000L(리터)의 메탄을 내뿜는데, 전 세계 온실가스의 18%가 가축에서 나오는 메탄인 것으로 분석된다. 즉 가축 사육량을 줄일 경우 메탄가스의 배출량이 줄어들어, 온실효과를 줄일 수 있다.

임파서블 푸드 측은 가축 사육 대신 공장에서 쇠고기를 찍어낸다면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가스 배출량을 87% 줄일 수 있고, 고기 생산에 들어가는 물 소비량도 75%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고기에 필연적으로 포함돼 있는 지방은 성인병의 주범이기도 하다. 특히 쇠고기나 돼지고기의 지방은 체내에 쌓여 비만을 초래하고 고지혈증, 고혈압 같은 중병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배양한 고기는 지방의 양은 크게 줄이면서 고소하고 진한 맛 성분은 따로 넣어 맛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를 통해 건강에도 좋은 수퍼 푸드를 만들 어낸다면 생명 연장의 꿈에도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고기나 채소, 와인 등을 공장에서 공산품 찍어내듯 대량생산할 경우 그동안 식생활에 있어서 부자와 빈곤층 사이에 존재했던 격차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급 육(肉)으로 꼽히는 일본 고베산 흑우를 공장에서 생산한다면 누구나 비슷한 품질의 고기를 저가(低價)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10/201705100007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