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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숯덩이가 된 포스코 인도법인장

화이트보스 2008. 10. 23. 14:58

속이 숯덩이가 된 포스코 인도법인장   2008/10/20 11:08 추천 18    스크랩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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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포스코 인도법인장(부사장)은 지난 3년간 속이 숯덩이가 됐다. 한국의 속도대로 인도 제철소 프로젝트를 밀어붙였으나, 인도는 움직이지 않았다. 2010년까지 400만톤 규모의 제철소를 1차로 준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장 부지도, 용광로에 집어넣을 철광석 광권도 확보하지 못했다. 포스코는 지난 2005년 6월 오릿사 주 해안가 파라딥에 최종 1200 만 톤 규모의 제철소를 짓기로 인도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조 부사장은 지난 1일 오릿사 주 주도 부바네스와르의 사무소에서 기자를 만나 지난 3년은 학습 기간이었으며 인도를 많이 알게 된 지금, 인도 프로젝트는 100% 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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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프로젝트는 왜 주춤했나.

인도는 대규모 프로젝트는 안되는 곳이다. 글로벌 스탠다드가 안 통한다. 정치권, 공무원과 결탁하고, 주민과 결탁하며 니캉네캉해야 하는 곳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투명성과, 엄격한 원칙에 의해 비지니스가 진행되는 것인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 중소기업은 된다.

 

-프로젝트 전망이 불투명한가?

아니다. 한 걸음 한 걸음씩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 그게 인도식 민주주의이기도 하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비용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는 인도가 경쟁력을 가지기 힘든 요인이기도 하다.

 

타타자동차의 싱구르 공장은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도 주민 반발로 실패한 경우다. 웨스트 벵갈 주정부가 땅을 농민들로부터 사서 타타자동차에 공장을 지으라고 줬다. 그런데 농민 몇 백 명이 반대해 프로젝트가 끝내 좌초했다. 기업과, 웨스트 벵갈 주민에 얼마나 큰 손실인가? 오릿사 주에도 그런 사례가 많다. 영국계 알루미늄 광물 기업인 베단타가 광산을 개발하려고 하나 신성한 산이라며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다행히 포스코는 지금까지 투자 액수가 많지 않다.

 

-지난 3년간 경험으로 배운 건?

반성을 한다. 이런 게 인도의 기본 환경인데 그걸 간과했다. 준비 기간 갖고 사전 연구도 했는데 의욕이 과했나 보다. 지난 3년 학습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인도를 많이 알았다. 앞으로는 프로젝트 스케줄을 정해놓고 일을 하지도 않으려고 한다. 일정을 정해놓으면 우리가 급하게 된다. 그러면 협상력이 약해진다. 시간에 융통성을 가지려고 한다. 실제로 인도에 다녀보면 우리가 늦었다고 생각하지,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부 정치인들이 방해하나?

정치인은 표 밖에 관심 없다. 인도 인구 중 농민 수가 75%이니, 농민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 오릿사 주의 정치인들은 포스코 프로젝트가 주 발전에 중요하다. 우리가 다 지원하겠다고 말은 한다. 주 정부도 해준다, 해준다고 말을 하고, 의향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 결국 된다고 본다. 100% 확신한다.

 

-공무원은 어떤가?

자기 분야에서 일이 안되게 틀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프로젝트를 적극 도와주면 돈 받은 거 아니냐며 부패로 오해 받으니, 누구도 앞장서지 않는다. 공무원 서로가 색안경을 쓰고 상대를 본다. 발목을 잡는 사람은, 발목 놔주는 대신 뇌물을 요구한다. 인도 기업인들은 인도 방식대로 한다. 하지만 큰 프로젝트는 걸려 있는 게 많아 그게 안 된다.

 

-한국 내 인도 투자를 검토하는 이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절대 크게 하지 말라, 조금씩 해서 크게 늘리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기업이 인도 와서 할 일 있다. 먹을 파이가 있다. 포스코가 안되니 우리도 안되는 거 아니냐는 것은 아니다. 인도식으로 적응하면 된다. 위치, 지역 잘 고르면 된다. 비지니스 잘 되는 곳은 구자라트, 마하라쉬트라 주가 있다. 인도의 동부지역은 비지니스 하기에 취약하다. 서쪽의 델리, 하리아나 주도 좋다.

 

-제일 어려웠던 일은?

공장 예정 부지에 1년 간 접근 못했던 일이다. 2006년 초부터 공산당원이 공장 예정부지 내 부락에 들어가 주민을 선동했다. 이로 인해 부지조사 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그들은 바리케이드로 도로를 차단한 뒤, 내부에서 주민을 세뇌 교육했다.

 

-한 개 마을을 제외한 나머지 마을은 설득됐다는데.

7개 마을을 설득했다. 현지 사정을 아는 대학교수와 비정부기구(NGO) 관계자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그들은 포스코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어, 주민을 설득해줬다. 하지만 공산당 영향권에 있는 딘키야 마을은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빼놓고 공사를 하려고 한다.

 

지난 2월 공장 예정 부지 경계선 표식 작업을 했다. 시멘트 말뚝을 10 미터간격으로 박았는데, 나중에 일부 말뚝이 옮겨진 걸 발견했다. 일부 주민이 자신들의 농지가 공장 부지에 포함되도록 옮겨 놓은 것이다. 이 때문에 공장 부지가 넓어졌다. 공장이 들어서면 혜택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큰 프로젝트에 3년, 인도에서 이건 긴 시간이 아니다.

/부바네스와르(인도)=최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