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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에도 쓰레기산 생길 뻔...폐기물 4100t 불법 투기 일당 4명 구속

화이트보스 2020. 2. 17. 16:17



경북 칠곡에도 쓰레기산 생길 뻔...폐기물 4100t 불법 투기 일당 4명 구속

입력 2020.02.17 14:52

경찰, 불법 쓰레기 투기 4명 구속… 40여 명 수사 중
"칠곡 外 의성·경주·성주, 전남 함평 등에 총 1만 1000t 투기"
t당 5만원 받고 쓰레기 불법 투기… 최소 5억 이상 수입
단속 인력 태부족… 시민단체가 현장 적발·추적

4000여t에 달하는 산업폐기물을 경북 칠곡의 빈 공장에 불법 투기해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중 일부는 지난해 미국 CNN 등을 통해 보도돼 국제적인 망신을 산 ‘의성 쓰레기산’ 조성에도 한몫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6일 경북 칠곡군 한 공장에 불법으로 쌓인 폐기물을 한국녹색환경협회 관계자가 가리키고 있다. 이 공장에 쌓인 무게만 4100t 가량이다./칠곡=이승규 기자
지난 6일 경북 칠곡군 한 공장에 불법으로 쌓인 폐기물을 한국녹색환경협회 관계자가 가리키고 있다. 이 공장에 쌓인 무게만 4100t 가량이다./칠곡=이승규 기자
17일 본지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칠곡경찰서는 지난달 24일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던 쓰레기 브로커 등 4명을 불법 투기 혐의로 구속 송치하고 관련자 40여 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들은 지난달 2일 경북 칠곡군의 한 공장에 4100t가량의 쓰레기를 밀반입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칠곡군 관계자는 "쓰레기 반입 창고의 면적은 약 1만 2562㎡(약 3800평)으로서, 범인들이 초기 단계에서 잡히지 않았다면 약 20여 만t의 쓰레기를 쌓을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쓰레기산 하나를 막은 격"이라고 했다. 지난해 3월 미국 CNN 방송에 보도되면서 불법 폐기물 문제의 상징이 된 경북 의성의 쓰레기산에 있던 폐기물이 약 17만 3000t임을 감안한다면 이보다 더 큰 쓰레기 더미가 경북에 한 곳 더 생길 수 있었다는 얘기다.

지난달 17일 오전 경북 의성군 단밀면에 있는 쓰레기 산에서 포클레인들이 삽질할 때마다 뿌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유기물이 썩으면서 생기는 메탄가스와 수증기 등이 섞여 나오는 것이다. 이곳에는 폐기물 11만t이 3층 건물 높이만큼 쌓여 있다./의성=고운호 기자
지난달 17일 오전 경북 의성군 단밀면에 있는 쓰레기 산에서 포클레인들이 삽질할 때마다 뿌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유기물이 썩으면서 생기는 메탄가스와 수증기 등이 섞여 나오는 것이다. 이곳에는 폐기물 11만t이 3층 건물 높이만큼 쌓여 있다./의성=고운호 기자
이들 중 일부는 칠곡뿐 아니라 의성을 포함해 전국을 무대로 쓰레기를 버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도내의 피해 지역은 의성·경주·성주 등 4곳 이상이며, 경남 진주와 전남 함평 등 확인된 피해 사례만 총 1만 1000t 이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가 정상적으로 쓰레기를 처리할 경우 1t당 약 25만~35만원을 내야 하지만 브로커를 통하면 약 5만원대에 처리할 수 있어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브로커들은 쓰레기를 재활용품과 소각·매립 대상 등으로 분류하지 않고 빈 공장 등지에 버리면서 단가를 줄인다. 이들이 최소 1만 1000t을 쓰레기를 불법 투기해 최소 5억 5000만원을 번 것으로 추산된다. 돈은 폐기물 적재 현장에서 현찰로 지급하는 방식이며, 폐기물을 운반하는 화물 기사로 불법체류자를 쓰는 경우가 있어 추적도 어렵다고 한다.

이번 검거는 민·관의 협력으로 이뤄졌다. 현장을 최초로 목격한 주역은 환경단체인 ‘한국녹색환경협회’였다. 지난달 1일 협회 관계자는 지인을 만나고 돌아오던 길에 공장 안으로 드나드는 화물차를 목격했다.

지난 6일 경북 칠곡군 한 공장에 불법으로 쌓인 폐기물들. 이 공장에 쌓인 무게만 4100t 가량이다./칠곡=이승규 기자
지난 6일 경북 칠곡군 한 공장에 불법으로 쌓인 폐기물들. 이 공장에 쌓인 무게만 4100t 가량이다./칠곡=이승규 기자
이 관계자는 "늦은 밤 빈 공장에 몰래 들어가는 화물차가 의심스러웠다"면서 "다음날 이 화물차를 뒤따라 들어가 창고 안을 보여달라고 하자 거부하는 걸 보고 불법 투기를 확신해 경찰과 군청에 신고했다"고 했다.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투기업자들을 잡은 뒤 추가 수사를 통해 사건 관련자 수십 명을 밝혀냈다.

지난해 12월 기준 경북도 내 불법 폐기물 발생량은 약 36만 587t이다. 전년도보다 5만t 이상 증가했다. 도는 지난 10일까지 9만 3000t 가량의 폐기물을 행정대집행 등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폐기물 투기를 막기엔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폐기물을 관리·감독하는 주무부처인 환경부 산하의 특별사법경찰관은 총 69명이다. 대구지방환경청에는 4명이 배속돼 대구시와 경북도 전체의 환경 관련 범죄 수사를 맡고 있다. 불법 투기가 적발된 칠곡군만해도 8개 읍면 1000여 곳의 폐기물 관련 시설을 3명의 환경과 공무원이 감독하고 있다. 쓰레기 적발을 시민 단체가 주도한 이유다.

한국녹색환경협회 측은 지난해 5월부터 경북도내 불법 폐기물 투기 현장을 적발·추적해왔다. 구본호 회장은 "공장을 운영하던 지인이 불법 폐기물 처리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것을 보고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감시 인력이 없는 맹점을 불법 투기자들이 이용하는 만큼 민·관 협력과 높은 강도의 처벌이 절실하다"고 했다.

환경부는 오는 5월부터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시행해 불법 투기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방침이다. 불법처리로 얻은 이익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과 원상처리 비용까지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이재영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폐기물 문제는 처리 시설 부족과 종사자 감소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한 것"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폐기물이 늘어나는만큼 맞춤형 정책의 도입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7/202002170224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