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준석·국제전문기자
얼마 전 일본 신문 특파원들을 만났을 때, 일본 방송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의 동선(動線)을 연속 특종 보도한 게 화제가 됐다. 후지TV는 9~10월에만 크게 두 건을 터뜨렸었다. 김정일 위원장의 뇌졸중 설이 나돌던 9월 중순 중국 베이징에 나타난 김정남을 카메라로 잡아 '아버지 건강이 어떠냐"고 물었다. 10월 말에는 아버지를 치료할 프랑스의 뇌신경외과 전문의를 만나기 위해 파리를 찾은 김정남에게, 샹젤리제 인근 고급 호텔에서 카메라를 들이댔었다. 일본 언론이 한반도 관련 뉴스를 자주 특종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자리의 한 일본 특파원은 베이징에서 북한 관련 '1차 정보'를 얻기 위한 자신들의 노력을 들려줬다. 일본 신문은 통상 베이징에 특파원 네 명을 배치하고 있는데, 이 중 한 명은 북한 담당이다. 그는 중국말은 잘 못하고, 오히려 한국어를 잘한다. 평양에서 출발한 고려항공의 비행기가 베이징으로 들어오는 날 그는 서우두(首都)공항으로 나간다. 평양에서 외부 세계로 나가는 '길목'인 이곳에서 입·출국자를 체크한다. 때문에 고려항공이 도착하는 날은 공항에는 일본 언론 기자 10여명이 항상 보인다. 일본 외에 이렇게 하는 나라는 없다. NHK의 경우, 공항에 오토바이를 배치해 뒀다가 김정남이 나타나자 파파라치처럼 추적한 적이 있다고 했다.
크리스토퍼 힐(Hill)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 대표이다. 그가 얼마 전 서울의 한 대중 식당에서 정부의 외교팀과 식사를 같이 할 때다. 힐 차관보는 식사 중 식당 저편에 앉아 있는 동양인 몇 명을 턱으로 가리켰다. 그는 "나를 24시간 쫓아다니는 일본 통신사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그들을 향해 손짓을 하며 알은체를 하기도 했다.
정보를 생산하는 당사자로부터 직접 얻는 '1차 정보'와, 전언(傳言)이나 언론 보도를 통해 얻는 '2차 정보'는 하늘과 땅 차이다. 2차 정보는 전달자의 시각에 따라 휘기도 하고, 부정확하기도 하다. 정확한 정보는 사람과 나라를 살리고, 부정확한 정보는 죽인다.
이는 비단 언론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언론기관 말고도, 국가 정보기관, 기업, 선교사, 태권도 사범 등 우리의 많은 인력이 외국에 나가 있다. 이들 조직이 다 정보를 생산한다. 정보기관은 그들대로, 기업 주재원은 주재원대로 조직에 현지 정보 보고를 한다. 문제는, '1차 정보'보다는 '2차 정보'를 생산하는 데 있다. 이것이 세계 10위권인 우리와,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일본의 차이다. 'B급 국가'에서 'A급 국가'로 가려면 우리는 반드시 이 차이를 넘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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