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동거 시대
조선일보
입력 2020.06.23 03:18
지난 2월 병원 내 코로나 환자 발생으로 호된 '코로나 신고식'(잠정 폐쇄)을 치른 서울 은평성모병원. 이후 모든 병원 방문자는 문전에서 주민번호와 휴대전화 번호를 전자 등록기에 입력해야 한다. 일일이 체온 검사도 받는다. 하루 5000명이 거치는 일상이 됐다. 호흡기 질환 의심 환자 진료 구역은 입구부터 분리돼 있다. 모든 입원 환자와 간병인, 상주 보호자는 코로나 검사를 받는다. 요즘은 거의 모든 병원이 이런 식으로 변했다.
▶코로나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 감염자의 30%가 무증상이다. 이들이 걸린 줄도 모르고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70%인 유증상자도 감염 초기에 바이러스를 대거 배출한다. 확진돼 격리돼도 그 전에 이미 많은 전염을 일으킨다. 증상도 대개는 발열보다는 후각·미각 감소나 식욕 감퇴, 피로감 등이다. 체온 체크로 감염 의심자를 잡아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마치 팬데믹(대유행)을 위해 디자인된 바이러스 같다. 코로나와 장기 동거하기는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신천지 코로나'가 몰아친 지난 2월과 3월 대구에서는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사망자가 15% 늘었다. 코로나 사망보다 2배 많은 200여 명이 초과 사망했다. 코로나 치르느라 정신없고, 일반 진료가 뒷전으로 밀리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코로나로 인해 코로나 아닌 이유로 더 많이 죽는 역설이다.
▶국가 지정 음압 병실로 코로나 환자를 보는 일산의 명지병원은 진작에 이중 진료 시스템을 도입했다. 코로나 음압 존(zone)을 독립 운영하면서, 심근경색증·뇌졸중 처치와 항암 치료, 투석 등 기존 필수 진료를 병행했다. 두 토끼 잡기 전략이다. 그랬더니, '코로나 병원' 낙인으로 외래 환자는 줄었어도, 응급 심장 시술, 중증 외상 수술, 항암제 투여 건수 등은 예전대로 유지됐다. 병원과 코로나 동거 체제다.
▶우리나라 한 해 독감 사망자가 3000명 안팎이다. 코로나(280명)보다 10배 많다. 그럼에도 코로나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독감에는 예방 백신과 증상 초기에 감염력을 확 떨어뜨리는 타미플루가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백신을 대규모 접종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1년 후다. 요즘 병원 기피로 완치 가능한 초기 암 발견이 줄어든다고 한다. 마스크와 거리 두기 생활 방역을 백신 삼아야 한다. 힘들고 지치면 자체 휴식, 자가 격리 가능한 환경을 타미플루 삼아 지낼 수밖에 없다. 인류와 코로나의 동거 속에서도 삶을 지키고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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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3/20200623000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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