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군 개혁 10년 프로그램을 짜자

6·15 20주기 전야에 날아든 최후통첩

화이트보스 2020. 6. 14. 09:57

6·15 20주기 전야에 날아든 최후통첩[하태원 기자의 우아한]

하태원 채널A 보도제작팀 부장급(정치학 박사 수료) 입력 2020-06-14 08:51수정 2020-06-1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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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김여정 담화는 무력도발에 대한 강력한 암시를 담고 있어 섬뜩합니다. “다음번 대적(對敵)행동의 행사권을 인민군 총참모부에 넘겨주려 한다”는 것은 군사도발에 ‘프리패스’를 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총참모장은 포병출신의 박정천으로 차수(次帥·원수와 대장 사이) 계급을 갖고 있는 인물입니다. 원수 칭호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부여되며 ‘최후의 원수’는 김일성과 빨치산 투쟁을 한 것으로 알려진 리을설(2015년 사망)입니다.

文 대통령에게 술 권하는 김여정 2018년 4월 판문점 평화의집 3층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가운데)이 문재인 대통령(왼쪽)에게 두 손으로 술을 권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정숙 여사. 출처=청와대 페이스북

 


“남북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한 것은 연락단절을 넘어 건물폭파라도 할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확실하게 결별할 때가 됐다”는 말에서는 문재인 정부를 더 이상 대화 파트너로 여기지 않겠다는 ‘결기’를 담고 있습니다. 2년 전 동계올림픽참석과 판문점 도보다리 대화, 능라도 5·1 경기장 연설, 백두산 등반 등을 통해 다져진 ‘밀월(蜜月)’은 파국을 맞은 듯 보입니다. ‘평화의 메신저’를 자임했던 김여정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2018년 4월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화기애애했던 남북정사의 모습. 사진 오른쪽부터 김정숙 여사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 리설주 여사, 임종석 비서실장, 김여정 부부장, 정의영 대통령국가안보실장. 오연준 군의 ‘고향의 봄’을 들은 뒤 박수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여정이 왜 이렇게 화가 나있는지에 대한 단서도 담겼습니다. “우리 조국의 상징이시고 위대한 존엄의 대표자이신 위원장동지의 절대적 권위를 감히 건드리고 신성한 우리측 지역에 오물들을 들이민” 행동을 응징하겠다는 말이 그것입니다. 결국 대북전단이 저들이 말하는 ‘근본문제’ 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남북협상에서 제기해 온 ‘근본문제’ 였던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 군사훈련 중지 △서해북방한계선(NLL) 재설정에 더해 삐라문제가 최대 현안이 된 형국입니다.

 


‘상식’을 초월한 북한의 신경질적 대응의 원인은 일부 탈북자 단체가 날려 보낸 전단에 ‘최고존엄(김정은)’을 심각하게 모독한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는 추정을 낳습니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김 위원장 부인의 사생활과 관련해 검증 안된 ‘추문’이 담겼다는 말도 나옵니다. 실제로 이 삐라가 평양까지 날아든 것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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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북한에서 ‘서울 불바다’ 류의 군사도발 위협 발언이나 남북관계 전면중단 선언은 자주 있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7월 김일성 사망 10주기 조문을 불허한 이른바 ‘조문파동’에 이어 탈북자 468명의 집단입국 사태가 벌어지면서 남북관계가 ‘올스톱’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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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사태에 대해 북한은 소위 진보정부라는 노무현 정부가 김정일 체제를 의도적으로 흔들고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유력 대권주자였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취임 후 1년 가까이 북한의 무시전략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 했습니다. 북한의 타깃이 됐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9월 평양 옥류관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와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제가 늘 먹어왔던 평양냉면의 맛의 극대치”라며 냉면 맛을 극찬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번 대남공세의 표적은 단연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점도 눈에 띕니다. 애꿎은 평양냉면도 소환됐죠. 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에게 냉면을 대접했던 옥류관 주방장은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전혀 한 일도 없다”고 막말을 퍼부었습니다. 이제는 외무상이 된 리선권의 ‘냉면 목구멍’ 발언을 능가하는 조롱으로 들립니다.

앞서 4일 담화에서 김여정은 “나는 못된 짓 하는 놈(탈북민)보다 못 본 척하는 놈이 더 밉더라”는 말로 사실상 문 대통령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집권 이래 끊임없이 미중 사이에 선택을 강요받았던 문재인 정부는 이제 김정은 남매의 최후통첩을 받아든 형국입니다. 내일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합니다. 이미 청와대국가안전보장회의(NSC)까지 나서서 엄단의지를 밝힌 문재인 정부가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삐라살포와 관련한 추가조치는 마땅치 않아 보입니다. 김정은 남매는 어쩌면 북한은 박상학 대표에 대한 ‘북한식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태원 채널A 보도제작팀 부장급(정치학 박사 수료)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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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6-14 09:47:51

    저때가 봄날이었냐. 다 일장춘몽으로 끝나버렸구나. 진실이 없는 저런 요식행위의 흥이 얼마나 가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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