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대위의 성공 조건[여의도 25시/최우열]
트랜드뉴스 보기
2012년 2월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회의에서 김종인 비대위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동아일보DB
최우열 정치부 차장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앞둔 미래통합당 안팎에서 갑자기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과거 뇌물수수 사건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그가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때 구속된 뒤 확정판결을 받은 전력 탓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2012년 김 전 위원장이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박근혜 비대위에서 일할 때도 정치권을 달군 적이 있다. ‘MB(이명박 전 대통령) 청산론’을 띄운 김 전 위원장과 친이계(친이명박)계가 맞붙으면서다.8년 만에 현실 정치로 ‘소환’된 김 전 위원장의 뇌물 사건, 이와 관련된 인적 쇄신 파동의 발생과 해결 과정은 총선 폭망의 충격을 딛고 1년 10개월 남은 대선을 준비해야 할 통합당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1년 12월 김종인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이상돈 비대위원과 함께 “전직 당 대표 및 MB 정부 실세는 퇴진하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듬해 1월부터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의원 등 친이계들은 직전 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표와 합세해 ‘김종인 이상돈 사퇴론’으로 반격했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임명한 권영세 사무총장은 사태가 전면전으로 비화되는 걸 막기 위해 홍 전 대표를 만났다. “당을 나가라는 게 아니다”라며 달랬다. 하지만 홍 전 대표는 권 총장에게 동화은행 사건을 꺼내들며 “너도 검사 출신인데 네가 자백받은 범죄자(김 전 위원장)한테 공천 달라고 심사받을 수 있겠나”라고 분노를 터뜨렸다고 한다.
그런데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2008년 총선에서 ‘친박(친박근혜) 학살 공천’을 당했던 만큼 친이계를 내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몇 차례 당 회의에서 “쇄신 과정에서 단정적으로 누구는 쇄신 주체이고 누구는 대상이라고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MB 청산론에 힘을 실은 게 아니라 오히려 김종인 이상돈을 겨냥했다. 공천 심사가 시작되고 이재오 공천 논란이 다시 불거지자 김종인 위원은 격렬하게 반대했지만 박근혜 위원장은 친이계 핵심인 이 의원의 공천을 확정했다. 여기에 정몽준·홍준표 전 대표도 자기 지역구에 공천을 받으면서 ‘김종인 저격’ 인사들은 모두 살아남았다. 박근혜 위원장이 김종인 위원의 MB 청산 이슈를 통제하지 못했다면, 최대 계파였던 친이계의 조직적인 반발로 총선, 대선 가도에 더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금도 나온다.
어떻게 이런 장면이 가능했을까. 지금의 평가와는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 본인이 당시만 해도 대선 주자로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비대위 안팎의 갈등을 통제했기에 가능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당을 박차고 나간다는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을 수차례 붙잡기도 하며 결국 2012년 대선까지 승리로 이끌었다.
SUPER SUV, 트래버스
우여곡절 끝에 통합당 전국위원회가 비대위를 추인하면 이제 제1야당은 김 전 위원장 손에 당의 쇄신과 2022년 대선의 ‘터 닦기’까지 맡기게 된다. 김 전 위원장이 리더십과 함께 통합당 구성원들과 어떤 소통 능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보수 폭망의 사슬을 끊을 수 있을지가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
최우열 정치부 차장 dnsp@donga.com
'경제,사회문화 > 사회 ,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차대전 이후처럼… 산업 대격변 온다" (0) | 2020.05.02 |
---|---|
국가채무비율 40% 논란 넘어, 60%도 괜찮다는 與 (0) | 2020.05.02 |
현대 자동차 노조의 변신?을 보며 (0) | 2020.05.02 |
총선후 첫 노동절, 靑 '전국민 고용보험' 꺼냈다 (0) | 2020.05.02 |
원자력계 死地에 몰고 이제 와서 구명 자금 투입 (0) | 2020.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