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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없는 GTX-D 노선에 벌써 들썩이는 시장… “확인하고 투자해야”

화이트보스 2020. 3. 6. 19:09



실체 없는 GTX-D 노선에 벌써 들썩이는 시장… “확인하고 투자해야”

조선비즈
  • 허지윤 기자
    •             

    입력 2020.03.06 13:54 | 수정 2020.03.06 14:14

    국토교통부가 올해 업무계획에 ‘GTX 등 광역철도망 확충’을 담자, 시장에서 이른 기대감이 터져 나오고 있다. 문제는 섣불리 부동산 투자를 부추기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집값을 자극하고, 이에 따른 피해자도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지난 달 27일 청와대에서 보고한 '2020년도 업무계획'에 주요 민생과제 중 하나로 '철도중심의 교통 시스템 혁신'에 관한 계획을 담았다. 광역 철도·도로망을 확충하고, 교통수단 간 연계를 강화해 출퇴근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취지다.

    국토부는 업무보고에서 "GTX A·B·C노선 등 수도권 광역철도가 목표 기한 내 개통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고, 서부권 GTX 도입 등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업무보고에서 GTX-D노선에 관한 구체화된 내용은 없었다. 대상 지역과 시점 등도 공식화된 게 없다. 말그대로 검토해보겠다는 것이다.

    조선DB
    하지만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호재 지역을 점치기 시작했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벌써 ‘GTX-D노선은 인천 검단신도시와 김포한강신도시가 수혜를 볼 것이다’, ‘하남을 지날 것이다’, ‘성남이 유치해야한다’는 등의 말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소문과 상상을 기반으로 한 여러 버젼의 GTX-D노선도까지 등장했다. 구래(김포)~검단~대장신도시~부천종합운동장~영등포~이수~강남~삼성~잠실~미사역을 거치는 그림이 있는가 하면, 김포한강신도시~검단신도시~김포공항~여의도~삼성~잠실~하남역으로 그려진 그림도 있다. 누군가가 지역 호재를 강조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아직은 사실(fact)이 아니다.

    현재 수도권 광역철도(GTX) 중에서 첫 삽이라도 뜬 사업은 A노선 뿐이다. GTX-A노선은 2023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GTX-B노선은 지난 1월에야 기본계획에 들어갔다. C노선은 11월 민자시설사업기본계획(RFP) 고시를 거쳐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GTX-D는 밑그림도 안 나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운 띄우기 식’ 교통계획 발표가 지역에 섣부른 기대감을 심고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GTX 노선 건설 등 교통계획이 발표되는 시점에 지역 부동산 값이 들썩이며 선(先)반영되고, 예비타당성조사 통과와 착공식 시점에 한번 더 오른다.

    GTX-B노선 시작점인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경우 부동산 시장이 잠잠하다가 작년 8월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발표를 계기로 집값이 뛰기 시작했다.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가격 변동률을 보면 인천 아파트값은 작년 1월부터 8월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줄곧 하락하다 그해 9월(0.17%)부터 반등했다.

    지난해 12월 착공식에 들어간 GTX-A노선 인근 아파트 단지 집값도 크게 뛰었다. 운정역 인근 '운정신도시 센트럴 푸르지오'는 2017년 3억5800만~3억7850만원대에 거래되던 전용면적 84㎡ 분양권이 2019년10월까지 4억원대에 거래됐는데, 올해 2월 6억1200만원(23층)에 매매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수개월만에 2억원 가량이 오른 셈이다.

    소문에도 집값이 오르는 경우가 있다. 총선을 앞두고 최근 경기 지역에서 양주 덕정역에서 수원역까지 잇는 GTX C노선에 화성·오산·평택도 연장을 추진하겠다는 말이 나오자, 이 지역에 외지인 매입이 느는 것이 좋은 예다.

    화성의 외지인 매입은 작년 11월 209건에서 12월 509건, 올해 1월 525건 등으로 증가했다. 오산도 작년 11월 48건, 12월 62건, 올해 1월 100건으로 늘었고, 평택도 작년 11월 85건, 12월 104건, 올해 1월 137건으로 매월 늘었다. GTX가 곳곳에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두고 ‘교통망 확충’ 계획이 부각되고 있으나 교통 호재를 노린 섣부른 투자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실제 월드컵대교 개통,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등은 예산 문제로 수년 간 공회전하며 사업이 계속 밀렸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과거에도 정책당국의 교통 계획만 보고 갭투자를 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들이 많았다"면서 "정부도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실제 개통 시점은 언제인지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는 상태에서 계획만 발표하는 것은 희망고문에 불과함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정부 추진 계획으로 확정되더라도 실질적인 예산 투입이 안 되면 착공을 못한다"면서 "신중하게 투자해야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