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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후 당신 집엔

화이트보스 2008. 10. 13. 19:56

5년후 당신 집엔… “주인님, 설거지-집안청소 끝냈습니다”




인구 고령화시대… 국내 가정용 로봇 등 개발 탄력


‘안내원 로봇’ 내년 보급… 민원인과 간단한 대화


‘짐꾼 로봇’ 4년내 개발… 군수품도 나를 수 있어

 

 

2004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아이, 로봇’에는 사람을 똑 닮은 로봇이 등장한다. 이 로봇은 걷거나 달리는 것은 물론 말도 할 수 있다. 유연한 손놀림으로 주방에서 칼질을 하거나 사람에게 길 안내를 하는 것도 문제없다. 주인이 레스토랑에 깜빡 두고 온 핸드백을 가져오는 심부름도 이들의 몫이다.


그런데 공상과학영화 소재에 머물 것처럼 보였던 이 같은 일이 최근 한국 과학계에서 차근차근 현실에 옮겨지고 있다. 비록 사람을 ‘똑’ 닮진 않았지만 5년 뒤쯤이면 로봇이 사람의 일상을 크게 돕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가 매년 보고서를 발간해 ‘가정용 로봇’의 폭발적 보급을 점치고 있는 데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인 부양 문제가 불거지면서 로봇 개발을 위한 노력에 탄력이 붙고 있다.


○ 파출부 로봇 2013년에 국산 시제품 나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지로봇연구단은 2013년쯤 ‘파출부 로봇’ 시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연구단을 이끄는 유범재 박사는 “사람이 식사를 마치면 식기 세척기에 그릇을 차곡차곡 넣은 뒤 작동 버튼을 누르는 수준의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며 “집안 정리 정돈도 이 로봇들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단이 이 로봇을 내놓기 위해 가장 노력하는 대목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연구단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개발된 어떤 인간형 로봇도 사전에 정보가 입력되지 않은 물건을 손으로 집어 올릴 수 없다. 눈앞에 있는 물건을 망가뜨리지 않고 안전하게 옮길 수 있는 손아귀 힘, 손가락의 위치를 로봇 스스로는 가늠할 수 없어서다. 이래서는 유리나 사기로 만든 주방 식기들이 남아날 리가 없다.


유 단장은 “인지 능력을 지닌 프로그램을 로봇에 탑재하는 한편 무선 통신망을 통해 외부 서버에서 인지 능력을 넣어주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며 “사람과 비슷하게 움직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머리’가 있는 로봇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안내원 로봇, 얼굴 명암으로 사람 알아봐


포스텍(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김대진 교수팀은 한 번 본 사람의 얼굴은 영원히 잊지 않는 ‘안내원 로봇’을 곧 실용화한다. 내년 3월부터 경상북도 포항시청 입구에서 민원인들을 맞을 이 로봇은 주변 얼굴과 높낮이가 다른 뺨, 이마, 눈, 입의 밝고 어두움을 분석해 사람을 알아본다. 얼굴의 굴곡이 만든 밝기 차이를 종합해 사람을 인식한다는 얘기다.


기존 기술은 눈썹, 눈, 코 사이의 거리를 계산해 개인을 알아봤다. 이 때문에 로봇은 웃는 표정을 짓는 사람을 잘 구별하지 못했다. 각 개인을 세세하게 구별하는 이런 기술을 국산화한 건 김 교수팀이 처음이다.


김 교수팀의 전봉진 연구원은 “사람과 간단한 대화도 주고받을 수 있다”며 “지금은 정면 얼굴만 인식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옆으로 돌린 얼굴도 알아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짐꾼 로봇, 야전서 큰 역할 기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상덕 연구팀은 2012년까지 짐꾼 역할을 하는 ‘견마(犬馬)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다. 머리가 없는 송아지처럼 생긴 이 로봇은 네 발로 걸어 다니며 무거운 화물을 옮긴다. 바퀴가 아니라 다리로 움직이기 때문에 험준한 지형에서도 거침이 없다. 60kg의 짐을 지고 시속 5.4km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 로봇이 전쟁터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군장이나 군수품을 로봇의 등에 한꺼번에 실어 병사들이 체력을 비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행군 속도가 높아지고 전투 능력도 향상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이 로봇은 고르지 않은 땅이나 가파른 언덕도 오르내릴 수 있기 때문에 민간에서도 환영 받을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한다. 예를 들어 등반가들은 산악 지형을 오르내릴 때 무거운 텐트를 직접 질 필요가 없어진다. 히말라야 산맥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인 야크가 로봇의 모습으로 한라산에 나타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어린이에게 동화책을 들려주고 상황에 따라 경악, 공포와 같은 5가지 표정을 지을 수 있는 로봇을 올해 6월 선보였다. ‘감성’을 표방하는 이 로봇에는 2, 3년 뒤 사람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뒤돌아보는 기능도 탑재된다. 일종의 ‘로봇 가족’이 예고되고 있는 셈이다.

 

이 밖에도 포스텍 기계공학과 정완균 교수팀은 중소병원에서도 혈액 검사를 할 수 있는 진단검사용 로봇을 개발해 2012년 상용화할 방침이며, 포항지능로봇연구소에서는 인간처럼 걸을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인 ‘화랑’을 개발 중이다.


이정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sunrise@donga.com


서금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symbio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