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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1달러도 함부로 낭비하지 말라

화이트보스 2008. 11. 28. 11:04

[사설] 외환보유액 1달러도 함부로 낭비하지 말라

외환보유액 2000억 달러 선이 이미 무너졌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10월 말 현재 2122억 달러로 줄어든 데다 11월 들어 정부와 한국은행이 금융기관에 140억 달러를 풀었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등의 이자수입을 감안해도 11월 말 외환보유액은 1900억 달러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2000억 달러 붕괴라는 심리적 충격도 작지 않지만 외환보유액이 너무 빠르게 줄고 있는 게 더 문제다. 외환보유액은 10월에만 274억 달러 줄었다. 11월에도 140억 달러 줄었다고 치면 두 달 새 400억 달러 넘게 빠진 셈이다. 이런 속도로 외환이 말라 가면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가 크게 흔들리고 '달러가뭄'에서 헤어나지 못해 위험한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3분기 해외 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은 '순(純)채무국'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 6월 말 이후 8년 만이다. 순대외채권은 2005년 말 1292억 달러를 정점으로 2006년 말 1208억 달러, 2007년 말 355억 달러, 지난 6월 말 27억 달러로 급감했다. 최근 금융위기 속에서 해외언론이 한국 경제를 부정적으로 다룬 가장 큰 이유가 빚이 너무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외부채 중엔 조선회사들이 앞으로 받을 선박 건조대금을 담보로 선물환을 미리 팔고 기업들이 수출대금을 미리 받은 데 따른 것과 외국인 투자기업이 본사에서 빌린 돈처럼, 외채로 잡히지만 실제로는 빚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도 적지 않다. 지난 6월 말 총외채 4198억 달러 중 이런 빚 아닌 빚이 1518억 달러에 이른다. 그렇다 해도 외채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늘어나 결국 '채무국'이 된 것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다행히 10월 경상수지가 49억 달러 흑자를 내며 한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 15억 달러 흑자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사상 최대 기록이다. 11월에도 10억 달러 이상 흑자가 날 것이라고 한다. 작년 12월부터 적자가 이어진 데 따른 부담을 덜게 된 것이다. 12월 초엔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에 따른 자금 40억 달러도 들어온다. 한국은행이 보유외환을 축내지 않고도 시중은행에 계속 달러를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일본과의 통화스와프 확대도 조만간 확정될 것이라고 한다. 비상시 끌어다 쓸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나는 만큼 국가 부도 우려도 크게 완화될 것이다.

그러나 통화스와프로 들여오는 돈은 두어 달 쓰고 갚아야 한다.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은 우리 금고 사정이 넉넉해야 두 발 뻗고 잠을 잘 수 있다. 그러려면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확실하게 다지고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그동안 축난 외환을 다시 채울 방안도 찾을 수 있다.

당분간은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국제 금융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어 기존 외채의 만기연장도 쉽지 않은 탓이다. 그래서 더욱 외환이 헛되이 쓰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환율 상승을 부추기다 이를 되돌리느라 200억 달러 넘게 날린 것 같은 일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경제위기 해결에 1분도 허비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정부는 "1달러도 낭비할 여유가 없다"는 각오로 외환보유고를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