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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업체들 "이러다 문 닫을 판"..코로나發 '쓰레기대란' 위기

화이트보스 2020. 4. 10. 09:21



재활용업체들 "이러다 문 닫을 판"..코로나發 '쓰레기대란' 위기

최정훈 입력 2020.04.10. 00:02 수정 2020.04.10. 07:11

        


코로나19·유가급락에 재활용 단가 뚝..폐지값 역대 최저
폐플라스틱 단가도 추락.."도산 위기에 수거거부 고민"
"2018년에 못한 체질 개선..수거·선별 공공체계 전환"
환경부 "단가 계속 모니터링..수거 거부 단호히 대처"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국제유가 급락으로 재활용 단가가 연일 추락하고 있다. 반면 도심 아파트를 중심으로 배달음식과 택배가 늘어나자 폐지나 폐플라스틱을 수거하고 선별해 재활용하는 업체들이 수익 저하로 수거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더 지속되면 쓰레기 대란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재활용품 선별장에서 광주 북구청 청소행정과 자원순환팀 직원들이 최근 코로나19로 배달음식 소비 등이 증가하면서 일회용품 배출량이 늘어나 선별장을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유가 급락에 재활용 단가 추락…업체들 “수거 거부 고민”

9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폐골판지 가격이 1kg당 56원까지 떨어지면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폐골판지는 버려지는 택배·종이 박스 등으로 만들어지며 지난해 3월까지 만해도 1kg당 75원 수준이었지만 월마다 하락하면서 지난해 11월부터 59원으로 떨어졌다. 특히 코로나19로 폐지 수출길이 꽉 막히면서 올해 1월까지 59원을 유지했지만 2월부터 56원으로 또 떨어졌다. 지난 2017년 초까지만 1㎏당 150원이었던 국내 폐지 값이 56원까지 떨어져 3년 새 수입이 3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폐플라스틱 단가도 연일 하락세다. 지난달 페트병 등에 사용되는 PE 가격은 1kg당 54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원이 떨어졌고 즉석밥 등에 사용되는 PP는 494원으로 500원 밑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폐플라스틱의 경우 단가가 높아 보이지만 워낙 플라스틱 쓰레기의 발생량이 많은데다 수거·선별과정에서 재활용 불가 처리가 되는 경우도 커 수거·선별 단가 대비 판매 단가 수익이 적다.

게다가 폐플라스틱 가격은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유가가 급락한 뒤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 환경부 관계자는 “석유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은 현재 새원료로 만드는 제품도 가격이 30%가 떨어져 재활용 단가는 더 떨어진 상황”이라며 “업계에서도 우선 재고로 쌓아두고 있다가 최근에 단가를 또 낮춰 팔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와 국제유가 문제로 재활용시장이 얼어붙자 업계에서는 수거 거부까지 고민하며 공공에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하반기에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 호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활용업체 관계자는 “그나마 수익을 내주던 폐지 가격도 하락한데다 수익이 그리 크지 않던 플라스틱까지 폭락해 힘든 상황”이라며 “수거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충북 청주 재활용선별장업체 등은 8일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이후 제지회사의 폐지 가격 인하, 폐의류 수출중단, 폐플라스틱 가격 하락 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재활용품 수집·운반업체 등이 공동주택에 지불하는 매입 단가를 70% 이상 낮추는 청주시의 행정조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자료=환경부 제공


◇“재활용 수거·선별은 공공이 해야”…환경부 “수거 거부 강력 대처”

전문가들은 2018년 쓰레기 대란 이후 체질 개선 기회가 있었지만 실패했다며 하반기에 똑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재활용의 수거·선별을 서둘러 공공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수거 거부가 일어나려고 하는 곳은 대부분 아파트 거래 업체인데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부가 나서서 아파트 재활용 수거와 선별을 공공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수거와 선별만 공공체계로 전환하면 재활용 쪽 단가가 떨어져도 어느 정도 시장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소장은 이어 “코로나19와 국제 유가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생원료 수입을 줄였다”며 “재활용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업체 기술력으로 돌파해야 하기 때문에 신기술 등 투자도 일어날 수 있는데 현재는 수거·선별·재활용을 모두 업체에 맡기면서 문제가 커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상반기까지 업체가 버틸 체력이 있겠지만 하반기 들어 못 버티는 업체부터 도산이 시작되면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우선 경영난을 겪는 재활용 업체에 저금리 융자를 주는 등 단계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수거 거부 업체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활용 단가와 재고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만약 사태가 발생하면 재고를 공적으로 관리하거나 비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업체가 수거 거부하면 된다는 프레임은 통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료=환경부 제공

최정훈 (hoonism@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