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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을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은?

화이트보스 2020. 6. 23. 07:55

면역력을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은?다이어트부터 꿀잠까지 책임지는 생체리듬의 과학

입력 : 2020.06.18

올해의 절반이 지난 지금, 새해 결심을 되짚어본다. 생체리듬에 맞게 생활하자는 목표가 있었고, 작심삼일은 남의 일이라 생각했었다. 노력과 결실을 정산해보면, 그래도 안 하느니만 못하진 않았다. 100일쯤은 저녁 식사를 8시 전에 간단하게 먹은 뒤 공복을 유지했고, 11시에는 잠에 들었다. 다행히 누우면 잠에 빠지는 편이라, 이튿날엔 좀 더 쾌적한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지도 반년이다. 주 1회가 일상이었던 저녁 약속이 사라졌고 조금은 외롭고 우울감이 찾아오기도 했지만, 한산한 주말에 적응이 되어 간다. 그러나 독서실에서 밤늦게 돌아온 아이가 “이거 한 입만”에서 비롯되는 군것질 야식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고, 전에 그랬던 것처럼 자정 전에 잠들면 좀 손해 보는 것 같고 ‘열심히 안 사는 것’ 같은 기분에 다시 빠져든다. 생체리듬의 과학에 따르면, 참으로 잘못되었다. 하지만 나는 생체리듬에 맞게 살았던 그 ‘쾌적한 느낌’을 기억하고 있으니, 되돌아갈 모멘텀이 있다.

‘생체리듬의 과학’은 우리가 무엇을 먹고 얼마나 운동하느냐 만큼이나 언제 식사를 시작하고 끝내며, 언제 잠을 자고 햇볕을 쬐느냐가 건강한 삶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준다. 건강과의 깊은 연관성이 밝혀지면서, 생체리듬은 치료와 백신을 넘어서 차세대 건강관리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7년에는 생체리듬 연구자들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사진=셔터스톡

 

숙면을 위해 식물처럼 햇빛을 쏘일 것

우리가 생활 패턴을 다듬어서 생체리듬에 맞추려 애쓴다면, 단지 군살이 정리될 뿐 아니라 체내 염증 지수를 낮추고 면역력이 높아진다. 만병통치약처럼 들리긴 하지만, 최신 과학이 밝힌 바에 따르면 우리 인간들 역시 대자연의 일부로서 빛과 시간이 만들어내는 밤낮에 맞게 살아갈 때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현대인 대부분은 밤에 일하는 교대 근무자처럼 살고 있다. 거의 매일 밤, 나는 유튜브를 보고 책도 조금 읽으면서 잠드는 걸 미루고 미루다가 잠에 굴복 당한다. 하지만 잠들고 싶어도 통 잠에 빠져들지 못한다는 사람들도 많다. 수면장애에 시달린다면, 미국 소크생물학연구소의 사친 판다(Satchin Panda) 박사의 조언을 들어보자.

생체리듬의 권위자인 판다 박사는 저서 《생체리듬의 과학》에서 빛과 수면의 연관성을 말한다.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으로는 낮에 받았던 스트레스, 과식, 신체활동 부족도 있지만 저녁에 실내조명에 오래 노출되는 경우, 멜라토닌 생성이 감소한다. 등을 켜지 않아도 늦게까지 영상을 보고 휴대폰을 확인하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내용이다. 다행히 대안이 있는데, 낮 동안에 자연광에 노출되는 것이다.

“여러분이 낮 동안(4~5시간) 해변이나 공원에서 밝은 햇빛을 받으면, 밤에 밝은 실내조명의 영향에 덜 민감해진다. … 창문이 많아 자연광이 잘 드는 실험실에서 일했을 때도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냈지만, 덕분에 매일 3시간 동안 자연광 아래서 지내는 것과 같았다. 이때도 나는 밤에 꿀잠을 잤다.”
- 《생체리듬의 과학》 4장. 최고의 숙면을 위한 생체주기 코드

사진=셔터스톡


먹는 양만큼이나 공복 시간이 중요하다

“나는 물만 마셔도 살이 쪄.”

저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면, 노화에 따른 신진대사율 감소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음식과 운동 중에 무엇이 다이어트에 효과적인지 논쟁은 일단락되었다. 주말에 제법 높은 산을 정복했어도 내려오면서 막걸리, 파전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뱃살은 줄지 않는다.

음식량 조절 외에 하나 더 챙겨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언제 먹는가이다. 판다 박사는 몸이 회복하고 저절로 다이어트가 되는 공복 시간으로 14시간을 권장한다. 다시 말해, 10시간 내에 식사를 끝내는 시간제한 식사법이다. 아무래도 나는 퇴근 시간을 고려해서 늦어도 저녁 8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겠다고 ‘다시’ 다짐해본다. 오직 물만 허용된다는데 심리적인 헛헛함에 시달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약속이 있어서 늦도록 음식을 먹었다면 이튿날 식사가 시작되는 시간을 늦추는 식으로 조절하면 된다. 11~12시간 단식은 가능해보인다.

 

가성비 높은 생체리듬 주기의 힘!

《생체리듬의 과학》이라는 책을 읽다가 문득 파레토의 법칙이 떠올랐다. 우리가 투입할 수 있는 역량의 20%만 신경 써도 얻을 수 있는 건강 이익 최댓값의 80%까지는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생체리듬에 맞는 생활습관을 들이면 힘든 운동이나 다이어트, 보약 챙겨 먹기 등을 하지 않아도 대체로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이다.
- 인간은 어떻게 잠의 세계로 이끌릴까,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 <동아사이언스>

생체리듬 교란은 중증질환으로 이어질 정도로, 우리는 시간에 알맞게 지내는 생활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생체시계는 사실 우리 몸의 거의 모든 세포 안에 있으며, 이 시계는 밤낮으로 다양한 시간에 수천 개의 유전자를 가동하거나 멈춘다. 그런데 하루나 이틀쯤 그 질서가 방해를 받는 것만으로도 생체시계는 유전자에 올바른 메시지를 보내지 못한다. 결국 엉망이 된 생체시계는 ADHD, 우울증, 불안장애, 편두통, 당뇨병, 심혈관 질환, 치매, 심지어 암에 이르기까지 온갖 병의 원인이 된다.

생체시계의 관점에서는, 조금씩 적게 먹는다든지 밤잠을 줄여서 쪽잠을 자는 습관은 바람직하지 않다. 같은 식사량과 수면이라도 ‘언제’인지 타이밍을 챙기자. 그랬을 때, 감염과 질병에서 우리 몸을 보호하는 면역기능이 제대로 작동한다. 습관 교정을 100일만 한 사람의 처지에서, 이 글을 쓰느라 책을 또 한 번 살펴보는 동안 마음이 다잡아진다. 책꽂이에 꽂아 놓고 결심이 흩어질 때마다 각성을 해볼 생각이다.

사진=셔터스톡


평균 나이 115세 마을의 면역력

생체리듬은 몸에 활력을 주고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건강의 기초는 습득했으니, 다음 단계에 도전해볼 만하다. 만족을 불러오는 삶의 방식을 실천하며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 관리에 도가 튼 사람들이 모인 곳을 들여다보자. 그들의 면역력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이키가이’는 아침에 눈을 뜰 이유라는 뜻으로, 장수인들의 지역인 오키나와 사람들의 생활 철학이다. 평균 나이 115세인 이들이 하루를 보람 있게 보내는 방법이란 무엇일까?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역시 자신의 왕성한 창작 활동의 비결을 이키가이로 꼽았다. 일본에서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다는 ‘덕질’, 누가 뭐래도 내가 꾸준히 찾아가는 즐거움이다. 그것이 일일 수도 있고, 취미가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좋다.

언제 위기로 일상이 멈출지 알 수 없고, 언택트로 내 손에 들어오는 시간은 쌓여간다. 꼭 생산적인 활동이 아니라도, 작은 취미활동이라도 계속 하면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 이키가이다. 다음은 《나이 들어가는 내가 좋습니다》에서 정리한 ‘이키가이의 10가지 규칙’ 중 일부다. 은퇴 이후가 아니더라도, 당장의 일상에 마음의 면역력을 길러줄 지침들을 소개한다.

1. 늘 활동한다: 좋아하던 것, 잘하는 것을 손에서 놓으면 인생의 목표가 사라진다.
2. 여유를 갖는다: 서두를수록 삶의 질은 낮아진다. 천천히 걸으면 멀리 간다.
3. 배부를 때까지 먹지 않는다: 80%만 배를 채운다는 법칙을 따르자.
4. 주변을 좋은 친구들로 채운다: 함께 웃고 울어주는 친구가 최고의 치료약이다.
5. 매일 몸 관리를 하며 움직인다: 물은 흐르고 고이지 않을 때 맑은 법.
6. 미소 짓는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좋다.
7. 자연과 교감한다: 인간의 자연이 일부. 때로는 자연으로 돌아가 재충전이 필요하다.
8.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공기와 식량을 주는 자연에게, 또 친구와 가족에게 감사한다.
9. 현재를 산다: 오늘이 가장 소중하며 기억할 만한 날로 만든다.
10. 나만의 이키가이를 따른다: 아직 찾지 못했다면 빅터 프랭클처럼 발견해나가자.
- 《나이 들어가는 내가 좋습니다》

 

*참고 자료
《생체리듬의 과학(원제: The Circadian Code)》, 사친 판다 지음, 김수진 옮김
《나이 들어가는 내가 좋습니다(원제: Ikigai)》, 헥토르 가르시아 등 지음, 이주영 옮김

정소연 세종서적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