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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구봉산
봉우리 하나 오를 때마다 절경으로 환희심
진안 구봉산은 주위 산릉들과는 확연히 다른 하늘선을 가진 암봉 9개로 이루어진 바위 명산이다. 여러 개 기암봉이 서로 어깨를 붙이듯 하며 밀집한 형상이 독특하고 산에 올라 보는 경치가 좋아 전국적으로 탐승객들이 찾아든다. 산행이 그리 힘들지 않은 한편 조망이 뛰어나 여러 회원 가족이 더불은 연말 송년산행지로 적당하다.
가장 일반적인 기점은 산 동편의 윗양명 마을.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산행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기점이기도 하다. 윗양명 마을 도로변 널찍한 주차장에 서면 황갈색 낙엽송림 위로 우선 제1봉이 뵌다. 다른 여덟 개 봉은 그 뒤에 숨어 있다. 짤막한 콘크리트다리인 양명교 건너 윗양명 마을 북쪽의 골짜기로 다가들다가 곧 구봉산 등산로로 접어들면 된다. ‘구봉 2km, 구봉산(천왕봉) 3.3km’란 자그마한 팻말이 등산로 입구에 서 있다.
널찍하나 가파른 돌계단, 통나무계단 길을 따라 지능선에서 좀더 굵은 능선으로 숨가쁜 걸음을 40여 분 이으면 세 개의 벤치가 놓인 조망처에 올라선다. 동쪽 저편으로 붉은 기운이 감도는 갈색 산릉들이 수많은 주름으로 펼쳐진 장대하고 아름다운 풍광이 눈에 든다.
- ▲ 구봉산 제1봉과 진안고원의 산봉우리들. 제1봉 머리엔 사람들이 섰고, 우측 옆으로는 용담호수가 바라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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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능선에 올라서서는 우선 제1봉 구경부터 한다. 밧줄 난간을 잡고 오른쪽 잘록이를 지나 오르막을 조금 오르면 곧 제1봉 정상이다. 표고 650m의 오똑한 제1봉 정상 좁은 곳엔 헐벗은 무덤이 누워 있다. 이 무덤 옆 절벽 위로 나서면 흡사 기구를 타고 허공에 떠오른 듯 광대한 조망이 펼쳐진다. 동편 멀리 주름진 산릉 사이로 숨은 듯 엎드린 용담호수도 뵌다. 남녘으로는 태양광을 등에 업은 수많은 산릉들이 저마다 조금씩 다른 농담의 실루엣을 드러내며 겹무늬를 이루고 있다. 이 풍경만으로도 산행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제2, 제3봉으로도 밧줄 길이 이어진다. 봉우리를 거듭할수록 고도도 점차 높아진다. 평평한 암반을 이룬 좋은 쉼터인 표고 850m의 제4봉 정상에서는 구봉산의 주봉인 천왕봉의 발치까지 남김없이 드러난다. 동쪽 저 멀리 별다른 기복 없이 길고 길게 뻗은 덕유산릉도 눈에 든다.
제5, 제6봉으로 가노라면 청동의 묵직한 쇳조각 같은 질감으로 구봉산릉 북쪽 계곡 중간에 들어박힌 연화저수지와 그 주변의 밝은 갈색 산비탈이 이룬 조화도 아름답다. 저 앞의 천왕봉은 뜻밖으로 가파르고 높아 보인다.
제7봉과 제8봉 사이는 깊은 절벽으로 갈라져 있다.‘천왕봉 1km’ 팻말이 선 안부를 지나 회색 암벽이 앞을 가로막고 나서면 왼쪽 암벽 밑으로 길이 우회한다. 그후 올라서게 되는 제9봉은 넓고 평평하여 여러 등산객들이 앉아 점심 도시락을 펴기에 안성마춤이다.
제9봉 바로 다음 안부에서 왼쪽으로는 출발점인 상양명 마을로 빠지는 샛길이 있다. 정상 구경을 마치고 이 안부로 되내려와 하산하기도 한다.
- ▲ 갈보리펜션 앞뜰에서의 캠프파이어. 펜션시설도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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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죽밭 안부를 지난 뒤 길은 오른쪽으로 슬며시 우회하여 수직을 넘는 위협적 각도로 치솟은 거대한 암벽 아래의, 서늘한 냉기가 감도는 협곡으로 이어진다. 작은 석축을 쌓고 파이프를 박아 만든 샘터 위쪽으로는 겨울이면 커다란 얼음기둥이 맺힌다.
검게 흙물이 든 굵은 동앗줄이 길게 이어진 가파른 협곡 지대를 지나 햇볕이 드는 천왕봉 동사면의 중턱으로 붙는다. 여기서 주의한다. 우측 길은 복두봉으로 하여 운장산으로 가는 종주로이며, 왼쪽으로 가야 천왕봉 정상이다.
왕봉 정상 오름길은 조망점을 하나씩 만날 때마다 갑절로 커진 환희심을 선사한다. 주말이면 수많은 등산객들로 산길 곳곳이 정체가 일어나야 마땅할 것 같은 조망의 연속이다. 저 아래 제1봉에선 푸르스름한 얼룩 같던 용담호는 어느 결에 호수다운 모습으로 산줄기들 가운데에 떠오른다. 호수에 걸쳐진 긴 교량도 뵌다.
산 정상엔 ‘구봉산 정상 1002m’ 표지석과 더불어 벤치가 놓여 있어 또한 쉬기에 좋다. 구봉산행은 여기까지가 절반이다. 이후 구봉산 남릉 서쪽으로는 천왕봉 정상에 오를 때까지의 동쪽과는 전혀 다르나 뛰어나다는 점에서는 한 치 다를 바 없는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제1봉~천왕봉은 광대한 평원으로 펼쳐진 진안고원 특유의 풍광이 특징이라면 서쪽은 큼직하고 단순한 산릉들이 제각각 다른 윤곽선으로 멋을 부린다. 숲이 우거졌어도 양쪽으로 조망이 트이는 암부가 연이어 나타난다. 왼쪽 뒤 저편으로는 구봉산 아홉 봉이 오후 햇살에 짙은 음영을 드리우며 오전보다 한결 강렬한 톤으로 시선을 붙잡는다.
구봉산정에서 600m 남쪽 ‘천황사 2.7km’ 팻말이 선 곳에서 왼쪽으로 급경사 갈림길이 한 가닥 나온다. 저수지 옆을 지나 윗양명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도중에 로프를 잡고 내려가야 하는 급경사지대가 있으므로 노약자는 곧장 능선을 따라 천황사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
윗양명~제9봉~천왕봉~남릉상 갈림지점~저수지~윗양명 마을로 도는 코스는 도상 거리가 고작 6km 정도지만 기복이 심하여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넉넉히 6~7시간 잡도록 한다. 윗양명 마을 주차장 등산로 입구 안내팻말엔 ‘2/1~5/15, 11/1~12/5은 산불 방지를 위해 입산을 금한다’고 돼 있지만, 사전에 진안군 산림축산과(063-430-2423)로 신고하면 극심한 건조기 이외엔 산행을 허용한다. 가파른 만큼 겨울철로 아이젠은 필수인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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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 가능한 숙박처
갈보리펜션 용담호반 경치 좋은 곳에 위치. 30평형 객실 4개(1, 2층에 각 2실), 호숫가 마당에 캠프파이어장, 식탁, 드럼통을 반 자른 구이틀 등을 갖추었다. 땔감 값은 따로 받지 않는다. 주말 20만 원. 매식은 되지 않으며, 진안읍내에서 10분 거리다. 전화 063-432-5998.
구봉관광농원 구봉산 남동쪽 도로변에 위치. 황토방갈로, 찜질방 등을 갖추었다. 방갈로 앞에서 모닥불 놀이가 가능하다. 20명이 단체 숙박 가능한 방도 있으며, 한방열황토찜질방이 자랑이다. 매식 가능. 모닥불용 땔감은 무료로 제공한다. 전화 063-432-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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