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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국은행이 본격적인 '돈풀기'에

화이트보스 2008. 10. 23. 20:21

정부와 한국은행이 본격적인 '돈풀기'에 나서고 있다. 자금시장 경색으로 시중 금리가 계속 올라가고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원화유동성 부분도 더는 관망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공급 규모와 방법을 놓고 한은과 정부 사이 입장차이도 드러나고 있지만 '유동성 확대'라는 큰 틀에는 양쪽이 보조를 맞추고 있다. 유동성 확대는 경제주체들의 이자부담과 자금난을 완화시켜줄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물가상승과 환율상승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있어 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업 이자부담·자금난 완화효과…키코기업 우선지원
정부 '더 많이 더 빨리' 재촉…물가·환율 부작용 우려


■ 중소기업으로 돈 흘러갈까

한은이 일단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2조5천억원 늘리면서 중소기업이 자금난을 더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환헤지 상품인 '키코'에 가입했다가 손실을 본 중소기업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들 업체에는 우선적으로 자금이 지원될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전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약 400조원인데 이번 증액분은 그 0.5%를 넘는 상당한 규모"라며 "중소기업 전반의 자금난을 덜어주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쪽에서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이번 조처는 중소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대출 확대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정부 "더 적극적으로 풀어달라"

한은의 유동성 공급이 여기서 그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특히 정부는 공격적인 유동성 확대를 한은에 주문하고 있다. 더 많이 더 빨리 돈을 풀어달라는 것이다. 한은 쪽은 일단 다음달 초에 있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지난달에 이어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23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다시 한번 물가 불안보다 경기침체 위험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한은의 '은행채 매입'을 둘러싸고는 아직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임승태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시디) 금리를 낮추려면 유동성 공급밖에 없다"며 "한은이 은행채를 직매입하든 환매조건부 대상에 포함시키든 방법은 여러가지고 한은도 여러가지를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며 다시 한번 한은을 압박하고 나섰다. 반면, 이성태 총재는 국감 답변에서 "4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25조원의 은행채 전체를 전부 중앙은행이 인수할 필요는 없다"며 "아무도 안 사고 중앙은행만 산다는 것인데, 아주 극단적인 것"이라며 여전히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날 91일물 CD금리는 전일보다 0.01%포인트 올라 6.16%까지 올라갔다.

■ 물가·환율 괜찮을까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해 시중에 유동성을 푸는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돈의 가치가 낮아지면서 물가가 상승하고 환율이 올라가게 된다. 최근에는 경기침체가 가속화하고 있어 물가상승 압력은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환율 상승을 자극한다는 점은 그렇지 않아도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요즘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한은이 정부의 압박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안선희 이정훈 기자 shan@hani.co.kr
총액한도대출

한국은행이 총액한도(현재 9조)를 정해놓고 이 한도안에서 은행별로 중소기업 지원 실적에 따라 시장 금리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자금을 배정해 주는 것이다. 현재 연 3.25%의 금리가 적용된다. 이 금리는 현재 은행들이 은행채나 예금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금리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은행들도 그만큼 중소기업에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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