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표, 국민 골병들게 한 黨으론 장래 없어
- ▲ 강천석
정치의 문제는 국가 지도자를 향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위기의 소멸과 동시에 사라지고 만다는 데 있는 게 아니다. 국가 지도자가 위기에 맞서 국가를 구출하려는 과정에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끌어 모을 수 있느냐가 진짜 문제다. 국민의 신뢰와 지지라는 위기 돌파의 엔진이 약하거나 꺼지면 지도자와 나라가 함께 주저앉고 만다.
이런 이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하게 낮은 지지율은 그냥 지나치기 힘든 걱정스러운 현상이다. 며칠 전 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도는 23.7%였다. 취임 당시의 지지율 52.9%의 절반 이상이 증발해 버렸다. "글쎄, 저런 여당도 있나" 하고 혀 차는 소리를 듣는 한나라당 지지율 32.5%보다도 8.8%포인트 낮다. 지난 세 정권의 이맘때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김영삼 정권 59.1%와 33.5%, 김대중 정권 62.8%와 39.9%, 노무현 정권 22.3%와 15.7%였다. 이 대통령이 지지율로 견줄 대상은 노무현 대통령밖에 없다. 이 대통령 지지율 23.7%는 노 대통령 지지율 22.3%보다 1.4%포인트 높다. 그 노 대통령 지지율도 여당인 열린우리당 지지율보다는 6.6%포인트 높았다. 당시 노 대통령은 자기를 낳은 정당(민주당)을 죽이고 그 뱃속에서 열린우리당이란 살모사(殺母蛇)를 꺼내 여의도에 풀어놓았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사상 최저 지지율 기록은 이런 '어머니당(黨)' 죽이기에다 국민을 분열시키는 국정운영 방식이 결합된 결과였다.
사실 이 대통령은 높은 국민 신뢰와 지지를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대통령 리더십의 성패는 국민 모두에게 공통의 목표를 만들어 주고 국민들로 하여금 그 목표를 향해 맹렬하게 뛰어나갈 분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대부분의 대통령은 이해(利害)가 저마다인 국민들에게 공통의 목표를 창출(創出)해 주는 단계에서 큰 어려움에 부딪힌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IMF 위기 이후 최대의 경제 위기 극복이라는 국민 공통의 목표를 손에 흙도 묻히지 않고 마련했다. 국민이 뛰게 하는 분위기만 만들면 된다. 낮은 대통령 지지율은 그게 안 되고 있다는 표시다.
처칠이 전시(戰時)에 누린 절대적 국민 지지는 거저 주운 게 아니다. 자신을 그렇게나 구박하고 내치던 전임 총리를 달래고 얼러 내각에 그대로 머물게 했다. 그뿐 아니라 "사회주의는 좋은 거만 보면 무조건 국유화(國有化)하려 든다"고 혐오하면서 옆자리에선 소변도 같이 안 보던 최대의 정적(政敵) 애틀리 노동당 당수를 내각에 모셔왔다.
이제 이 대통령은 가장 아끼는 것 모두를 내던져서라도 박근혜 전 대표를 끌어안아야 한다. 어쩌면 박 전 대표 주변에는 "우리가 빠지니까 쩔쩔매지 않나요, 더 버팁시다"라고 할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뇌(腦) 없는 사람이나 할 소리다. 그 사람들 말대로 한나라당 지지율(32.5%)에서 대통령 지지율(23.7%)을 뺀 나머지 8.8%가 박 전 대표 지분(持分)이라 치자. 그걸로 어떻게 '미래 정권'이라 행세할 수 있으며, 다음 선거에서 국민을 골병들게 한 한나라당 정권을 다시 만들어 달라고 표를 부탁할 수 있겠는가. 박 전 대표의 정치 본능은 대통령과 자신이 운명공동체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읽고 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나'와 '너'의 칸막이를 넘어서 '우리'를 만들어 내야 하고, 그 첫걸음은 박 전 대표의 손을 덥석 잡고 "도와주시오"라고 말하는 것이다.
입력 : 2008.11.27 18:30 / 수정 : 2008.11.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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