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金産)분리 완화의 기본전제는 감독기능 강화다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에 은행법을 바꿔 기업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은행 지분(持分) 소유 한도를 현재 4%에서 내년부터 10%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소수 투자자들로부터 비공개로 돈을 모아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사모펀드(PEF)의 경우에도 산업자본이 10% 이하 출자한 사모(私募)펀드만 은행주를 소유할 수 있게 한 규정을 바꿔 앞으론 산업자본 출자 비율이 30% 이내인 사모펀드에도 은행주 소유를 허가하겠다고 했다.
이로써 그동안 논란이 거듭됐던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길이 열린 것이다. 현재 우리 은행은 외국계를 뺀 대부분의 은행 주주들이 모두 10% 미만의 주식만을 소유해 사실상 우월한 영향력을 갖는 대주주가 없다. 이런 상황에선 기업이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10% 정도만 확보해도 그 은행의 최대 주주가 되거나 사모펀드에 투자함으로써 은행을 간접적으로 소유할 수도 있다. 당장 '삼성은행' '현대은행'이 생기는 건 아닐 테지만 대기업이 직접 출자하거나 사모펀드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은행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된다.
기업의 은행 지분 소유 확대는 긍정과 부정의 양면이 있다. 우리는 제조업에서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 기업을 배출했지만 금융은 여전히 개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은행을 만들려면 산업자본을 포함한 국내 자본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전부터 있었다.
당장 국책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처럼 공적자금 투입 은행의 민영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들 은행의 지분을 사기 위해선 수조원의 자금을 동원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대기업이 배제될 경우 산업·우리은행은 결국 외환위기 때처럼 외국자본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국부유출, 헐값 매각 시비가 또 일 게 뻔하다.
그러나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할 경우 재벌이 자기들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은행 돈을 꺼내 쓸 수 있는 재벌의 사금고(私金庫)가 돼버릴 수도 있다. 그 경우 기업 부실은 자동적으로 은행 부실로 이어지고 은행 부실은 기업 부실로 번져가 은행과 기업이 함께 뒤엉켜 넘어지는 공도(共倒) 현상도 일어날 수 있다. 기업이 사모펀드 여러 곳에 돈을 투자하고 사모펀드마다 은행 지분을 10%씩 사들여 결과적으로 특정 기업이 특정 은행의 지분 30~40%를 거머쥐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
해법은 기업의 은행 소유 길은 열어주되, 기업 부실을 은행으로 전가하지 못하도록 두껍고 높은 차단벽을 쌓게 하고 편법(便法)·탈법(脫法)적 은행 소유를 막을 수 있게 대주주의 자격 심사와 자금 흐름 검사 등 치밀한 감독장치도 아울러 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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