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철도 전성시대>
철도가 대한민국의 희망이다
高油價 ․ 친환경 시대를 맞아 철도가 부활하고 있다.
철도는 ‘녹색성장’의 견인차이자
미래 한국을 먹여살리는 新성장동력
연재를 시작하며
철도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油價(유가) 급등과 환경에 대한 관심 증대에 힘입어 전세계적으로 철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항공기와 자동차에 밀려 내리막길을 걷던 미국의 철도산업은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성장세로 돌아서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EU 각국은 ‘석유로부터의 탈피’를 촉진하기 위해 과감한 稅制(세제)개혁까지 단행하면서 교통체계의 중심축을 철도로 옮기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종래의 낙후됐던 철도체계를 선진화 ․ 고속화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투자의 鬼才(귀재) 워런 버핏이 진작부터 철도株(주)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 나아가 각종 첨단기술이 총집결된 프랑스의 TGV, 독일의 ICE, 일본의 신칸센은 철도산업이 얼마든지 新(신)성장동력산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철도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월간조선은 기획특집 ‘21세기는 철도 전성시대’를 연재한다. 이 기획을 통해 월간조선은 새롭게 약진하는 세계 철도의 현황을 돌아보고, 한국 철도의 현주소를 점검해 보면서 한국 철도가 나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태백산 현장에서 |
오후 2시 청량리를 출발한 강릉행 1637호 무궁화호 열차는 시속 20km 속도로 느릿느릿 시내 구간을 빠져 나갔다. 중앙선 시내구간은 여객열차와 화물열차, 서울지하철 1호선, 팔당까지 왕래하는 전철 등이 오가는 바람에 대단히 분주했다.
1637호 열차의 조종실에는 尹炳大(윤병대.31) 기관사와 尹貞九(윤정구.27) 부기관사가 근무 중이었다. 투박한 외형의 전기기관차는 윤병대 기관사가 움직이는 작은 레버에 의해 가속, 혹은 감속, 서행을 반복했다. 윤병대 기관사가 손을 앞으로 내뻗으며 “건널목 양호” “선로작업” “후부 양호” “진출 45km” “출발주의”라고 외치면 윤정구 부기관사는 이를 반복했다.
기관사 경력 5년째인 윤병대씨는 기계공학을 전공한 후 다른 직장에 다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 입사했다고 한다.
그가 기관사 시험에 응시했을 때는 20명 선발에 200명이 응시, 10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한다. 그가 운전하는 1637호 전기기관차 1량의 가격은 47억원. 그는 “이 기관차는 시속 150km까지 낼 수 있는데, 선로 사정이 좋지 않아 시속 90km가 최고속도”라고 말했다.
윤병대 기관사는 “팔당까지는 복선화 작업이 완료됐고, 올 연말에는 국수역까지, 내년 말에는 용문까지, 2012년이면 중앙선 전체의 복선 전철화 작업이 마무리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복선화가 끝난 팔당까지는 선로 사정이 양호했지만, 팔당을 지나 단선 구간에 들어서자 굽이굽이 이어진 곡선부로 인해 시속 50~60km로 감속 운행을 했다.
현재 청량리역에는 기관사 170명, 부기관사 180명등 350명의 기관사가 소속되어 있는데, 기고나사들은 4일 근무 이틀 휴무 체체로 움직인다고 한다. 윤병대 기관사는 “하루 8시간, 월165시간을 근무하는데, 출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고, 심야근무 등으로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1637호 열차 조종실에 기관사 경력 23년의 베테랑 기관사 김시복씨가 동승했다. 선로의 곡선 구간에는 250,300 등의 숫자가 쓰여 있었는데 金時福(김시복.청량리 기관차승무사업소 지도운용과장)씨는 “저 수치는 곡선 구배를 알리는 것으로, 숫자가 보이면 감속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기기관차는 디젤기관차에 비해 운전하기가 편하다”면서 “과거엔 기관사들이 새벽 별을 보고 출근했다가 새벽 별을 보고 퇴근하는 것이 일상사였는데, 요즘 기관사들은 과거 선배들에 비하면 좋은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637호 열차는 아신역에서 마주 오는 화물열차를 통과시키기 위해 잠시 대피했다가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기차가 원주를 지나 제천에 정차하자 윤병대 기관사와 윤정구 기관사가 내리고 제천역 소속 기관사가 탑승했다. 아울러 李五衡(이오형) 코레일 충북지사 안전환경팀장과 朴亨淳(박형순) 코레일 수송안전실 운영조정팀 차장이 탑승했다. 박형순씨는 태백선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이 있어 필자 일행을 안내하기 위해 열차에 오른 것이다.
석탄 운송 줄고 양회 크게 늘어
열차가 태백선 구간으로 들어서면서 긴 오르막의 여정을 시작했다. 이오형 팀장은 “과거 중앙선과 태백선은 태백 탄광 지역에서 생산된 석탄을 수도권으로 운송하는 산업선 역할을 수행해 왔으나 최근에는 동백산, 통리, 철암 지역에서만 소량의 석탄이 생산되고 있고, 태백선 석항역에 정부 비축탄 기지가 있어 40만t 정도의 비축탄을 가끔씩 철도 수송을 한다”고 설명했다.
석탄 물동량이 크게 줄면서 최근에는 화물의 90% 이상을 양회가 차지하고 있단다. 특히 성신양회와 한일시멘트 회사가 위치해 있는 충북 도담역의 경우 전국 기차역 중 화물취급량 1위라고 한다. 이오형 팀장의 설명.
“충북지사의 올해 예상 수입이 1123원인데, 그중 여객은 7%에 불과하고 93%는 화물운송 수입입니다. 여객수송용 열차는 운행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쌓이지만 국민 편의를 위해 운영하고 있는데, 그나마 제천~삼척 간 국도 38호선이 올 연말 개통되면 이 지역 철도이용객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예미역에서 조동역까지는 30/1000(1000m 당 30m의 경사도란 뜻)의 가파른 경사가 이어졌다. 박형순 차장은 “과거에 화물 물동량이 많을 때는 이 구간을 쉽게 오르내리기 위해 화물열차의 맨 뒤쪽에 보기(보조기관차)를 달아 운행했으나 물동량이 크게 줄면서 2년 전 보기를 전부 없앴다”고 말했다.
열차는 터널과 협곡을 다라 이어진 철길을 따라 숨가쁘게 달렸다. 박형순 차장은 “과거엔 비가 오면 태백선 지역에 낙석사고가 빈발했다”면서 “한번은 운행 중이던 기관차 옆구리에 낙석이 덮쳐 기관차가 탈선하고 기관사가 열차 밖으로 튕겨나가는 사고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열차가 사북을 지나 고한~추전사이에 뚫린 길이 4505m의 정암터널을 통과했다. 이어 철도 역 중 국내에서 가장 높은 지역에 위치한 추전역을 통과한 열차는 태백역에 도착했다.
金南局(김남국) 태백역장은 철도고를 졸업하고 1984년 추전역으로 발령을 받아 이 지역과 인연을 맺은 이래 정선 도계 등의 근무를 거쳐 아예 강원도민이 됐다.
김남국 역장의 회고.
“처음 이 지역에 왔을 때는 석탄 전성시대였습니다. 1986년 철암지역에서만 석탄을 만재한 하루 240~260량의 화차가 나갔어요. 화차 운영을 위해 철람역 직원이 300명이었는데, 철암역장은 陸士(육사)출신의 유명인사가 부임해 올 정도였어요. 철암역 한 곳의 석탄운송 수입이 순천지방철도청 수입과 맞먹을 정도였죠. 석탄합리화 바람을 타고 1990년대 초반부터 주요 탄광들이 문을 닫으면서 석탄 경기가 꺼졌습니다.
<<석탄산업과 철도 수송>>
해방 후 우리나라 석탄산업이 국가발전에 기여한 부분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1973년 78년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을 겪을 때도 석탄은 대체에너지 역할을 수행하여 위기를 넘기는 일등공신이었다. 吳源哲(오원철)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의 <에너지정책과 중동진출>이란 저서에는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국가경제 기여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해방 후부터 1995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석탄의 총량은 5억4711만t이다. 엄청난 양이다. 현재 時價(시가)로 계산해보자.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무연탄 값은 t당 약45달러다. 수입탄의 발열량을 6000kcal, 국산 무연탄의 발열량을 평균 4500kcal로 잡는다면, 칼로리 기준으로 환산해서 우리나라 무연탄 값은 t당 33.75달러가 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생산한 5억4711만t의 값은 185억 달러. 환율을 770원으로 가정하면 14조원이 넘는 액수가 된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무연탄이라도 생산하지 못했다면 185억 달러라는 막대한 외화가 소요됐을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무연탄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던 1950년대에는 약680만t의 석탄을 수입해 썼다. 당시 우리나라에 달러가 있을 리 없었다.
그래서 미국이 무상원조를 한 것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석탄을 수입하기 위한 미국으로부터의 무상원조를 영원히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1948년 정부가 수립된 직후부터 석탄개발에 적극 나서게 됐다.‘
광업계 인사들은 “오원철씨가 제시한 석탄의 부가가치 185억 달러는 단순한 석탄량만 계사한 것이라 축소지향적이다”고 비판한다. 그들은 “석탄생산과 관련한 연관산업의 부가가치 창출까지 합치면 500억 달러의 외화절약 효과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광업계 인사들은 석탄을 ‘救國(구국)의 자원’이라고 말한다. 실업자가 넘쳐나던 시대에 탄광과 관련사업 고용창출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었으며, 석탄생산으로 에너지 자립을 실현함으로써 수입대체 효과에 따른 외화절약, 그리고 석탄생산을 위한 전력, 철도, 도로의 건설, 그에 따른 국토의 균형발전도 무시할 수 없는 공로다.
무엇보다도 큰 공로라면 연탄의 대량생산과 보급으로 헐벗은 우리 산하가 푸름을 대찾게 된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광부들이 지하 막장에서 목숨 걸고 석탄을 캐서 연탄을 만들었고, 연탄을 국민연료로 사용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산림녹화에 성공한 나라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이 나라 석탄산업 관계자들을 어느 누구도 알아주는 이 없지만, 그들의 고군붙투를 통해 후손들에게 푸른 숲과 산림자원을 물려준 것이다. 우리는 석탄으로 연탄을 만들어 난방도 하고 밥도 지었다. 공장의 보일러를 돌렸고, 기관차 연료도 사용했다. 아무리 생산해도 여유가 없던 시절, 국가 지도자는 석탄증산을 위해 지하 수백m의 막장에서 목숨걸고 석탄을 캐내는 광부들을 ‘산업전사’라고 부르며 그들의 노고를 독려했다.
이런 석탄도 철도수송망이 없었다면 아무 쓸모가 없었을 것이다. 일제시대 일본은 태백 탄전지역의 석탄을 일본으로 실어가기 위해 철암에서 묵호(현재의 동해시)에 이르는 구간에 철암선을 건설했을 뿐 주요도시로 이어지는 철도노선이 없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직후부터 국가지도부는 태백 탄전지역의 석탄을 도시로 수송하기 위해 중앙선이 통과하는 영주에서 철암을 연결하는 영암선, 제천에서 영월을 거쳐 사북~고한~태백으로 이어지는 태백선 산업철도 건설에 나섰다.
1949년 4월8일 시작된 영암선 건설은 1950년 2월1일 영주~내성 간 14.1km가 부분 개통됐으나 6.25 전쟁으로 인해 중단됐다가 1953년 9월28일 공사가 재개됐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명령에 의해 공사현장에 건설공병대와 철도운영대, 수송대트럭과 중장비, 병력을 투입해 돌관공사를 감행한 끝에 1955년 12월30일 영주~철암 간 86.4km 구간이 완전 개통됐다. 이로써 태백 탄전지역에서 생산된 석탄이 영암선과 중앙선을 거쳐 수도권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다.
스위치백 현장
다음날 아침 석탄수송의 명맥을 잇고 있는 통리역과 국내 우일의 스위치백 시스템이 설치돼 잇는 통리~심포리~나한정역 구간을 답사했다. 통리역 근처엔 경동탄광이 아직도 가동 중이었는데, 하루 80량(4개 열차)의 석탄이 출고된다고 한다. 경동탄광의 석탄 물량 덕분에 통리역은 연간 100억원의 수송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해발 730m의 통리재를 넘어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가 나한정과 홍전역 구간에 설치된 스위치백(switchback) 현장으로 갔다. 스위치백이란 열차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선로를 연결할 수 없는 高低(고저)차를 가진 두 지역에 지그재그형 선로를 부설하여 열차가 이 구간을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오르내리게 하는 방식이다.
이 지역의 해발고도는 통리역이 680m, 심포리역 471m, 홍전역이 349m다. 일행이 홍전역에 들어서자 때마침 통리역에서 진행해 온 무궁화 열차가 홍전역 근무자가 출발신호를 보내자 이번에는 열차가 후진하여 경사진 비탈을 1.5km쯤 내려가 나한정역(해발 315m)에 진입했고, 나한정역에서 선로를 바꿔 직진으로 도계역(해발 245m)으로 진입했다.
박형순 차장은 “스위치백 설비가 너무 낡았고, 또 시간도 많이 걸려 동백산~도계군간에 루프식 터널을 뚫고 있는데, 올 연말이면 완공돼 내년부터 스위치백은 광광용으로 이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金璋淵(김장연) 도계역장은 “석탄공사 도계광업소에서 전에는 하루 화차 20~25량 정도의 석탄이 생산됐는데, 고유가 덕분에 생산량이 늘어 최근에는 하루 50량정도 출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도계역은 올해 40억원 정도의 수송 수입을 예상하고 있단다.
김 역장의 설명.
“석탄공사는 발전용 석탄은 해외에서 수입하여 발전소에 공급하고 있는데, 수입탄이 국내산보다 훨씬 싸요, 국내에선 채광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석탄을 생산하면 할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모순을 안고 있어요.”
일행은 도계역에서 강릉발 청량리행 1638호 무궁화 열차의 조종실에 올라 아까 지나왔던 스위치백 구간을 통과했다. 열차는 헉헉거리며 급경사를 기어올랐다.
터널 구간에서 간간이 누수현상이 발생, 물이 뚝뚝 떨어지기도 했다. 1638호 열차의 方文壽(방문수) 기관사는 “선로가 너무 노후돼 평균 시속 50~60km 정도로 운행한다”고 말했다.
가끔씩 폐광한 탄광들의 퇴락한 시설들이 나타났다. 잡초 무성한 저 폐광들도 화려했던 한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석탄생산이 절정에 이르렀던 시절, 철도역은 불야성을 이루었고, 산지에서 생산된 ‘검은 황금’이라는 석탄들은 태백선과 중앙선을 타고 방방곡곡으로 수송했다. 석탄이 빛나던 시절, 철도의 모습도 화려했다. 좋았던 시절은 다 가고 지금은 기존 철도 노선의 존폐 여부를 운위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철도의 과거 ․ 현재 ․ 미래 |
태백에서 영주, 안동을 거쳐 부산으로 가는 차내에서 우리나라 철도의 현실에 대해 정리를해 보았다. 우리나라는 광복이후 1960~70년대 초 태백선 지역의 철도 수송을 위한 선로 건설과 경부고속철도를 제외하면 새로운 노선을 건설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丁仁守(정인수) 코레일연구원장은 “1980년대부터 국가 교통정책이 도로 위주로 편향되면서 철도는 투자 부진 ->이용 불편->수송분담률 하락이라는 악순환 현상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원장의 설명.
“1970년대 이후 일반도로는 3.6배, 고속도로는 9.4배가 증가했으나 철도 연장은 3392km로 1980년에 비해 260km만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1962년부터 91년까지 경제개발 5개년 계획기간 중 철도투자는 도로투자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어요.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간 총 66조7594억원의 교통시설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졌는데, 그중 도로에 59%가 투자된 반면 철도 투자는 불과 22%였습니다. 국가기간교통망계획(2000~2019) 기간 중에는 총 335조원을 투자할 예정인데, 이 예산 중 도로투자가 55.5%인 반면 철도에는 28.1%만 배분되어 있어요. 이러니 철도가 낙후할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한국처도학회, 대한교통학회가 만든<중장기 철도정책 로드맵 마련을 위한 연구>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도로 교통에 의존한 결과 2007년 한 해에 자동차 증가로 인한 교통혼잡비용은 약24조원,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5.2명으로 선진국보다 훨씬 높고, 교통사망사고로 인해 약 9조1000억원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철도에 대한 투자는 턱없이 부족해 철도 현대화를 가름하는 전철화율은 전체의 53.5%, 복선화율은 41.3% 정도다.
그 결과 주요 간선철도는 선로 용량이 한계에 이르러 효율적인 열차운행이 곤란한 상황이다. 철도 영업거리는 EU 전체가 19만7544km, 독일이 3만5593km, 프랑스 3만1986km, 일본 2만20km인 데 비해 한국은 3399km로 인구당 철도영업거리는 OECD 29개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도시 철도 영업거리도 우리나라는 1인당 20.7km로 일본의 3분의 1, 파리권의 7분의 1, 런던권의 3분의 1 수준이다.
金天煥(김천환) 코레일 여객사업본부장은 “선진국가들도 1970~80년대까지는 도로 위주의 교통정책을 추진했으나 1990년대 들어 심한 교통정체, 환경오염, 고유가로 인해 도로보다 고효율, 저비용 수송체계인 철도 위주의 교통정책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9세기 철도가 산업혁명을 비롯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유전인자였다면 20세기는 자동차의 전성시대였고, 21세기에는 고유가와 온난화 덕분에 다시 철도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철도 르네상스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각국 정부는 자동차의 증가로 인한 환경오염과 교통체증의 심각성에 위기를 느끼고 자동차 수요억제, 대중교통 활성화, 환경편익이 큰 교통수단의 역할 증대를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정인수 원장의 설명.
“프랑스는 현재 1530km인 고속철도 영업망을 2025년까지 두 배로 확장하고 있으며, 스페인은 5개 간선 축을 새로 깔거나 기존 선로를 개량하여 고속철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도 주요 도시를 잇는 T자형 고속철도망 구축에 나섰고, 일본은 이미 건설된 2177km의 고속철도망 외에 총 12개선 3510km의 새 고속철도 노선을 건설 중에 있어요.
중국은 2007년 4월 ‘향후 3년간 1만7000km의 철도건설’을 발표했습니다. 중국은 티베트까지 가설된 칭짱철도를 인도 국경까지 연장공사를 하고 있는데, 이것이 완공되면 인도, 파키스탄을 철도로 연결하는 랜드 브리지(land bridge)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러시아도 2007년 9월 ‘러시아 철도교통 2030’을 발표, 2030년까지 시속 160~300km의 고속열차구간을 현재의 650km에서 1만800km로 증가시키고, 이중 1500km 구간은 시속 300km 이상으로 설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어요. 말하자면 석유를 수출하여 얻은 오일달러를 철도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는 전략이죠.“
철도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회자되는 것이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철도회사 벌링턴 노던 산타폐의 주식 매입이다. 워런 버핏은 “앞으로 철도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이 회사의 주식 18%를 매입했다고 한다.
김천환 본부장 설명.
“EU국가들의 1998년부터 2005년까지 교통투자 통계를 보면 철도분야에 1885억7300만 유로, 도로에 818억6400만 유로를 투자하여, 도로보다 철도에 2.3배나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도로 건설을 중시하는 우리와는 반대로 움직인 셈이죠.
EU국가들은 철도를 경제개발, 지역통합, 사회통합, 환경보호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현재 3200km인 고속철도망을 2020년까지 1만km로 연장한다는 계획을 추진중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젠 철도를 단순한 사회간접시설이 아니라 환경과 에너지, 사회간접자본이 집약된 교통수단으로 인식과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단위수송비: 도로 664원, 철도 66원
청인수 철도기술연구원장은 우리나라가 에너지 효율이 대단히 높고, 안전하며, 매연 발생이 제로에 가까운 철도투자를 등한시하고 고비용 저효율의 도로중심 수송체계에 의존한 결과 연간 국가물류비가 87조원으로 GDP 대비 국가물류 비중이 12.7%나 돼 미국(9.5%), 일본(9.6%) 보다 월등히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철도는 도로에 비해 경제성이 뛰어난 교통수단” 이라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고 도심지역에 인구가 집중되어 있어 철도교통에 유리한 상황입니다. 철도의 수송능력은 항공기의 4.5배, 승용차의 353배나 됩니다. 한 번에 935명을 실어 나르는 KTX의 서울~부산 간 에너지 비용(전기요금)은 110만원에 불과해요. 1만명이 서울~부산 간을 이동할 경우 KTX 연료비는 1400만원, 승용차 연료비는 3억원이 듭니다. 게다가 철도의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승용차의 215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안전해요. 1t의 화물을 1km 수송하는 데 들어가는 단위수송비는 도로가 664원인 데 비해 철도가 66원, 결론은 철도가 도로보다 훨씬 효율적인 운송수단이란 점입니다.”
金炯喆(김형철) 경원대 교수는 지난 7월23일 열린 ‘고유가 시대 철도의 역할’ 이란 열차 세미나에서 “철도의 에너지 효율성은 자동차의 20배 수준이며, 소음 등 환경비용은 도로의 4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철도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 온실가스 감축 문제다.
유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위원회 보고서(2008)에 의하면 해수면이 전 세계적으로 연간 1.8mm씩 상승하고 있는데, 주요 원인은 온실가스이며, 그중에서도 자동차 사용이 지구 온난화에 20% 정도 원인제공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럽을 중심으로 한 각국은 운송부문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지속가능한 교통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기 시작했다.
지난 7월23일 열린 ‘고유가 시대 극복을 위한 철도의 역할’ 세미나에서 金顯眞(김현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10위이고, OECD 내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 1위 국가”라고 말했다. 국내의 대기오염 배출량은 연간 328만2000t인데, 이 중 40%인 131만t이 도로 부문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온실가스 배출 비율로 보면 도로(84.5%)가 철도(0.9%)의 80배, 철도외 도로의 사회적 비용(대기오염, 온실가스, 소음, 토지이용, 교통사고, 혼잡비용 등)을 비교하면 도로가 철도의 40배 이상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김현진 교수는 “2012년 온실가스 감축 의무 당사국이 확대될 경우 멕시코와 함께 2차 감축 대상국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도로 위주의 교통체계에서 철도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7월9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개최한 ‘지속가능 교통정책 국제심포지엄’에서 한국교통연구원의 박진영 연구원은 “국내 비상업용 승용차의 통행수요를 10% 감축시켜 대중교통으로 전환하면 연간 413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899년 경인선 개통으로 철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6.25 때 유엔군이 군사작용으로 디젤기관차를 도입했고, 2004년 4월 고속철도 개통으로 우리나라는 프랑스, 일본, 독일, 스페인에 이어 시속 300km의 초고속 철도시대를 맞았다.
특히 4차 국토종합계발계획(2000~2020)에서 철도와 관련된 다양한 계획이 포함되어 있는데, 주요 내용은 2010년까지 경부선 전 구간 고속선로를 완공하고, 그 후에는 기존 경부선을 화물위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또 철도 노선의 개량과 신설을 통해 철도 수송 분담을 높이기 위해 철도영업연장은 현재의 약1.6배에 이르는 5000km 건설, 복선화율은 약2.8배에 이르는 82%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계획은 대규모 건설과 투자가 수반되어야만 달성할 수 있는 ‘희망적인’ 목표치다.
劉才榮(유재영) 코레일 기획조정실장(전 부산지사장)은 “지금까지 철도 관련 투자는 늘 다른 시급한 국가과제에 밀려 호남선 전철화에만 30년이 걸렸을 정도”라면서 “철도 건설을 위한 정부의 비장한 각오와 의지 없이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철도기반시설과 열차운행을 분리하는 철도구조개혁을 단행, 2004년 1월에 신설된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철도 인프라 시설을 담당하고, 2005년 1월에는 철도 운영을 담당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설립했다. 그러나 코레일은 철도 인프라 건설에 따르는 수천억원의 비용을 매년 ‘선로사용료’라는 항목으로 납부하고 있어 경영부실의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유재영 기획조정실장은 “지난해 코레일이 정부에 낸 선로사용료가 6600억원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철도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초기 투자비가 크고 자산의 유지 관리 운영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선진국들도 철도 운영으로 돈을 벌어 건설 부채를 상환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철도운송수입으로는 총 비용의 58% 정도를 충당할 정도예요. 고속철도 건설 과정에서 수익성을 과다하게 예상하여 고속철도 부채 약10조원(운영부채 4조5000억원, 시설부채 5조5000억원)을 철도운영자가 전액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막상 개통 후 수요는 당초 계획의 절반 이하를 유지하고 있어 경영상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코레일은 고속철도 총 건설비와 매년 발생하는 유지보수 비용 약21조원을 20년간 회수한다는 전제하에 고속철도 영업수익의 31%를 선로사용료로 내고 있는데, 고속철도 부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코레일은 재정파탄에 이르러 국민과 국가 부담으로 전가될 우려가 큽니다.”
국가가 철도 부채 해결해줘
코레일 측은 외국의 철도 구조개혁 과정에서 부채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자료로 만들어 보내왔다. 자료를 보니 일본은 309조원, 독일은 42조원, 프랑스는 37조원의 철도 부채를 탕감하고 철도 구조개혁을 진행했다고 되어 있었다. 또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는 구조개혁 이후에도 수지 균형을 위해 사용료 면제, 조세 감면 등의 방식으로 매년 2조~6조원 정도를 정부에서 지원해주고 있다고 한다.
철도 시설과 관련된 또 하나 문제는 차별적인 국고지원 문제다.
정인수 연구원장의 설명.
“국가 SOC 건설 과정에서 국고지원 비율을 보면 고속도로는 50%, 신공항 50%, 국도는 100%지만 고속철도는 35%밖에 지원하지 않습니다. 또 국도의 유지보수는 100% 국고로 시행하고 있으나 철도는 유지보수비를 철도운영자가 부담하고 있어요.”
철도 물류의 현장 |
부산에 도착해 철도 물류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부산역과 부산진역, 신선대 컨테이너 터미널과 신선대역, 양산의 내륙 컨테이너 기지(ICD ․ Inland ․ Container Depot), 부산 신항만을 찾아갔다. 趙仁植(조인식) 전 부산역장(現 광주역장)은 “화물연대 파업 이후 컨테이너 수송량이 120% 정도 늘었지만 경기부진 여파로 승객이 감소하고 있어 걱정”이라면서 이렇게말했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계속 녹자 스위스 정부는 ‘빙하가 녹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슬로건 아래 교통수요를 철도로 돌리기 위해 다향한 정책을 펴고 있어요. 친환경적인 철도 비중을 늘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 빙하 녹는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다는 발상입니다.
우리도 대중 교통정책을 철도에 우선하는 선진국의 사례를 본받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코레일 부산지사는 부산역은 여객 전용, 부산진역은 화물 전용으로 이원화 운영을 하고 있었다. 조인식 전 부산역장은 부산역은 하루 평균 수송 인원이 약4만명인데, 하계휴가 시즌에는 최대 8만명이 이용해 대단히 번잡했다고 설명했다. 하루 평균 수입은 5억3200만원, 연간 1953억원으로 코레일 전체 수입의 12%를 차지하고 있단다.
KTX 2단계 공사에 맞춰 부산역사 증축을 진행 중인데, 새로운 역사는 2010년 9월 말 완공 예정이라고 한다.
부산역을 둘러본 후 신선대 컨테이너 터미널로 이동했다. 신선대 컨테이너 터미널의 영업팀에 근무하는 이하늘씨는 “신선대 부두에는 총 길이 1.5km, 5개 선석이 마련되어 있는데 수심이 14~16m로 최대 8900TUE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으며, 야적장에 5만8000TUE를 보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침 5번 선석에 입항한 파나마 선적의 5100TUE급 컨테이너선 APL 어드벤테이지호(길이 260m)가 하역작업을 하고 있었다. 신선대 터미널은 시간당 33~35개의 컨테이너 탑재 및 하역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하늘씨의 설명에 의하면 중국 상하이 앞바다에 개장한 거대규모의 양산항이 올 여름 짙은 해무로 선박의 입출항 및 하역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졌다고 한다.
덕분에 양산항이나 칭다오항을 이용하던 여러 선사들이 신선대 터미널로 옮겼다고 한다.
칭다오 항의 경우 하역에 10일 이상 걸리는 반면 신선대 터미널은 12~14시간이면 작업이 완료돼 효율적이란 판단을 했기 때문이란다.
부산항 鐵送 실적 11%에 불과
부두에는 컨테이너를 끄는 대형 트레일러들이 쉴 새 없이 들어와 컨테이너를 싣거나 하역된 컨테이너를 끌고 나갔다.
신선대 터미널 북쪽에는 철도수송을 위한 신선대역이 마련되어 있었다. 신선대역에서 부산진역까지 거리는 6km에 불과하지만 그 사이에 총 22개의 건널목이 있어 평균 운행속도는 시속 25km에 불과하다. 신선대역의 하루 작업 가능량은 약400량 정도. 그러나 경쟁 측면에서 볼 때 컨테이어의 鐵送(철송)은 트럭 운송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트럭 운송은 배에서 하역된 컨테이너를 원 스톱으로 트럭에 배달해 주는 서비스(door to door 서비스)가 가능하다. 반면 철도 수송을 하려면 하역된 컨테이너를 트럭에 싣고 2km 정도 떨어진 신선대역까지 옮긴 다음 다시 크레인으로 들어 화차에 탑재해야 한다.
그 후 컨테이너를 실은 화차를 신선대역에서 부산진역까지 끌고 가 부산역에서 지역별로 화차 편성을 한 후 선로가 덜 붐비는 야간시간대까지 대기했다가 심야시간대에 수송된다.
때문에 문전까지 총시간과 비용을 따질 경우 트럭과 운임은 비슷한 반면 운송시간은 아무리 빨라도 24시간이 넘으니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하늘씨는 “鐵送(철송)의 경우 비용이나 시간 등 번거로움이 많아 대부분의 화주들은 트럭 수송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부산진역은 거대한 컨테이너 야적장이었다. 李相珍(이상진) 부산진역장은 “24시간 풀가동 체제로 운영되는 우리 역은 하루 최대 1140량(2280TEU)의 컨테이너 처리가 가능하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부산항 전체의 컨테이너 처리 실적은 1326만1484TEU였는데, 이 중 철송은 79만9236TEU로 전체 물동량의 10.7%에 불과했어요. 올해는 전년 동기보다 약간 늘어 11.4%를 기록 중인데, 올 화물수송 수입 목표는 341억원입니다. 주로 대량의 화물, 중량이 많이 나가 도로 수송에 문제가 있는 화물들은 철송을 선호합니다.”
부산진역의 하루 적정 수송량은 900량인데, 현재 1140량까지 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상진 역장은 “물량이 더 늘어도 포화상태에 이른 선로상태 때문에 화물열차 추가투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구 온난화를 막고 친환경시대라는 시대적 과제로 볼 때 철도의 화물수송능력이 더 늘어나 교통체증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경부선 선로가 포화상태인 데다가 연계수송망이 발달하지 않아 철송은 한계에 부딪쳤어요. 하루빨리 KTX 2기 공사가 완료되어 기존의 경부선 선로를 화물 전용으로 돌리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봅니다.”
부산진역에서 하 시간 정도 이동하여 양산 ICD로 갔다. (주)양산ICD의 李洪秀(이홍수) 부장은 “양산 ICD는 부산항의 컨테이너 야적 공간이 부족한 것을 해소하고, 도심 곳곳에 분산되어 있는 컨테이너 야적장을 한곳에 모아 물류비를 절감하고 부산시내 교통난 해소를 위해 건설된 내륙 컨테이너 기지”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95만㎡에 달하는 규모에도 불구하고 활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항만과 너무 먼 곳에 떨어져 있어 ICD까지 컨테이너를 끌고 오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데다가, 들고 나는 물동량이 줄면서 이용률이 급격히 저하된 탓이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철도수송 수요도 전체 물동량의 3~4%에 불과, 수백억원을들여 건설한 철도역과 선로는 거의 놀고 있는 형편이었다. 당초의 설립 취지와는 달리 양산 ICD는 현재 빈 컨테이너 보관소 기능에 머물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부산 신항만의 본격 개장이다. 항마 배후에 거대한 야적장이 마련되어 있는 부산 신항만 전체가 완공되어 정상 가동될 경우 양산 ICD의 존재가치는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철도 가설이 안된 부산 신항만
취재진은 양산 ICD에서 부산 신항만으로 이동했다. 동북아의 허브(hub)항만, 유러시아 관문 항만(Mega hub port)을 목표로 건설 중인 부산 신항만은 1995년부터 2011년까지 16년 간 총 10조6440억원을 투입하여 27선석, 총 7..5km의 컨테이너 전용부두를 건설 중이었다. 신항만의 수심은 16m로 1만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27척이 동시 접안 가능하다고 한다. 연간 컨테이너 목표 처리량은 965만TEU. 배후에 종합물류단지도 조성 중이다.
부산항은 2004년까지는 전세계 물동량처리 5위를 기록했으나 중국 양산항에 황적물량을 빼앗기면서 6위로 밀려났다. 이에 우리 정부는 동북아 역내 컨테이너선의 전진기지로 만들자는 차원에서 부산 신항만 개발에 나섰다. 부산신항만주식회사의 김은수 기획지원팀 차장은 “현재 부산신항만은 2006년 6개 선석을 개장하여 운영 중인데, 머스크,UASC 등 주요 선사들이 들어와 있으며 올해 190만TEU의 물동량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거대한 하역시설이 들어선 부두는 수많은 배들이 하역작업을 하고 있던 신선대 터미널과는 달리 텅 비어 있었고, 부두는 적막에 싸여 있었다.
6선석이 개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터미널이 썰렁한 이유를 묻자 김 차장은 “부산 신항만과 외부를 연결하는 배후 도로와 철도망이 아직 건설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수 차장의 설명에 의하면 부산 신항만에서 삼랑진까지 38.8km의 배후철도망이 계획되어 있으며, 2010년에 1단계로 단선 개통, 2011년에 복선을 개통할 계획이라고 한다.
예정대로 배후철도망이 완공되면 부산 신항만의 전체 화물 중 18.4%를 철송으로 처리할 예정이라는것. 이는 기존의 부산항 철송 비율(약11%)보다는 약간 높은 수치다.
김 차장의 안내로 신항만 내의 철도역 예정부지를 둘러보았다. 이미 컨테이너를 화차에 싣고 내리는 데 필요한 크레인 시설은 완비되어 있었으나 레일이 깔려 있어야 할 곳은 텅 빈 채 자갈들만 뒹굴고 있었다. 김은수 차장은 “신항만을 이용하는 여러 화주들이 ‘철송을 하고 싶은데 언제쯤 가능한가’며 묻는 분들이 많다”면서 “하루빨리 배후 철도망이 연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부두는 개장했지만 이와 연계된 교통망은 언제 이어질지 기약이 없으니 비싼돈 들여 지은 항만이 제 구실을 할 수가 있겠는가.
현대로템 창원공장 |
국내 유일의 철도차량 전문 제작회사인 현대로템 창원공장을 방문했다.
쇠붙이를 다루는 회사들의 경우 분위기가 삭막한 것이 일반적인데, 현대로템은 조경을 잘해 놓은 덕분에 마치 공원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과거 국내 철도차량은 현대중공업,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세 회사가 경쟁체제로 운영되다가 외환위기 직후 ‘빅딜 1호 사업’으로 3사의 철도차량 부문을 통합하여 현대로템이란 회사로 재탄생했다.
張源峻(장원준) 현대로템 창원공장 공장장(전무)은 “우리 회사는 기관차, 전동차, 객차 등 철도차량분야, 전차, 장갑차 등을 생산하는 플랜트 분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연 매출액 1조7000억원 중 철차 분야가 8500억원 정도로 절반을 약간 넘는다”고 설명했다.
철차분야의 싱산제품은 각종 철도차량을 비롯해 전동차, 디젤기관차, 전기기관차, 그리고 고속철도 차량이다. 연간 전동차 760량, 기관차 100량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공장은 용접 로봇을 비롯한 자동화 설비 덕분에 근무자가 별로 보이지 않았다.
金鍾喆(김종철) 철차공장장(상무)은 “요즘은 철차 제작에 일반 판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알루미늄이나 스테인리스 차량이 주종을 이루는데, 주요 생산품 중 알루미늄 차량이 30%, 스테인리스 차량이 70% 정도”라고 말했다.
올 10월 코레일에 납품될 KTX-2 차량도 알루미늄 차체로 제작됐다고 한다.
작업장 곳곳에는 캐나다, 아일랜드, 미국, 터키, 브라질, 카자흐스탄 등의 국기가 꽂혀있었다. 그것은 이 작업장에서 만드는 제품이 해당 나라에 수출되고 있음을 알리는 표지였다.
김종철 상무는 “현대로템은 현재 33개국에 전동차와 기관차를 수출하고 있고, 미국과 터키, 인도에 현지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경우 그 나라에서 운행 중인 정동차의 66%가 현대로템 제품이라고 한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철도차량은 다른 차량에 비해 더 우람해 보였다. 김 상무는 “국내 차량의 1량 길이는 20m인데 비해 국토가 넒은 미국 차량은 26㎡”라고 설명했다. 아일랜드에 수출된 차량은 IT기술이 접목되어 기관석에서 전체 차량 좌석의 탑승자만 명단을 파악할 수 있도록 16개의 특수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접목됐다고 한다.
김종철 상무는 “철도차량은 수요자들마다 원하는 규격이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따르는 설계를 새로 해야 하는 등 연구개발 인력이 많이 필요하고, 표준화가 거의 불가능해 엔지니어링 코스트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즉 주문자가 원하는 대로 새로 제품을 설계해서 제작을 해줘야 하는 업종의 특성 때문에 영업 이익률이 매출액의 2%에 불과할 정도로 낮아 지속 성장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한다.
현대로템은 이미 시속 350km의 고속 전철 개발에 성공했고, 시속 400km 이상의 고속전철을 연구 개발 중이라고 한다.
공장 한쪽에서는 10월에 납품될 KTX-2 차량의 내장 작업이 한창이었다. 현대로템은 현재 경부선과 호남선에서 운행 중인 KTX-1 차량을 기술도입 방식으로 720량 제작하여 코레일에 납품했는데, 이 당시 축적한 기술을 토대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KTX-2 차량을 독자 개발 ․ 생산하여 코레일에 190량을 납품하게 된다고 한다.
마무리 의장작업이 한창인 KTX-2 차량은 우리나라 고유의 魚種(어종)인 산천어 형상을 하고 있어, 상어 형태의 늘씬한 KTX-1 앞머리와 비교하면 약간 투박하게 보였다. 내부로 들어가 보니 의자배열이 KTX-1 차량보다 더 넓었고, 의자가 360도 회전하도록 되어 있으며, 장애인용 화장실이 별도로 설치되는 등 기존의 차량과는 많이 달랐다.
김종철 상무의 설명.
“KTX-1이 20량을 1편성으로 운영하는데 비해 KTX-2는 10량 1편성이 기본입니다. KT-2는 처음부터 순수한 독자 기술로 개발됐기 때문에 KTX-1과는 개념이 많이 다릅니다. KTX-1의 경우 20량에 935석의 좌석이 있으나 KTX-2는 10량에 384석으로, KTX-1보다 1량당 두 줄의 좌석이 줄었습니다. 덕분에 좌석 앞뒤 공간이 넓어져 승객들이 더 쾌적한 여행을 활수가 있죠. 우리는 자체 개발한 KTX-2차량 기술을 가지고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상파울루 간 412km), 터키(앙카라와 주요 4개 도시 연결 1639km), 러시아 등 해외 고속전철 건설사업에 참여하길 회망하고 있습니다.”
영업 담당인 장현교 이사는 “세계 철도 시장은 빅3인 지멘스, 알스톰, 봄바르디에와 일본 업체들이 전체의 70%를, 고속철도 시장은 100%를 독점하고 있어 후발기업들이 시장을 뚫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원준 공장장도 “현재 현대로템은 전동차 분야에서 세계 3위에 올라 있는데, 철차 시장 전체를 놓고 볼경우 시장점유율이 2%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의 세계시장 점유율 2%
무엇보다 힘든 것은 세계 각국이 自國(자국) 시장 보호를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비관세 장벽을 치고 있다는 점이다. 장원준 공장장은 “일본의 철차 시장엔 교묘한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어 외국 기업 진출이 불가능하며, 프랑스는 파산위기에 봉착한 대표적인 철차 메이커인 알스톰을 국가가 지원하여 회생시켰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자국에 수출하는 철차의 경우 ‘바이 아메리차’(Buy America) 정책에 의해 의무적으로 미국산 부품 및 원료를 60% 이상 사용해야 하며, 최종 조립은 미국에서 미국인에 의해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입찰방식을 규제하거나 기술 환경 규격을 域內(역내) 국가들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어 놓았으며, 중국은 수입 철차의 경우 70% 이상 자국 부품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장원준 공장장은 “각국은 겉으로는 ‘철차는 자유경쟁 시장’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철저한 보호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각 지자체의 경전철 사업을 아무 견제장치 없이 개방하는 바람에 전 세계 졍전철 시장의 각축장으로 변했다”고 아쉬워했다.
뿐만아니라 일부 중전철 분야도 해외 선진업체들이 사업권을 따냈다고 한다.
자료를 보니 인천공항철도는 미쓰비시, 용인 경전철 사업은 봄바르디에, 의정부 경전철은 지멘스, 온양선 전동차는 히타치, 광명 경전철은 미쓰비시 등이 사업권을 가져갔다. 이대로 가다간 국내 유일의 철차 메이커인 현대로템은 홈 그라운드 시장을 해외 업체에 다 뺏기고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철도 전문가들은 “국내 철도차량 메이커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철차 분야 매출이 연간 1조5000억원 정도 이상 되어야 규모의 경제성 면에서 경쟁이 가능하다고 보는데, 현대로템의 경우 철차분야 연간 매출액이 8500억원 정도에 불과, 앞으로도 매출을 두 배 정도 더 늘려야 할 상황”이라면서 “국내 유일의 철차 메이커가 시장개방에 대응하고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당분간 국내 시장을 보호하는 예방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KTX 조종실에서 |
부산에서 서울로 향하는 KTX에 오르기 전에 유재영 코레일 기획조정실장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유 실장은 “철도 화물의 경제성 확보를 위해서는 1편성당 화차의 량을 늘려야 하는데, 우리는 철도역 대피시설 등의 문제로 30~35량을 1편성으로 운영하고 있어 경제성 확보가 쉽지 않다”고 했다. 또 기존 선로가 포화상태라서 추가로 화물열차 투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유 실장의 설명.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1편성에 100량이 넘는 화차를 운영하고 있는데, 소형 선박 하나가 움직이는 것과 맞먹는 셈이에요.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고 산악지형이 많아 철도 건설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도로 위주의 인프라를 건설하는 바람에 철도는 경제성을 잃고 말았어요. 이제 이명박 대통령의 선언처럼 녹색성장 시대가 도래한 만큼 철도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때입니다.”
20시 20분 부산역을 출발한 서울행 KTX 제170열차(기장 張正杰)는 덜컹거리며 시내 구간을 빠져나갔다. 부산에서 동대구역까지는 아직 고속철도 전용 선로가 완성되지 않아 기존의 경부선 선로를 이용해 KTX가 달렸다. 林炳玉(임병옥) 수도권철도차량관리단장의 설명에 의하면 현재 KTX는 20량을 1편성으로 하여 운행하고 있는데, 1편성의 전체 길이는 388m, 한 편성의 열차가 만석이 됐을 경우 총935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다고 한다.
코레일은 주중에는 하루 36편성, 주말에는 41편성을 운영 중이라고 한다.
임병옥 단장은 “2004년 4월 개통 시에는 정시 운행률이 87.6%에 불과했으나 올 2분기에는 98.1%로 높아졌고, 고장 건수도 개통 초기 81건에서 지난해엔 28건으로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정시율 98.1%는 5분 이상 늦는 �차가 100대 중 2대 미만이란 뜻이다.
KTX열차의 견인동력은 1만3560kw로 1만8200마리의 말이 끄는 힘과 비슷하다. 멈춰섰던 KTX가 시속 300km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가속 거리는 20km, 선로는 이음매가 없는 300km의 긴 레일을 사용한다고 한다.
기차가 동대구역에 진입했을 때 필자는 코레일 측의 협조를 얻어 동대구에서 대전역까지 제170열차의 조종실에 탑승했다. 張正杰(장절걸.39) 기장이 필자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동대구역을 빠져나간 KTX는 계속 경부선 기존 선로를 120~130km 속도로 달렸다. 객실에 있을때는 실감이 나지 않아Twlks 조종실에서 바라보는 경부 선로는 굴곡이 심하고 民家(민가)가 인접해 있어 제대로 속력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고속선, 기존선 혼재된 동대구~대전 구간
장정걸 기장은 “동대구에서 양목까지는 기존선로를 이용하다가 신동에서 고속선로로 올라가 시속 300km로 달린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동대구에서 대전역까지는 45분 거리인데, 시속 300km를 낼 수 있는 구간은 불과 6~7분에 불과해요. 옥천에서부터 다시 기존선로를 이용해 대전역에 진입합니다. 서울~부산 간 고속철도는 광명에서 대전까지, 그리고 옥천에서 신동까지의 240.4km 구간만 고속선로가 깔려 있을 뿐 나머지는 경부선 선로를 이용하고 있어 기존선로의 병목 현상이 심각해요.”
특히 시흥~서울역 구간은 경부, 호남 방면 KTX외에 장항선, 수도권 전철 등이 함께 이용하고 있어 더 이상 열차 투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한다.
커브를 돌 때마다 차량이 덜컹거리고 심하게 흔들렸다. 장정걸 기장은 “원래 KTX는 전용 고속선으로만 다니도록 되어 있는데, 기존 선로도 달리기 때문에 차량 부품의 마모가 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목을 지나 신동에서 고속선로로 올라서자 마치 승차감이 좋지 않은 화물차에 시달리다 벤츠를 탄 듯 미끄러져 달리기 시작했다. 계기판을 보니 시속 260km, 1분여 가속을 하자 시속 298km가 찍혔다. 장 기장은 “KTX 차량은 시속 330km까지 주행이 가능하지만 안전 문제 때문에 300km 미만으로 운행한다”고 말했다.
고속선로는 곳곳이 터널 구간이었다.
황악터널의 경우 길이가 9.8km, 새로 건설 중인 동대구~부산 구간의 금정터널은 20km 넘는다고 한다. 조종실에서 느끼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멀리서 마주 달려오는 KTX 열차의 불빛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
장정걸 기장의 고향은 경북 영주로, 현재는 가족들과 함께 경북 김천에서 살고 있단다.
그는 “오늘 아침 근무를 위해 김천 집에서 새벽4시에 나와 대전까지 무궁화호로, 대전에서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가 조종하는 제170열차가 김천 지역으로 들어섰을 때 장 기장은 기적을 ‘붕’하고 울렸다.
그는 한 아파트를 가리키며 “저곳이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곳”이라며 “내가 탄 열차가 집앞을 지날 때마다 가족들에게 내가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기적을 울린다”고 말했다.
열차이용객 크게 늘어
가끔씩 열차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장정걸 기장은 “워낙 고속으로 달리기 때문에 공기 밀도가 조금만 달라도 롤링현상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장 기장의 설명에 의하면 현재 KTX 기장은 350여명이라고 한다. KTX 개통 당시 까다로운 조건을 거쳐 선발된 KTX 기관사들은 일반 기관사들과는 달라야 한다는 차원에서 명칭을 ‘기관사’ 대신 ‘기장’으로 하기로 했단다.
장 기장은 국내에서 운행중인 육상 교통수단 중 가장 스피드가 빠른 KTX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의 프라이드가 대단했다.
장 기장의 설명.
“얼마 전 기관사들이 근무 편의를 휘해 정복 대신 점퍼로 복장을 바꿨지만 KTX 기장들은 끝까지 정복 착용을 고집해씁니다.”
KTX는 1인 운전 시스템이다. 장 기장은 양 손가락으로 운전대 옆족의 단추를 누른 채 전방을 주시했다. 기장이 단추에서 손을 3초 이상 때면 경보가 울리고, 10초 이상 손을 때면 조종석에 내장된 컴퓨터가 기장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간주, 자동으로 열차를 제동하도록 고안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4년 고속철도 개통으로 세계 4위의 철도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현재 시속 250km 이상으로 운영되는 고속철도 네트워크 규모는 일본이 2387.5km, 프랑스 1395km, 독일 857.5km, 한국 240km다.
조종실에는 각종 계기판과 장비들이 있고, 조종실 뒤편에는 동력장치, 제동장치 등이 가득 실려 있었다. 장 기장은 조종실에는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탑승 전에는 커피나 우유, 음료수 등을 마시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운행중인 KTX는 20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만석일 경우 한 번에 935명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대형 교통수단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KTX가 개통되면서 철도로 수송수요가 많이 이동하여 경부고속도로의 교통체증이 줄었다고 해요.”
통계를 보니 고속철도 개통 후 경부고속도로 승용차의 수송분담률은 2.7% 감소한 반면 철도는 22.9%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두바이유가 100달러를 넘어선 올 3월부터 5월까지 총 열차이용객은 2743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만8022명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코레일에 의하면 올6월 한 달 동안 900만7164명이 기차를 이용해 2001년 6월 이후 7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7~8분 정도를 시속 260~300km를 넘나들며 질주하던 제170열차가 서서히 감속을 하기 시작했다. 옥천에서 다시 고속선로가 끊겨 기존선로로 내려왔고, 시속 30km의 속도로 대전역으로 진입했다.
속도 ․ 공간 ․ 지식
자료를 보니 현재 진행중인 경부고속철도 2차 사업은 2010년 12월 광명역에서 부산까지 고속선로 전 구간이 개통되어 서울서 부산까지 2시간10분~2시간20분대에 주파가 가능해진다고 한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대전역 도심구간은 지상화하기로 결정했지만 대구역 도심구간은 아직도 지하화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을 향해 달리는 KTX 안에서 도대체 지금까지 경부고속철도에 18조원이 넘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도 기존선과 고속선을 곡예하듯 운행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자료를 확인해보니 경부고속철도는 건설기간이 처음엔 8년으로 예상됐으나 12년으로 6년이 늘었고, 사업비는 당초 5조8000억원에서 18조4000억원으로 3.2배 증액, 이용객 수는 19만명 예상에서 7만여명으로 줄어드는 등 심각한 차질이 빚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고속철도 건설비는 최소로, 이용수요는 최대로 예측한 데다가, 출발역을 광명역에서 서울역으로 변경하는 등 잦은 설계변경으로 인해 절름발리 형태로 변칙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미증유의 高油價(고유가) 현상과 친환경 그린성장 시대를 맞아 철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지만 우리의 철도 현실은 암담했다. 만약 20여 년 전 노태우 정부가 고속철도 사업이라도 추진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우리의 철도는 어떤 상황을 맞게 됐을까.
필자는 대학 재학 시절 용산역에서 역마다 정차하는 비둘기호 야간열차를 타고 11시간 만에 부산에 도착한 경험이 있다.
19세기 증기기관차의 속도는 시속 20~25km였다. 이 정도 스피드를 내는 기차를 보고 독일 시인 하이네는 “철도에 의해 공간은 살해당했다”고 토로했다.
이제 KTX를 이용하면서 서울서 부산까지 2시간 40분대면 도착하고, 2010년이면 그나마도 2시간으로 준다.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라는 저서에서 미래에 부를 창출할 수 있는 힘으로 속도, 공간, 지식을 꼽았다. 과거에는 덩치가 큰 것이 작은 것을 제압하는 시대였다면 미래는 속도가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이기는 시대다. 따라서 경쟁에서 앞서려면 속도를 장악해야 한다.
우리의 철도정책은 투자재원의 한계, 연계수송망 마비, 철도노선 부족 등으로 한계에 직면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철도산업에는 매년 건설부문 약4조원, 차량부분 1조원 등 5조원 정도가 투자되고 있다. 그러나 건설부문은 토목이 거의 대부분이고, 차량부문은 차량제작회사인 현대로템을 중심으로 영세한 중소 부품회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철도학회와 대한교통학회가 <중장기 철도정책 로드맵 마련을 위한 연구>를 위해 일반인과 전문직종 근무자, 철도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들 중 81.4%가 여객수송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교통수단으로 철도를 꼽았다. 또 철도의 최대 장점으로 안전성(42.1%)과 정시성(32.2%)을 들었으며, 응답자의 92.5%가 철도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철도이용의 불편사항 중 가장 큰 원인은 ‘철도노선 부족’이며 철도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투자 확대(50.9%), 정책의 확립(16%), 기술 발전(12.9%)을 꼽았다.
‘그린 성장’이 가능하려면
남북 철도 연결을 통해 시베리아 횡단 열차(TSR), 혹은 중국 철도(TCR)와 연결하여 유럽지역까지 철도수송 문제도 현안중의 하나지만, 북한 지역의 철도 인프라가 워낙 낙후되어 최고속도가 60km에 부롸한 등 정상 가동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李容相(이용상) 우송대 교수는 우리나라 철도가 안고 있는 고질병으로 접근성, 연계성, 편리성 부족을 들었다. 이런 고질병은 철도가 수요자 위주가 아니라 공급자 위주로 건설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우리도 하루빨리 자동차교통을 억제하는 신교통정책이 시해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혼잡통행료 확대실시, 주차제한구역을 확대함과 동시에 도시철도를 대대적으로 확충하여 교통인구를 철도 쪽으로 흡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新(신)고유가 시대를 맞아 선진국들은 “석유를 쓰는 경제성장은 성장이 아니다”란 인식 하에 ‘그린 성장’(green growth), 즉 오일 사용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영국은 국가가 도로교통량을 감축법을 만들어 도로교통 수요를 억제하고 있으며,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휘발유 가격을 L당 2500원으로 올려 석유소비를 줄이고 있다. 런던의 도심주차비용은 월 117만원으로 인상했으며, 지난해부터 런던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부과하는 혼잡통행료를 변경하여 배기량 3000cc 이상 차량, 이산화탄소를 km당 225g 이상 배출하는 차량은 하루 25파운드(5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이처럼 가혹한 제도를 통해 도로에 의존하던 교통수요를 철도 쪽으로 유인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가 ‘철도 르네상스’라는 호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의 여부는 철도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철도 인프라에 대한 효울적인 투자 여부에 달려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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