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12.06 03:19 | 수정 2019.12.06 08:19
울산시장 '선거 공작'과 관련한 청와대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거나 당사자들에 의해 뒤집히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청와대는 4일 수사 첩보에 대해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아는 공무원으로부터 소셜미디어로 제보받은 것"이라고 했다. 일방적 제보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보자로 지목된 송병기 울산 부시장은 "행정관이 물어서 문자로 보내줬다"고 했다. 청와대가 먼저 요구했다는 것이다. 누구 말이 맞나. 검찰은 문제의 수사 첩보에 대해 "야당 시장 주변을 '이 잡듯 뒤졌다'고 할 정도로 상세하다"고 했다. 선거 공작에 관여한 사람이 더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는 송 부시장과 행정관 관계에 대해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나 알게 된 사이"라고 했다. 송 부시장은 이에 대해서도 "서울 친구 소개로 알게 됐다"고 했다. 청와대는 앞서 '백원우 별동대'로 불린 특감반원들이 울산에 내려가 수사 상황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고래 고기 사건 때문에 간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그런데 이들이 함께 방문했다는 울산 해경은 고래 고기 사건은 알지도 못하고 울산지검 간부들도 만난 적 없다고 했다. 청와대 말대로라면 특감반원이 아무 이유도 없이 자살했다는 얘기가 된다. 엉뚱한 '고래 고기'를 끌어들이더니 이제는 캠핑장에서 만나 첩보를 받았다고 한다. 시중에선 "캠핑장이 아니라 여당 선거 캠프를 잘못 말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한 가지 거짓을 덮으려면 열 가지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데 딱 그 경우다.

청와대가 경찰에 내려보낸 수사 첩보 문건 제목은 '지방자치단체장 김기현 비리 의혹'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중요하거나 정치적 사안도 아니어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경찰이 일방적으로 보고했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경찰은 "청와대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5일엔 청와대 소통수석이 나서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는 거짓을 사실처럼 발표하지 않는다"고 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민간인 사찰 폭로가 나오자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 "문재인 정부에는 사찰 유전자(DNA)가 없다"고 하던 일이 생각난다. 이제 청와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못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