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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지방경제] “하도급 받기도, 일자리 얻기도 별따기”

화이트보스 2008. 11. 25. 15:03

무너지는 지방경제] “하도급 받기도, 일자리 얻기도 별따기”
 “올들어선 공사 한 건도 못하고 있습니다.”

 경남 합천에서 소규모 건축업을 하고 있는 T건설 유모(42)씨는 “지난해 수주했던 관급 토목공사 현장 2곳으로 사무실 운영비와 직원 5명의 임금을 충당하며 버티고 있지만,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불안해 했다.

 

 큰 건설회사에서부터 하도급을 받거나 소규모 관급공사에 기대어 꾸려가는 영세업체에 이르기까지 지방건설사들이 너나 할 것없이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경남 사천시 D건설 대표 문모(46)씨는 “상가 등의 일반 건축공사는 끊긴 지 오래됐고,가뭄에 콩나듯이 나오는 관급 공사마저 일감이 없는 원청회사가 직접 시공을 하기 때문에 하도급을 받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고 말했다.문씨는 “건설공사 발주량은 줄었지만 현재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건설업체는 넘쳐나 도태되는 회사가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경남 마산의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건설업체가 관급공사에 죽기 살기로 달려들다 보니 입찰 경쟁이 치열하고,낙찰되고 나면 하도급을 받기 위해 또 한차례 전쟁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중견 건설업체의 한 임원은 “지방의 3~4개 현장에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면서 사업장마다 2000억~3000억원의 자금이 묶여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며 “요즘은 생사여탈권을 쥔 은행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숨을 토해 냈다.대한주택건설협회 광주시회 관계자는 “관내 190개 종합건설회사 가운데 20개 업체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고,20개 업체는 다른 지역으로 연고지를 옮겼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이 사라짐에 따라 하루 벌어서 먹고 사는 일용직 근로자들은 일자리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창원시 봉곡동 지귀상가 근처의 인력공급사무실 4~5곳에는 매일 새벽 10~20명의 일용직 근로자가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다.그러나 일자리가 연결돼 일을 나가는 근로자는 대기자의 3분의 1수준이다.허탕을 친 근로자들은 내일을 기대하며 허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지난 21일 새벽 6시쯤 창원시 한 인력공급사무실에 나와 일자리를 기다리던 김모(45)씨는 “하루 일당으로 6만원을 받지만 올들어서는 한 달에 보름 일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김씨는 “식당일을 하는 아내의 수입을 합쳐도 중·고교에 다니는 남매의 학원비 대기가 버겁다.”며 한숨지었다.

전국종합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2008-11-24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