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역사에서 배운다/중국 명산,명소,문화를 찾아서

황산 vs 장자제 vs 금강산

화이트보스 2008. 10. 19. 21:15

황산 vs 장자제 vs 금강산


황산과 더불어 최근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 바로 장자제(張家界)다. 한고조 유방의 전략가로 유명한 장량(張良) 일가의 근거지였다는 곳이다. 또 마오쩌둥(毛澤東)의 고향으로 유명한 후난(湖南)성 창사(長沙) 부근에 있다. 황산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장자제의 핵심은 역시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규암(硅巖)들이다. 장자제 일대에 무려 3000여 개의 규암 기둥이 소나무, 구름과 어울려 경이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가장 높은 돌기둥은 무려 390m. 수백m의 수많은 돌기둥이 마치 창칼이 땅에 박힌 것처럼 솟아오른 광경을 상상해보라.


장자제는 단일한 산체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넓은 지역이 장자제삼림공원 톈쯔산(天子山)풍경구, 삭계욕풍경구 등으로 구분되는데, 풍경구마다 곳곳에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장자제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백룡 엘리베이터다. 무려 313m의 돌기둥에다가 엘리베이터를 만들어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그 발상과 스케일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과연 중국인답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장자제를 관광하는 한국인들이 놓치는 결정적 명소가 있으니 인근의 톈먼산(天門山)이다. 톈먼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먼저 장자제 시내에 있는 터미널에서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30여 분을 올라가 내린 뒤 다시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정확히 99 굽이를 돌면 톈먼산 정상 바로 밑. 여기서 999단의 계단을 오르면 꼭대기에 이르는데, 커다란 암봉(巖峰)으로 이루어진 정상부의 한가운데가 뻥 뚫려 있어 반대편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비행기가 편대비행으로 통과했을 만큼 넓은 구멍이다.


톈먼산에는 잘 알려진 유적지는 없다. 다만 엄청난 스케일이 인상적인 곳이다. 군데군데 절벽 암반 위에 기둥을 박고 줄로 연결해 설치한 케이블카를 타고 무려 30여 분이나 올라가면서 나도 모르게 “졌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이 톈먼산 코스는 대부분의 장자제 여행상품에는 빠져 있기 일쑤다. 관광코스로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웬만한 관광안내서에도 잘 나와 있지 않다. 그러니 패키지 여행으로 장자제를 간다면 여행사에 미리 톈먼산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추가요금을 내더라도 꼭 보기를 권한다.


  중국의 산 경관으로는 역시 황산과 장자제를 최고로 쳐야 할 것 같다. 이른바 5악도 모두 특징이 있는 유명한 산들이지만 스케일과 경치에 있어 이 두 곳을 넘어서기 힘들다. 그러니 5악의 경우 일부러 그곳을 목표로 가기보다는 다른 곳과 연계해 둘러보는 게 좋겠다. 예를 들어 공자의 발자취를 보러 산둥성 취푸(曲阜)를 찾는다면 이때 타이산을 가면 될 것이고, 시안(西安)에 갈 기회가 있다면 부근의 화산(華山)을 찾으면 된다.


황산과 장자제 혹은 황산과 금강산을 비교해달라는 이야기도 가끔 듣는다. 개인적인 소감만으로 대답한다면 황산이 셋 가운데 단연 앞선다. 황산을 이미 두 차례나 본 후에 장자제를 찾아서였는지는 몰라도 장자제가 명성에 비해 덜 감동적이었다. 수직 돌기둥의 장관에도 불구하고 장자제는 명소가 산재해 있고 황산의 운해 같은 감동적인 분위기와 멋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황산을 금강산과 비교해보면 일단 스케일 면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필자가 본 금강산이라야 외금강의 만물상 코스 정도인데, 이곳을 보면서 대단하기는 하나 설악산의 확대판쯤으로 여겨졌을 뿐 황산의 규모와 아름다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금강산과 황산의 비교는 금강산의 전모를 제대로 보고 난 이후라야 가능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