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참모들만 낙관론에 취했나
한겨레 | 기사입력 2008.11.22 10:46
[한겨레] '마이너스성장' 경고…경제지표 차갑게 식는데
페루방문 이 대통령 "머잖아 7대 경제대국 올라갈 것"
사공일 위원장 뉴욕간담회서 "내년 성장률 4% 될 것"
박희태 대표 "안좋은 지표만 보도" 언론에 책임 돌려
내년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외국 기관의 보고서까지 나오는데도, 이명박 대통령과 참모들은 낙관론을 되풀이하고 있다.
페루를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동포 리셉션에서 "지금은 대한민국이 13대 경제대국이지만 머지않아 7대 경제대국으로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세계 7대 경제대국이 되면 한국말을 알아야 한국과 거래도 하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열린 수행 경제사절단 만찬에서는 세계 금융위기와 관련해 "위기 극복 순서로 봐서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극복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며 "세계 모든 나라가 똑같은 고통을 당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이 매우 진취적으로 하는 모습을 보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는 내년도 한국 경제 성장률에 대해 "3~4%로 예상한다. 내수를 진작하고 여야가 힘을 합치면 1% 정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낙관적 발언은 국내외의 우리 국민들에게 자부심과 자신감을 불어넣으려는 뜻으로 보이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잇따르고 주가·환율이 폭락·폭등을 거듭하는 긴박한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만약 그 전망이 맞다면 리더로서 신뢰를 얻을 수 있겠지만 틀리면 그 다음부터는 아무도 대통령을 믿지 않게 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자칫 신뢰 상실을 가져올 수 있는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경제 참모들도 설득력이 부족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사공일 위원장은 20일(현지시각) 뉴욕 특파원들과 한 간담회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4%로 내다봤다. 사공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재정 상황이 오이시디(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좋은 편에 속하고, 통화정책 면에서도 여유가 있으며, 외환보유고도 세계 6위"라며 "내년 경제성장률 역시 4%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이는 등 모든 면에서 룸(여지)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4% 성장론'에 대해 최석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수출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인데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으며, 금융시장 개방 상태에서 급증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회수에 매우 취약하다"며 "성장률 4%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20일 고위당정회의에서 경제위기 책임을 언론에 돌리기도 했다. 박 대표는 "언론을 통해서 각종 경제 거시지표 등 안 좋은 것만 정말 보도가 크게 된다. 국민들을 안정시키고 희망을 주는 지표도 있을 텐데 어디 다 숨어 버렸다"며 언론에 불만을 표출했다. 박 대표는 "좋지 않게 전망하는 것이 유행처럼 된 것이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며 "이것이 경제회복이나 실물회복에 아주 장애 요인"이라고 말했으나, '희망을 주는 지표'가 무엇인지는 예시하지 않았다. 황준범 안선희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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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방문 이 대통령 "머잖아 7대 경제대국 올라갈 것"
사공일 위원장 뉴욕간담회서 "내년 성장률 4% 될 것"
박희태 대표 "안좋은 지표만 보도" 언론에 책임 돌려
내년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외국 기관의 보고서까지 나오는데도, 이명박 대통령과 참모들은 낙관론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열린 수행 경제사절단 만찬에서는 세계 금융위기와 관련해 "위기 극복 순서로 봐서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극복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며 "세계 모든 나라가 똑같은 고통을 당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이 매우 진취적으로 하는 모습을 보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는 내년도 한국 경제 성장률에 대해 "3~4%로 예상한다. 내수를 진작하고 여야가 힘을 합치면 1% 정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낙관적 발언은 국내외의 우리 국민들에게 자부심과 자신감을 불어넣으려는 뜻으로 보이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잇따르고 주가·환율이 폭락·폭등을 거듭하는 긴박한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만약 그 전망이 맞다면 리더로서 신뢰를 얻을 수 있겠지만 틀리면 그 다음부터는 아무도 대통령을 믿지 않게 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자칫 신뢰 상실을 가져올 수 있는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경제 참모들도 설득력이 부족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사공일 위원장은 20일(현지시각) 뉴욕 특파원들과 한 간담회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4%로 내다봤다. 사공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재정 상황이 오이시디(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좋은 편에 속하고, 통화정책 면에서도 여유가 있으며, 외환보유고도 세계 6위"라며 "내년 경제성장률 역시 4%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이는 등 모든 면에서 룸(여지)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4% 성장론'에 대해 최석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수출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인데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으며, 금융시장 개방 상태에서 급증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회수에 매우 취약하다"며 "성장률 4%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20일 고위당정회의에서 경제위기 책임을 언론에 돌리기도 했다. 박 대표는 "언론을 통해서 각종 경제 거시지표 등 안 좋은 것만 정말 보도가 크게 된다. 국민들을 안정시키고 희망을 주는 지표도 있을 텐데 어디 다 숨어 버렸다"며 언론에 불만을 표출했다. 박 대표는 "좋지 않게 전망하는 것이 유행처럼 된 것이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며 "이것이 경제회복이나 실물회복에 아주 장애 요인"이라고 말했으나, '희망을 주는 지표'가 무엇인지는 예시하지 않았다. 황준범 안선희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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