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계는 플라스틱 분해법 연구 중
프랑스, 나뭇잎 퇴비 속 효소 개량… 수백년 걸릴 일 반나절 만에 해결
영국은 미생물, 한국은 나방에서 플라스틱 분해하는 효소 찾아내
- 플라스틱 재활용에도 분해 기술 써
촉매로 나프타 성분만 추출, 상용화땐 '무한 재활용' 길 열려
국내서도 시험생산 단계 진입
잘 썩지 않아 환경에 골칫거리였던 플라스틱을 처리하려는 연구가 최근 활발하다. 전 세계에서 연간 생산되는 플라스틱 3억5900만 t 가운데 1억5000만~2억 t이 매립지나 자연에 방치된다. 자연에서 페트병이 분해되려면 500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미생물이나 곤충 등에서 플라스틱 분해 효소를 발굴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다 쓴 플라스틱 제품을 원상태로 되돌려 무제한으로 재활용할 방법까지 나왔다.
◇자연 효소 개량해 분해 속도 높여
프랑스 연구진은 미생물 10만여 종에서 플라스틱인 페트(PET) 분해 능력이 있는 효소를 선별했다. 그 중 나뭇잎 퇴비 속에서 찾은 효소를 개량해 10시간 내 90%까지 분해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앞서 존 맥기한 영국 포츠머스대 교수도 2018년 페트를 먹고 자라는 미생물에서 분해 효소 '페테이스(PETase)'를 추출했다. 이를 페트와 더 잘 결합하도록 변형해 분해 속도를 20%가량 높였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류충민 박사팀은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의 장에서 비닐봉지, 비닐하우스에 쓰이는 폴리에틸렌을 분해하는 효소 3종을 찾았다. 벌집에 기생하는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는 벌집을 이루는 밀랍(왁스)을 분해한다. 연구진은 애벌레가 왁스와 화학적 구조가 비슷한 폴리에틸렌도 작게 조각내는 것을 확인했다. 류충민 박사는 "플라스틱 환경오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꿀벌부채명나방 외에도 밀웜이나 다른 명나방류에게서도 플라스틱 분해 효소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분해 기술은 플라스틱 재활용에도 활용된다. 지금까지 폐플라스틱을 분쇄해 녹인 뒤 다시 제품으로 가공하는 '물리적 재활용' 방식을 많이 썼지만 한계가 있었다. 플라스틱은 작은 분자(모노머)가 수만 개 이상 모여 긴 사슬 형태(폴리머)로 연결된 고분자 물질이다. 잘게 부수는 물리적 재활용 방식으론 원료 상태로 되돌리기 어려웠다. 최근에는 고온·고압 조건에서 촉매를 더해 플라스틱 기초 원료로 되돌린 뒤 제품을 새롭게 만드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나왔다.
◇화학적 변화로 플라스틱 무한 재활용
국내 에너지·소재 기업인 한화솔루션은 화학적 재활용의 하나인 'PTC(Plastic-to-Chemical)'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나프타'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나프타는 플라스틱의 기초 원료로, 탄소(C)의 개수가 5~12개인 탄화수소 혼합물이다.
한화솔루션 연구진은 촉매로 나프타 성분만을 선택적으로 추출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 공정을 통해 추출한 성분은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해 다시 에틸렌과 프로필렌 같은 플라스틱 기초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한화솔루션 손인완 미래기술센터장은 "PTC 기술이 상용화되면 폐플라스틱의 무한 재활용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은 "현재는 시험생산 단계이지만 앞으로 나프타 수율을 높여 대량생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프랑스 카르비오스도 이번에 발굴한 효소로 플라스틱을 모노머 상태로 분해해 무한대로 재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세계 1위 화학기업인 바스프는 지난해 '켐사이클링 프로젝트'를 통해 재활용 모차렐라 치즈 포장재의 시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식품 포장재는 물리적 재활용만 해서는 위생 문제로 인해 쓸 수 없다. 바스프는 노르웨이의 혼합 플라스틱 폐기물 열분해 기업인 콴타퓨얼과 협업해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열과 가스는 물론 나프타까지 추출해 재활용할 수 있는 생산 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바스프는 이 회사에 2000만유로(약 268억원)를 투자했다.
화학적 재활용으로 난방용·차량용 연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