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신재생 에너지.

가로림<만>灣의 '고뇌'

화이트보스 2008. 10. 30. 10:32

가로림<만>灣의 '고뇌'

'친환경' 조력발전소 추진에 "환경 파괴다"

굴 양식·천혜의 갯벌… 주민들 "삶의 터전 잃게 돼"

520㎿ 세계최대 규모… "시간흐르면 생태계 회복"

서산=이위재 기자 wjle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국책사업으로 '친환경'발전소를 건립하려 하자 지방 정부와 주민들이 '환경 파괴'라며 건립에 반대하고 나서 마찰을 빚고 있다.


환경을 생각해 조력(潮力)발전소를 짓겠다는 논리가 발전소를 짓는 과정에서 갯벌이나 바다 등 환경이 파괴된다는 논리와 맞부딪치는 양상이다. 정부가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 건립 대상지로 꼽고 있는 곳은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吾池)리 가로림만(灣). 서산시에서도 30㎞ 이상 서쪽으로 더 가야 보이는 그야말로 '오지(奧地)'다.


이 작은 어촌에 조석 간만의 차를 이용해 발전기를 돌리는 '조력발전소'를 지으려는 것은 화력이나 원자력 등에 비해 훨씬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불고 있는 재생에너지 열풍을 타고 한국전력 자회사인 서부발전이 이를 맡아 올 1월 착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가 반발하는 바람에 이 계획이 기약 없이 미뤄졌다.

 

 

 

 

 

 

 

▲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 후보지인 충남 서산시 가로림만. 굴 양식이 이뤄지는 데다 조개, 낙지 등의 갯벌 해산물이 풍부한 곳이다. /서부발전 제공

 

 

◆환경 파괴 대 친환경 발전


오지리와 2㎞쯤 떨어진 바다 건너편 충남 태안군 이원면 내리를 사이에 두고 U자 모양 해안선을 따라 73㎢ 넓이의 거대한 가로림만이 자리잡고 있다. 조력발전소는 이 만(灣)으로 밀물과 썰물이 드나들면서 나오는 최대 초속 1.4m의 물살을 이용해 발전기를 돌린다는 구상에서 출발했다. 이곳 최대 조차(潮差)는 7.9m에 달하기 때문에 이미 1980년 1월 경제장관 회의 때 조력 발전 후보지로 뽑힌 바 있다. 하지만 그 당시 화력이나 원자력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보류됐다가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친환경 에너지의 필요성이 급부상하면서 이 아이디어가 되살아났다.


아이디어는 2005년 7월 지식경제부(당시 산업자원부)가 서부발전과 계약을 맺으면서 구체화됐다. 서부발전은 포스코·대우·롯데건설 등과 함께 사업비 1조22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친환경 발전소 계획에 현지 주민과 환경론자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발전소를 위해 오지리(서산)와 내리(태안)를 잇는 방조제 형태의 '해수 유통 댐'이 들어서면 지역 어민들의 생계 터전인 가로림 갯벌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해 3월 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갯벌을 파괴하는 발전소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이 들끓자 서산시청과 서산시 의회도 백지화 선언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일부 찬성하는 주민들도 있지만 박정섭 투쟁위원장은 "보상금을 많이 받고 어촌을 떠나겠다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가로림만을 끼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인 태안군과 서산시의 의견도 갈린다. 태안군은 이 사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서산시청 최진각 지역발전본부장은 "태안 구역이야 가로림만 전체 중 3분의 1도 안 될 뿐 아니라 발전소 건립으로 피해를 보는 어민들은 대부분 서산시에 산다"고 말했다. 또 "해수욕장 등 관광시설이 상대적으로 많은 태안군이야 서산에서 태안을 잇는 다리가 생기면 관광객 유치효과도 있기 때문에 찬성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력발전소는 두 마을을 커다란 방조제로 막고 그 아래 발전기를 설치하는 식이다. 방조제 위로는 2.05㎞ 길이 도로가 들어서기 때문에 사실상 서산과 태안을 다리로 잇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서부발전은 "갯벌을 매립하는 게 아니고 일단 막은 뒤 수문(水門)을 통해 물이 오가게 할 계획이라 피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갯벌이 30% 가량 훼손되고 어족(魚族) 자원이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같은 조력발전소인 프랑스 랑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흐른 뒤 생태계가 거의 회복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5년쯤 걸리는 공사기간 중에 파생될 수 있는 어민들의 피해와 이후 생계 대책에 대해서는 충분히 보상하겠다고 설득하고 있다.


◆정부도 애매한 태도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용량은 520MW. 기존 최대 조력발전소인 프랑스 랑스(240MW)의 2배가 넘고, 내년 준공 예정인 시화호 조력발전소(254MW)보다도 크다. 보통 화력발전소는 용량이 500MW 정도다.

 

조력발전은 비용도 ㎾h당 90.5원으로 화력(60~70원)보다는 비싸지만 다른 신·재생에너지원인 풍력(107원), 태양광(677원)에 비해서는 효율이 높다. 인·허가 담당 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지자체의 협조 없이는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