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도 이런 취지에서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성장률을 지탱하는 것이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말했을 겁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나랏빚을 냈고(2차 추경), 조만간 3차 추경을 통해 더 많은 빚을 낼 예정입니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됐습니다. 전 국민이 대상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는 생산과 수요 양 측면에서 모두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습니다. 급한 대로 수요를 일으키는 게 필요합니다. 수요가 무너진 경제,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재난지원금이 효과를 내 추락하는 경제를 붙잡거나 조금이라도 끌어 올리기를 기대합니다. 일자리를 지키고, 기업을 살리고, 산업을 일으킨다면 단기 재정 적자는 감수할 수 있다고 봅니다. 나라 곳간도 상대적으로 튼튼한 편입니다. 위기 때 곳간을 여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재난지원금이 통증만 완화하는 일회성 처방에 그칠 우려가 크다는 점입니다. 우리 사회는 처음으로 전 국민이 재난지원금을 받게 됐습니다. 이번에 물꼬를 텄으니 앞으로 팬데믹이 또 오면 그때도 전 국민 대상으로 곳간을 열어야 할 겁니다. 곳간에서 풀린 돈은 경제 기초체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영양소가 돼야 합니다. 그렇지않고 일회성 진통제에 그친다면 저질 체력은 그대로인 채 빚만 쌓일 겁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니 불안감이 몰려오는 이유입니다.
문재인 정부는‘한국형 뉴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준비가 안 된 듯 이런저런 정책을 덧대고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의 핵심 과제로 제시된 건 처음에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기반시설(SOC) 디지털화 등이 골자였습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그린 뉴딜’을 접목하는 걸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친환경 산업 육성과 연관된 일자리 창출이라는 과제도 포함될 듯합니다.
1930년대 대공황 때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취한 뉴딜 정책의 핵심은 댐 짓고 길 닦은 게 아닙니다. 노동·시장·복지 개혁을 통해 사회보장체제를 단단히 구축했다는 점입니다. 스웨덴도 당시 경제·복지 개혁을 추진해 북유럽 경제ㆍ복지 시스템의 근간을 세웠습니다.
빚까지 내서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나선 이상 기존의 관성을 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시도를 기대합니다. 일본 등의 사례를 보더라도 국민 모두에게 일회성으로 현금 뿌려봤자 큰 효과 보기 어렵습니다. 뉴딜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맞게 경제 성장과 복지 체제 구축을 위한 큰 틀의 전환을 모색해야 합니다. 위기가 곧 기회라고 하지 않습니까. 지금이 그런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