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 10배에 낙찰된 무인도 '까치섬'.. 섬테크를 아시나요
고성민 기자 입력 2020.02.13. 10:35
부동산 경매 시장에는 무인도가 가끔 경매 물건으로 나온다. 자체 개발은 쉽지 않지만, 자신만의 섬 소유를 꿈꾸거나 장기적 관점으로 ‘섬테크(섬+재테크)’를 노린 투자자들이 꽤 참여한다. 무인도라 지상에 특별한 지장물이 없어 명도 분쟁 걱정에선 자유롭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 감정가의 10배 이상에 낙찰된 섬이 있어 화제가 됐다.
13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남 신안군 증도면에 있는 무인도 ‘까치섬’이 1억5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959만원의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총 19명이 응찰해 한 개인이 낙찰받았다.
까치섬 면적은 2284㎡(약 691평)로 전체 토지가 경매에 부쳐졌다. 지난해 10월 한 개인이 7000만원에 낙찰받았다가 대금 미납으로 다시 경매에 나왔고, 이번엔 더 비싸게 낙찰됐다. 까치섬은 마을이 형성된 신안 증도에서 직선거리로 약 200m 떨어져 있다.
경매 물건이 감정가의 10배가 넘게 낙찰되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까치섬 주변이 펜션과 리조트, 수상레저가 활성화된 관광단지여서 이곳을 수상 레저스포츠 용도로 개발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과거에도 경매에 나온 무인도가 고가에 낙찰된 사례는 여럿 있었다. 희귀 물건이라 거래가 자주 이뤄지지는 않았다. 2015년 전남 진도군 조도면 ‘갈도’는 전체 3만5108㎡(약 1만620평) 면적의 절반을 소유한 투자자 지분이 경매에 나와 감정가의 228%인 1080만원에 낙찰됐다.
2011년에는 경남 남해군 ‘아랫돌섬’ 9818㎡(약 2970평)가 감정가 696%인 6150만원에 팔렸다. 2010년 진도군 진도읍 ‘작도도’ 7만1737㎡(약 2만1700평)는 감정가 131%인 17억원에 낙찰됐다.
물론 매번 고가에 팔린 것은 아니다. 충남 태안군 근흥면 ‘목개도’는 전체 토지 3만5995㎡(약 1만888평)가 경매에 부쳐져 수차례 유찰된 끝에 겨우 주인을 찾았다. 2013년 8월, 감정가 6억1191만원의 41%에 불과한 2억5110만원에 매각됐다. 응찰자도 단 한 명이었다.
무인도에 투자할 땐 섬이 어떤 유형으로 지정돼 있는지 가장 먼저 살펴야 한다. 무인도는 무인도서법에 따라 △절대보전 △준보전 △이용가능 △개발가능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 관리유형을 먼저 따져보고, 이후 토지 용도별 규제를 살펴야 한다.
절대보전은 보전 가치가 매우 높은 곳으로 건물 신·증축이 불가능하고 출입도 제한된다. 섬주인이더라도 ‘내 섬’에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다. 준보전은 건물 신·증축이 불가능하지만 스노클링이나 스쿠버다이빙, 트래킹 등 일부 레저 용도 이용과 출입이 허용된다. 이용가능은 건물 신·증축이 불가능하지만, 각종 레저활동을 포함해 야영도 할 수 있다. 개발가능은 특별한 제한이 없어 정부 승인을 받은 뒤 개발할 수 있다.
이번에 낙찰된 까치섬(낙찰가율 1095%)은 해양수산부 무인도서에 등록돼있지 않다. 해수부 관계자는 "매년 무인도서 등록을 늘려가고 있지만, 국내 무인도가 워낙 많아 아직 등록이 안 된 섬이 있다"며 "이런 경우 무인도서법에 따른 규제는 받지 않는다"고 했다. 국토계획법상 까치섬의 토지 용도는 보전관리지역·준보전산지다. 건물 신축이 가능한 땅이다. 다만 추후 무인도서에 등록될 경우 다른 규제를 받을 가능성은 있다.
앞서 낙찰된 갈도(228%)는 준보전, 아랫돌섬(696%)은 이용가능, 작도도(131%)는 개발가능 유형으로 각각 무인도서로 등록돼 있다. 목개도(41%)는 준보전 유형인데, 태안해안국립공원에 포함돼 자연공원법 추가 규제를 받는 것이 응찰자 관심을 떨어뜨렸다. 안흥항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이 필수코스로 지나갈 만큼 경관이 뛰어나지만, 육지에서 4~5km 떨어져 준보전 유형에 허용된 트래킹·스쿠버다이빙 등 레저로 활용하기엔 교통이 불편했다.
해양수산부 무인도서 통계에 따르면 국내 무인도는 총 2878개다. 유인도(470개)보다 무인도가 훨씬 많다. 국가 소유 무인도는 1327개(46.1%), 사유지는 1271개(44.2%), 이외 공유지나 복수 소유 무인도가 280개(9.7%)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1746개(60.7%)로 가장 많다. 이어 경남(484개·16.8%), 충남(236개·8.2%)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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