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 강희정 통신원 제공 |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 시내 중심에는 쓰레기 소각장이 자리하고 있다. 흉물스러운 외관에 역한 냄새를 풍길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예상과는 정반대다.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은 빈 관광청 웹사이트에도 빈에서 가볼만한 곳으로 나와 있으며, 실제로 연간 50만~60만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방문한다. 쓰레기 소각장이 관광명소가 된 이유는 이곳이 환경 친화적인 데다가 예술과도 결합된 곳이기 때문이다.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은 1971년, 소각장에서 2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빈 일반 병원의 난방과 에어컨 시설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하기 위해 건립됐다. 그러나 운행 중 과열로 1987년 대형 화재가 발생했고 사실상 소각장으로써의 기능을 잃었다.
그래서 현실적인 해결책은 소각장의 재건쪽이 되었다. 당시 빈의 시장이었던 헬뮤트 질크는 다이옥신과 악취가 전혀 발생하지 않도록 재건에 최첨단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또 시민들이 (수치를) 감시할 수 있도록 전광판을 설치하고, 쓰레기 소각으로 발생하는 모든 에너지를 시민들에게 공급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건축 설계를 작가에게 맡겨 소각장을 예술 작품으로 만들겠다고까지 공약하면서 시민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예술 작품 같은 쓰레기 소각장을 만들기 위해 헬뮤트 시장은 오스트리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예술가이자 건축가인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를 찾아갔다. 환경 운동가였던 훈데르트바서 역시 쓰레기 소각장이 도시 한 가운데에 있는 것을 반대하였으나 시장의 설득으로 소각장의 재건축이 현실적인 해결책라는 것을 인식하고 디자인 작업에 참여하게 된다.
이런 노력끝에 1992년 다시 재건된 소각장은 기술, 환경, 예술 등이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이 되어 슈테판 성당, 관람차와 더불어 빈의 새 랜드마크가 되었다.
현재 소각장은 연간 25만톤의 쓰레기를 태우면서 빈의 6만가구 난방에 이용되지만 공해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고 있다. 소각장 굴뚝에 도입한 황금색 돔은 훈데르트바서가 자주 사용했던 예술적 기법일 뿐 아니라, 쓰레기 소각 중 나오는 분진과 유해 가스를 걸러내는 최첨단 정화 시스템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정화시설 위에 매 가족이 살고 있어 소각장이 얼마나 환경친화적인지 방증한다. 소각장의 알록달록한 외관 또한 모두 재활용품으로 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을 모델로 한 소각장을 2009년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건립했지만 운영 관리 소홀로 안전성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 쓰레기 소각장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기심만을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 같은 친환경 소각장의 건설과 그 유지에 더 힘을 쓰는게 우리 모두 행복해지는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