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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한국이 살 길

화이트보스 2008. 10. 23. 14:52

김광로 사장 "인도가 한국이 살 길"   
http://blog.chosun.com/iohcsj/3438483 

김광로 전 LG전자 인도법인 사장의 명함은 인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바뀌어 있었다. 인도 수도 뉴델리 서남쪽의 신도시 구르가온의 아파트에는 그가 지난 5월부터 경영을 맡고 있는 인도 최대 가전(家電) 기업 비디오콘(Videocon)의 LCD TV가 벽에 걸려 있었다. 그는 LG전자를 인도 가전 시장 1위로 올려 놓은 전설적인 기업인. 그가 LG의 경영 현장에서 물러나자 비디오콘은 스카우트의 손을 내밀었다. 그가 비디오콘 그룹 가전 부문의 부회장 겸 CEO로 영입되자 인도 언론은 이를 크게 보도한 바 있다.


지난 10월 2일 만난 그는 "한국 경제의 미래는 인도에 있다”고 말했다. 인도 경제가 지난 몇 년 전 같지 않다"는 말을 하자 그는 "인도 범선론'을 꺼냈다.

 

김광로_부회장.jpg

(김광로 부회장이 손에 들고 있는 건 향. 기독교 신자인 그는 '진리는 잡종'이라며 집안 침실의 책상 위에 부처님과 힌두신 시바 상도 모셔 놓았다.)

 

-인도 경제가 지난 몇 년 전 같지 않은데?

중국은 너무 빨리 변해서 문제이고, 인도는 너무 늦게 가서 문제다. 인도는 범선이라고 생각한다. 증기선이 아니다. 바람이 불면 가고, 세게 불면 빨리 간다. 범선은 쏜살같이 가지는 않지만, 꾸준히 간다. 거북이처럼 꾸준히 간다. 인도가 연 평균 경제성장률 11~12%로는 절대 뛰지 않는다. 그렇지만 6%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P 치담바람 재무장관의 관리 능력이 대단하다. 인도는 다원화해 있어, 한 사람이 크게 일을 망가뜨릴 수 없다. 물론 큰 잘못이 없는 반면, 크게 끌고 나가지는 못한다. 대외 의존도가 20%로 낮은 점도 현재의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는 장점이다. 1990년대 초반 아시아 경제위기 때 인도는 충격을 덜 받았다. 느리지만 꾸준히 가고, 정치가 안정적이다.

 

-인도 정부가 관리 능력이 있나?

정치와 행정이 분리되어 있는 건 아니다. 관료조직이 강하다.  찔러도 움직이지 않는 측면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지만, 위 사람이 바뀌어도 아래가 휘청대지 않는 점이 긍정적이다. 어제까지 (히말라야 산중인) 우타란찰 주의 꽃의 계곡에 출장 다녀왔는데, 깊은 산속 도로를 보수하고 있었다. 그런 거 보면 인도의 미래가 밝다. 누구나 보이는 행정을 하려고 하는데, 보이지 않는 곳을 꾸준히 보수한다.

 

-인도도 월 가 발 금융위기 충격을 많이 받는 거 아닌가?

아니다. 환율이 가장 휘둘린 나라가 한국이다. 내수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는 이 때문에 덜 휘둘린다. 해외동향에 별로 신경을 안 쓴다. 역시 미래는 중국과 인도에 있고, 우리의 기회는 인도에 있다. 중국의 장가계에 가보니 고속도로가 번듯하게 닦여 있다. 인도는 언제 고속도로 만드나 생각하겠지만 인도인들은 인샬라(신의 뜻대로)이다. 이걸 역으로 보면 우리에겐 기회다. 인도가 천천히 커져가는 속도에 맞춰 투자하면 된다. LG인도법인이 처음에 땅을 5만평 샀지만 1만평 안에 모든 시설을 지었다. 돈 벌어 좀 더 짓고, 또 짓고. 많은 회사들이 처음부터 크게 벌린다. 인도는 작게 시작해서 키워야 하는 시장이다.

 

-인도 시장에 외국 기업이 계속 진출하나?

중국만큼은 아니나, 꾸준하다. 인도는 내수시장이다. 한국 대기업은 따라서 나와야 한다. 특히 인프라 건설 관련 향후 20년간 시장이 무궁무진하다. 예컨대 LG화학이 인도시장에 들어와서 ‘릴라이언스’(인도 최대 그룹)를 꺾어 보려는 야심이 있으면 한다. LG전자는 인도 가전 시장을 제패하지 않았나?

 

-인도에선 기업들이 공장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농촌 경제와 산업 경제의 충돌인데, 나는 반드시 부정적으로 그걸 보지 않는다. 농지를 뒤엎고 공장을 하는 게 좋은가? 그렇게 싶게 말 못한다. 요즘 쌀이 얼마나 귀한가? 기름 없이는 살아도, 식량 없이는 못산다. 농촌 경제 무시하고, 공장 짓는 게 미래이며, 국가를 위한 것인지 잘 생각해야 한다. 자원, 식량, 환경보호, 나는 좀 크게 봐야 한다고 본다.

 

-세계 언론이 한 때 인도경제를 주목하다가, 요즘은 부정적인 측면을 많이 보도하는데.

인도는 달라진 게 없는데, 그런 기사를 보면 호들갑 떤다는 생각이다. 포스코가 5년 내 제철소 공장 완공 생각했는데, 2~3배 시간이 걸릴 것이다. LG-필립스(LG디스플레이를 말하는 듯)가 공장을 짓겠다고 나를 찾아와 4년 내 LCD TV가 브라운관 TV보다 인도 시장에서 판매가 많아 질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래서 아니다. 2~3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해줬다. 성급하게 시장을 판단하면 실패한다. 인도는 그런 곳이다. 매우 보수적이다. 인도인은 혁신, 이노베이션(innovation)에 덜 민감하다. 인도는 지긋한 경제 성장을 할 것이다. 한국과 같은 퀵퀵퀵(quick, quick, quick)이 아니다.

 

-인도 시장을 어떻게 한국기업이 봐야 하나

한국 기업이 인도에 반드시 와야 한다. 우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시장이다. 상품 수출기지, 공장으로만 보지 말고, 세계화 기지로 봐달라. 인도와 조합을 이루면 장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기업 진출해 똔똔되면 사람이 남는다. 그 사람과 세계 어디에도 갈 수 있다. 한국을 바탕으로 하지 말고. 예컨대 나이지리아에 한국에서 직접 가기 힘들다. 이 경우 인도인 5명과, 한국인 한 명이 나이지리아에 진출하면 100% 성공한다. LG인도 공장에 근무한 후 폴란드로 간 임원이 인도 직원 파견을 요청해 지원해 준 적이 있다. 회계관리 담당 3명이었다. 일 잘했다. 결국 그곳에서 채용했다. 인도 사람 어디 가든 잘 산다. 목숨 걸고 일한다. 적응력도 좋다. 인도인과 아프리카 공략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진리를 순종이 아니라, 잡종이다.

 

 

-비디오콘 가전 부문 책임을 맡고 있는데.

쉽지 않다. 새 건물을 짓는 것보다 20년 된 건물을 수리하는 게 더 어렵다. 25년 전 한국 기업의 작태를 보는 것 같다. 우리도 과거에 선(先) 매출로 밀어내기식 경영을 했다. 물건은 창고에 있는데, 장부 상 매출을 올리기 위해 청구서를 발행하는 것이다. 한국의 대기업은 다 졸업한 일이다. 인도기업은 아직 그 상태다. 타임 머신 타고 와서 보는 듯하다. 대장부상 자산으로 되어 있는 쓰레기 같은 재고도 떨어내는 중이다. 오너 입장에서는 재산이 줄어드는 듯 해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쓰레기를 청소해야 한다. 오너가 그 변화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본다. 지나치게 많은 지방 사무소를 통폐합하는 등 기초 체력을 쌓아가는 중이다. 브랜드 별로 운영하던 브랜치 사무실을 크게 줄였다.

 

-인도기업의 장점은 무엇인가

개방성과 유연성이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이야기다. 우리는 엄격하고 기강이 있는데, 그 반대편인 개방성과 유연성에선 떨어지지 않다. 우리는 단결력 좋으나, 배타적이고, 인도는 단결력 없으나 오픈 되어 있다.

 

-인도 기업에 들어가서 보니 어떤지?

인도의 관리 기술, 20~30년 전 한국 보는 것 같다. 관리 기술이 중국은 한국에 15년, 인도는 중국에 15년 차가 난다. 한국은 일본에 20년 뒤져있다. 보이지 않는 기업 관리 기술, 그것은 기술이자 문화다. 한국 기업은 30년 전부터 노력했고, 그 관리 기술이 지금은 대단하다.

 

-비디오콘 그룹을 소개해달라

20년 된 기업으로 그룹 전체 매출은 45억불이다. 이중 가전, 석유, 가전 유통이 3분의 1씩 차지한다. 

/구르가온=최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