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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관.전문가 한국 경제 평가 엇갈려

화이트보스 2008. 10. 24. 14:27

외국기관.전문가 한국 경제 평가 엇갈려

"한국 경기후퇴 걱정 기우" "금융위기에 여전히 취약"


(베를린.뉴욕=연합뉴스) 김경석 김현준 특파원 해외 경제전문가들과 언론 및 투자조사기관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의 경기후퇴 걱정은 기우이며 금융시장이 상대적으로 건실하다는 의견도 있고, 여전히 취약한 금융시스템으로 인해 제2의 금융위기로 향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독일 헬라바 은행은 23일 한국은 해외 차입 여건이 크게 악화하지 않는 한 경기하강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평가했다.


은행은 '한국, 살얼음판 위에 있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많은 대외부채, 경상수지 적자, 원화가치 폭락 등 최근 한국의 상황 전개가 아시아 금융위기 직전인 1996년을 떠올리게 하고 있으나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감안할 때 당시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라면서 기업들이 부채를 크게 줄였고 은행들은 자본과 이익을 확대하는 등 민간분야도 건실하다고 분석했다.


외환보유액이 1996년 340억 달러에서 2천400억 달러로 급증해 대외지급의무, 원화방어, 유동성부족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고, 기업 부채비율 감소와 은행의 부실여신 축소, 자본기반 강화, 수익성 향상 등으로 미국.유럽 금융기관들의 파산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따라서 한국은 "해외차입 여건이 심각하고 지속적으로 악화되지 않고,여기에 대북관계만 나빠지지 않으면 경기후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당시보다 훨씬 안정된 상태에서얼음판 위를 달려가고 있지만 아직은 탄탄한 강기슭까지는 도달하지 않았다"며 "만약 세계 금융시스템에 다시 깊은 틈새가 나타난다면 한국 경제 아래의 얼음도 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독일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 도이칠란트는 22일 한국이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1997년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지만 당시처럼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한국이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으나 2008년의 상황은 11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다"며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애널리스트 톰 바이른의 말을 인용, "한국의 지불능력이 위험하지 않아 1997년처럼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또 다른 독일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23일 '과거의 실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의 은행들이 아시아 금융위기 10년 만인 지금 자기자본에 비해 과도한 신용대출을 제공했던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한국 경제가 지난 10년간 뛰어난 성과를 거뒀지만 선진국 진입을 위해 금융 분야 등의 투명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또 다른 금융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음도 나왔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2년 전 예언해 주목받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운영하는 'RGE 모니터'는 한국을 아시아에서 자금경색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평가하고 한국이 또 다른 금융위기로 향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RGE모니터는 22일(현지시각) '신흥시장, 누가 위험에 처했나'라는 분석에서 한국은 자금 흐름이 갑자기 막힐 경우 아시아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라며 "한국은 내재한 취약성을 고려할 때 또 다른 금융위기로 향하는 듯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의 취약점으로는 지역에서 가장 높은 예대비율과 단기 외채의 빠른 증가, 경상수지 적자, 부동산 시장 둔화, 중소 건설업체와 소비자를 압박하는 비싼 유가와식품가격, 수출 둔화에 직면한 대기업, 원화 가치 급락 등을 들었다.


이어 많은 사람이 한국의 신용위기가 1997년 위기의 재현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많은 외환보유액과 순채권국 지위 때문에 한국의 은행간 달러 자금 경색이 1997년의 재판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한국 신용위기 가능성의 가장 큰 우려의 근원은 은행의 외화부채가 아니라 국내 부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건설.부동산 기업에 대한 과도한 투자와 과다한 가계대출 문제를 고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경제 둔화가 자산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것에 맞춰한국의 은행들은 누구에게 대출할 것이냐에 관해 좀 더 까다로워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지난 16일 RBC 캐피털 마켓이 발표한 '신흥시장' 국가의 금융위기 취약성 순위표에서도 한국은 전체 30개 국가 중 20위에 올라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서는 인도(19위)에 이어 두 번째로 위험성이 높은 국가로 나타났다.


중국은 21위, 러시아는 22위를 기록했으며, 인도네시아, 홍콩,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은 25-30위로 비교적 안정된 시스템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RBC 측은 아르헨티나, 한국, 인도, 러시아 4개국은 금융위기에 큰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는 특별히 주목할 국가들이라며, 특히 한국은 은행권의 높은 소매금융 의존도와 아시아 금융위기의 좋지 않은 기억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이 IMF 구제금융 당시 체질 개선으로 취약점을 많이 보강했다는 평가도 많다.


무디스는 21일 "한국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은행에 대한 국제 금융시스템의 압박을 줄이고 불확실성을 없애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지금의 금융위기는 1997년 외환위기보다 훨씬 대처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한국은 앞서 위기에서 드러난 취약점을 보완함으로써 위기 대응에 더욱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진단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에 강한 신뢰감을 표시하면서 현 금융위기와 유럽.미국의 경기 침체에도 아시아의 경제는 강한 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3일자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아시아 은행들의 부실채권비율이 5%도 되지 않는 등 자본력이 건실하다면서 한국,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금융당국의 은행예금 보장 등 신용회복 조치를 높이 평가하고, "이들이 적절한 조치를 매우 적극적으로 취해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