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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장악하려는 친황계, ‘黃心’에 등 돌린 의원들

화이트보스 2019. 12. 27. 08:00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 비하인드 스토리

당 장악하려는 친황계, ‘黃心’에 등 돌린 의원들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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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 임기연장 불가 결정 전날 무슨 일이?
⊙ “황 대표는 ‘투톱’이라는 단어 불편해했다”
⊙ 황교안 측근들, 의원들에 “김선동 밀어달라” 전화 돌려 역효과
⊙ “황 대표, 5선보다 재선 원내대표 원했을 것”
⊙ 임명직 당직은 親黃 일색… 신임 여의도연구원장은 ‘서청원계’
⊙ 황 대표가 단식에 이어 무기한 농성 나선 진짜 이유는? 문재인과 황교안의 공통점
2019년 12월 9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황교안 대표(가운데)와 신임 심재철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김재원 신임 정책위의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대여(對與) 투쟁 정국에서 앞장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는 국회 부의장을 지낸 5선 심재철 의원이 당선됐다. 2019년 12월 9일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는 여느 때보다 급박하게 전개됐다. 1년간 투쟁에 앞장서온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2019년 12월 10일)가 5개월 남은 총선까지 연장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임기 종료를 일주일 앞둔 12월 3일 최고위원회의가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연장 불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튿날 나 원내대표가 이를 수용해 12월 9일 선거가 결정되자, 수많은 후보가 잇달아 출마를 선언하고 일부 후보는 출마를 철회하는 등 며칠 만에 원내대표 선거는 ‘번갯불에 콩 볶듯’ 치러졌다.
 
  최근 몇 년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는 대부분 친박(親박근혜)과 비박(非박근혜) 간 대결의 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달랐다. 친황(親황교안) 2인(김선동·유기준)과 비황(非황교안) 2인(심재철·강석호)이 나섰지만, 계파별 투표 행태는 나타나지 않았다. 4명의 후보가 모두 상대 계파의 러닝메이트를 선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박-비황계’인 심재철 의원이 2위 후보들보다 10표 이상 많은 득표로 당선되면서 “계파정치, 친황계라는 말은 이제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교안 대표가 원내 주도권을 잡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심 원내대표는 비박계이며, 국회 부의장을 지낸 5선으로 주관이 강한 인물로 불리는 만큼 한국당의 당대표-원내대표 ‘투톱 체제’는 앞으로도 험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황 대표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을까.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 막전막후를 살펴봤다.
 
 
  ‘임기연장 불가’ 통보 전날 무슨 일이?
 

2019년 12월 3일 청와대 앞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
  2019년 12월 3일 오후 청와대 앞 한국당 ‘투쟁텐트’에서 최고위원회의가 열렸다. 회의가 끝난 후 박완수 사무총장은 텐트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을 향해 “나 원내대표의 임기연장 여부에 대한 최고위의 심의가 있었다”며 “(나 원내대표) 임기연장을 하지 않기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황 대표도 “원칙대로 임기가 끝났다”며 “경선하겠다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최고위의 구성원인 나 원내대표는 회의에 참석했다 곧 다시 나왔고, 심의·의결은 나 원내대표 퇴장 후 이뤄졌다.
 
  이후 당내에서 “원내대표 임기연장 여부를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하는 것은 당규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규를 꼼꼼히 훑어보면 당대표가 인사권을 갖는 것은 ‘사무총장이나 공천관리위원장 등 최고위원회의의 협의나 의결을 요하는 당직자’다. 원내대표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표는 의원총회의 소집,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할 권한은 있지만, 원내대표의 선발이나 활동, 임기에 대한 관여 권한은 명시돼 있지 않다. 나 전 원내대표가 충분히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있다. 더구나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2월 4일 자신의 재신임을 묻는 의원총회를 소집한다는 문자를 의원들에게 보낸 상태였다. 그러나 나 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의 결정을 수용한다”고 했다. 최고위원회의의 결정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는 반응이다.
 
  한국당 한 고위 당직자의 얘기다.
 
  “황 대표가 단식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당무에 복귀한 날이 12월 2일입니다. 8일간의 단식이 끝나고 일주일여 만에 당무에 복귀해 산적한 과제가 많은 상황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황 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아직 임기 만료(12월 10일)까지 시간이 있으니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자고 부탁했는데 나 원내대표가 그 말을 듣고도 4일 의원총회를 소집한다는 문자를 의원들에게 보낸 겁니다. 황 대표 입장에서는 하극상(下剋上)으로 느낄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런 와중에 3일 오전 강석호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다고 선언했으니, 황 대표는 원칙대로 경선을 치르는 게 제일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또 다른 고위 당직자는 “문자 문제도 있었지만 나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사태 참여 의원에 대한 공천 가산점 문제나 정기국회 필리버스터 신청 등을 최고위원회의나 당대표와 상의 없이 결정하면서 황 대표의 심기가 불편해진 상태”라고 했다. 그는 “황 대표와 그 측근들은 언론의 ‘투톱(two top) 체제’라는 말을 불편해했다”며 “황 대표 측근 중 한 명이 ‘엄연히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위치와 역할이 다른데 투톱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는 얘기를 종종 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당규
 
  원내대표에 대해 명시한 당규 제4장 17절(원내대표)에 따르면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로서 국회 운영에 관한 책임과 최고 권한을 갖고 의원총회에서 선출된다. 임기는 1년이며 국회의원 잔여 임기가 6개월 이내일 때는 의원총회 결정에 따라 의원 임기 만료까지 원내대표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 권한은 ▲의원총회 및 원내대책위원회의 주재 ▲소속 국회의원의 상임위원회 등에 대한 배정 ▲원내수석부대표 및 원내부대표의 추천과 임명 ▲정책위원회 부의장, 정책조정위원장 및 부위원장, 위원의 임명 ▲기타 국회 운영에 필요한 사항의 처리 등이다.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은 당규 제3장 5절 32조(최고위원회의)에 다음과 같이 명시돼 있다.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 소집 요구 ▲의원총회 소집 요구 ▲사무총장 등 최고위원회의의 협의를 요하는 당직자 임명에 대한 협의 ▲공천관리위원장 등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요하는 당직자 임면에 대한 의결 ▲국회의원 후보자 등 공직 후보자의 의결 ▲당 예산 및 결산과 회계감사에 대한 의결 ▲전국위원회 또는 의원총회가 회부하는 사항의 심의·의결 ▲기타 당무운영에 관한 주요사항의 처리, 심의 및 의결 ▲기타 주요 당무에 관한 심의·의결이다.
 
  4파전과 ‘黃心’ 논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의원들. 왼쪽부터 유기준, 심재철, 강석호, 김선동 의원.
  나 원내대표의 임기연장이 무산되면서 많은 의원이 후보군에 올랐다. 일찌감치 출마 선언을 한 강석호 의원에 이어 심재철(5선)·유기준(4선)·윤상현(3선)·홍철호(재선) 의원이 잇달아 출마 의사를 밝혔고, 4선 주호영 의원도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친박 색채가 강한 윤상현 의원이 친황계의 대표주자로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6일 재선 김선동 의원이 초재선 의원들의 권유로 나서면서 윤 의원은 “당에 승리를 바칠 준비와 자신이 있었지만, 위기에 빠진 당을 살려보겠다는 초·재선 의원들의 혁신 의지와 요청을 듣고 그 물꼬를 위해 양보하기로 했다”며 출마를 철회했다. 윤 의원의 발언은 ‘황심(黃心·황교안의 뜻)=김선동’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했다.
 
  4명의 후보가 확정된 후 표면적으로는 친황계 2인, 비황계 2인의 대결로 보였지만 ‘실제 황심은 어디냐’라는 의원들의 의문이 이어졌다. 비황계 후보 2인(심재철·강석호)의 러닝메이트가 과거 친박계 색채가 매우 짙은 인물들(김재원·이장우)이었기 때문이다.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의 얘기다. “원내대표 후보 중 친황계는 두 명이지만 비황계 두 명의 러닝메이트(정책위의장)가 친박, 즉 친황계이다 보니 모두 황 대표와 친분을 강조하며 ‘황심은 우리’라고 주장하고, ‘경쟁자가 황심을 팔고 있다’는 비방도 나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황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은 사람이든 황 대표를 견제하고 싶은 사람이든 어디에 투표해야 할지 헷갈렸던 겁니다. 이번 선거는 그래서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와중에 황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K의원과 P의원이 일부 의원에게 “김선동 의원을 밀어달라”고 선거일(12월 9일) 직전 주말에 전화를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당 한 재선 의원은 “나를 포함해 K의원과 P의원에게서 전화를 받은 의원이 꽤 있다”며 “황심이 누구인지 잘 몰랐던 의원들도 그 전화로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전화를 받은 의원 상당수가 그 전화 때문에 불쾌해했던 것으로 안다”며 “K의원과 P의원의 전화는 역효과를 가져온 셈”이라고 말했다.
 
 
  원내대표에 5선보다 재선?
 
  친황계가 김선동 의원을 원내대표에 당선시키려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선동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정무비서관이었다. 박근혜 청와대 출신에 대한 믿음이 강한 황 대표에겐 ‘믿을 만한 인물’이고, 또 후보 중에서 선수(選數)가 가장 낮다.
 
  한 고위 당직자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원내투쟁을 앞장서서 이끌어가고 언론의 주목을 한몸에 받으며 친황계의 심기가 불편했던 것으로 안다”며 “기껏 나경원 의원이 물러났는데 5선에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심재철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대여 투쟁의 주도권이 심 의원에게 집중될 우려가 있다고 봤을 것”이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정치적 체급이 낮은 김선동 의원이 당선되면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역할 분배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의원들이 친황계가 김 의원을 미는 데 반감을 가진 이유도 이와 대동소이하다. 여당을 상대로 협상력을 가지려면 강력한 원내대표를 세워야 하는데, 당대표가 자신이 다루기 쉬운 인물을 원한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물론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호흡이 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내대표는 원내 투쟁력과 협상력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라며 “재선 의원이 원내대표를 하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상임위원장도 해보지 않은 재선 의원이 원내대표를 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임명직 당직 친황계 일색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19년 12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린 ‘패스트트랙 법안 날치기 상정 저지 규탄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황 대표는 최근 사무총장에 자신이 창원지검 근무 시절 창원시장으로 재직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박완수 의원을 임명했다. 전략기획부총장에도 친황계로 불리는 송언석 의원을 임명해 당을 ‘친황 체제’로 만들었다는 시선을 받는 가운데,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에는 친박 색채가 강한 인물을 임명했다.
 
  당 지도부에 쓴소리를 하며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이 해임된 후 원장에 임명된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의 계파나 성향이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성 교수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성 교수는 사단법인 미래전략개발연구소 소장이다.
 
  미래전략개발연구소는 여의도 국회 인근의 한 빌딩에 위치한 정책연구소로, 정치권에서는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 의원의 사조직으로 불린다. 서 의원이 2010년대 초반 박근혜 대통령 집권을 위해 정책과 공약을 연구할 목적으로 만든 연구소다. 성 원장은 대선 직전인 2012년 11월 국회도서관에서 ‘시대정신과 여성대통령’이라는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주최하기도 했다. 이 행사에는 서청원 의원을 비롯해 친박계 의원들이 참석했다. 이 연구소의 부소장 김모씨는 최근 황교안 대표의 상근특별보좌역으로 임명받았고, 최근 출범한 총선기획단에도 포함됐다. 연구소 자체가 ‘친박-친황계 조직’이라는 의미다. 이 연구소의 소장과 부소장이 여의도연구원장과 총선기획단원으로 들어온 것이다.
 
  비황계에서는 “이대로 가면 공천관리위원회 구성도 불안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당은 “공천 혁신을 위해 공천관리위원장(공관위) 국민 추천을 받겠다”며 2019년 12월 5~14일 열흘간 온라인으로 추천을 받았다. 그러나 공관위 구성에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비박-비황계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 시절 새누리당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주도한 ‘친박 공천’의 악몽을 되새길 수밖에 없다.
 
  최고위원회의는 사실상 친황계가 장악한 상태다. 당연직 최고위원인 대표, 사무총장(박완수), 사무부총장(송언석), 정책위의장(김재원)은 모두 친황계로 불린다. 선출직 및 지명직 최고위원들은 이미 황 대표와 1년 가까이 손발을 맞춰왔다. 나경원 원내대표 연임 불가 결정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원내대표 연임 여부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하는 것은 당규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 최고위원이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2016년 총선 공천 때는 김무성 대표 등 비박계와 서청원·이인제 최고위원 등 친박계가 충돌하는 양상이었지만, 2020년 총선 공천에서는 최고위원회의 내에서 충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삭발-단식에 이어 무기한 농성 왜?
 
2019년 12월 12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
  황교안 대표가 단식에 이어 국회 내 무기한 농성을 선언한 것이 원내대표 선거 전후로 흔들리는 리더십을 다잡기 위한 퍼포먼스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당 한 의원은 “대표와 원내대표가 불화가 있어도 한국 정당 체제하에선 결국 대표가 유리하고, 총선을 앞둔 국면에선 더 그렇다”고 했다. 2015년 새정치국민회의 이종걸 원내대표는 문재인 당대표와 인사 등과 관련해 극심한 불화를 겪었고, 당무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문 대표는 대립의 원인이던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강행했다. 문 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문재인 키즈’로 불리는 인재들을 직접 영입하는 등 공천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문재인 대표는 초선에 불과했지만 친노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고, 이는 곧 친문계로 이어졌다. 황교안 대표 역시 현역 의원이 아니지만 친박계 지지를 받아 대표직에 올랐고, 친박계가 친황계로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행보와 유사하다.
 
  즉 당대표가 인사권 등 당을 장악할 수 있는 강력한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당이 국회에서 성과를 보이고 민심을 끌어들이지 못하면 선거에서 승리하기는 어렵다. 한국당 원내대표는 2017년부터 김성태-나경원-심재철까지 비박계가 이어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원죄 때문에 의원들의 표심이 쉽게 친박계를 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황 대표는 강력한 투쟁력과 리더십, 대권 주자로서 상징성을 보이지 않으면 총선 국면에서 당을 이끌어가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 황 대표의 단식과 무기한 농성을 가져왔다. 한 당직자는 “황 대표가 대표직에 오른 지 1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도 하고, 삭발에 단식까지 하는 것은 그만큼 리더십이 절박하다는 것”이라며 “더 강력한 이벤트를 계속 찾을 것 같아 솔직히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황교안이 나경원을 밀어낸 이유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게서 대권 의지가 보여 황교안 대표와 측근들이 이를 끊임없이 견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당직자의 얘기다.
 
  “과거 유승민 원내대표도 ‘발톱’(註·대권 의지)을 너무 일찍 드러내 박근혜 대통령의 눈 밖에 난 적이 있지 않습니까. 유 의원 측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친박계는 모두 그렇게 생각했죠.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도 정도는 다르지만 유사한 기싸움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차이점은 나경원 원내대표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따라갈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겁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순순히 최고위원회의의 통보를 수용한 것도 원내대표를 지내면서 느낀 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나 원내대표는 격렬한 대여 투쟁은 힘들어하지 않았지만 당내 지지세력에 대해서는 존재가 약해 많이 힘들어한 것으로 압니다.”
 
  전직 한국당 원내대표가 기자에게 한 얘기다.
 
  “보수의 문제는 진보나 좌파와 달리 ‘내 편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가 없다는 점입니다. ‘조국 사태’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조국이 어떤 일을 했든 다 편들어주고 변명하고 나서지 않았습니까. 우파는 그런 게 부족해요. 물론 잘못한 걸 잘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똘똘 뭉쳐야 힘도 생기고 정권도 가져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진보는 부패로 망하고 보수가 분열로 망할 지경입니다. 대선 후보로 여러 명이 있으면 좋은 것 아닙니까. 왜 다들 견제에 바쁜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원내대표란?
 
  소속 정당의 국회의원들을 대표하며 다른 당과 교섭 및 합의를 책임지는 ‘원내대표’라는 직책명은 미국과 영국의 정당제도에 있는 ‘whip’을 번역한 것이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분리하지 않고 당대표 겸 원내대표(majority leader)가 있으며 그 아래 원내 업무를 책임지는 whip이 있다. 한국 국회에서는 whip을 ‘실무자’라는 의미에서 ‘원내총무’로 번역했고, 2003년까지 원내총무라는 명칭이 존재했다. 2000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정당정치는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 시대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고, 제왕적 정당 체제가 유지돼온 만큼 총재(지금의 당대표)의 위상이 강했고, 원내총무는 원내에서만 활동하는 역할로 인식돼왔다.
 
  2003년 초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이 개혁안의 일환으로 원내총무를 원내대표로 격상시키고 권한을 강화했다. 원내 정당화를 추진하면서 중앙당은 축소하고 국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원내대표 선거를 치르지 못한 상태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탈당하고 열린우리당이 창당하면서 ‘최초의 원내대표’ 타이틀은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원이 갖게 됐다. 이후 2004년 한나라당도 원내 정당화를 표방하며 원내대표 명칭을 도입해 김덕룡 의원이 첫 원내대표가 됐다. 이후 모든 당이 이 명칭을 따르게 됐다.
 
  원내대표는 당 서열 2위로, 당대표 부재 시 권한대행을 맡는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당이 비대위 체제로 돌입하면서 비대위원장으로 사실상 당대표직을 수행했다. 2018년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홍준표 당대표가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한 후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당을 이끌었다.
 
  특히 당대표가 원외(院外)인 경우에는 원내대표가 당대표에 맞먹는 위상과 권한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바른미래당 손학규 의원은 원외여서 더불어민주당과 직접 교섭할 기회가 거의 없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거대 야당임에도 불구하고 선거법과 공수처 설치법 등 당의 미래와 관련된 이슈에 당대표가 직접 개입할 수 없는 만큼 ‘투톱 체제’가 성공하기는 쉽지 않은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