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활개 치나
기원전 5000년경 페르시아만에서 모습을 드러낸 해적행위의 역사는 항해만큼이나 오래되었다. 물론 세계 모든 영토에 대한 국가의 통제 증가, 주요 해로의 보안 강화,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안전한 상선 건조 그리고 해적행위 처벌규정(해양법, 1982)에 의해 해적행위는 종말을 맞아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해적행위는 사라지기는커녕 1990년대 초부터 자주 재발되고 있다. 오늘날 해적행위는 특히 값비싼 화물(석유, 원자재)을 훔치는 경우뿐만 아니라 선박 납치를 포함하며 승무원들도 납치 대상이 된다. 2006년 한 해 동안 세계적으로 항만지대는 물론 해상 한가운데 공해에서 선박에 가해진 습격 건수가 239회에 이르렀다. 해적행위는 3년 연속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국제 항해를 위협하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이미 2007년 상반기에 연해에서 다시 습격이 일어났는데 존재하지 않거나 취약한 두 나라의 정부는 영해를 포함한 전 영토에 국가의 권한을 부여하려고 애쓰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지역의 석유 채굴로 얻은 소득을 재분배하지 않으려는 정부에 대응하여 니제르 델타의 반란군들이 유조선을 납치하고 승무원을 인질로 잡아두었다. 그리고 소말리아에서 증가하는 해적행위는 그 나라를 갈기갈기 찢는 무장분쟁뿐만 아니라 정치적 분열 때문에 해적을 퇴치할 행동방침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현실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그렇게 해서 이 해적들은 지원되는 식료품을 거뜬히 선취할 수 있는 것이다. 지원품 가운데 80%가 배편으로 전송된다.
- 어떤 퇴치법이 있나
해적행위는 각 국가의 취약점이나 부족한 수단 혹은 국가가 관할하지 못하는 지역을 이용하기 때문에 퇴치하기가 어렵다. 국가 및 국제적 차원에서 일사불란하게 결집해야 퇴치할 수 있는 것이다. 소말리아나 나이지리아 연해 같은 일부 지역에는 역설적인 요구조건일 수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은 그러한 요구조건에 대처할 수 있다. 한 예로 말라카해협의 해적행위를 소탕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는 아낌 없는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해군과 해경, 세관의 순찰 강화 △전자감시시스템의 도입 △인도네시아·싱가포르와 공동으로 순찰을 벌이면서 해양안보 문제를 지역 차원의 우선순위로 격상한 결과 말라카 해협에서는 해적행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2004년 38차례 습격을 당한 데 비해 2006년에는 11차례에 불과했다. 또 국제해양국(IMB)은 1992년에 콸라룸푸르에 세계해적행위정보센터를 열었다. 인터넷상에서 쌍방향으로 접근 가능한 지도(World Piracy Map) 덕택에 선주들은 위험지대를 식별해서 습격을 예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병행하여 국제해양국은 저렴한 위성을 이용하는 추격시스템(SHIPLOCK)을 제공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해운회사들은 회사 선박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으며, 습격을 받을 경우 경보시스템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장치들이 봉착하는 문제는 바로 그 장치들이 개입하는 국가의 역량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위험지대들
2006년 집계된 239건의 해적행위 가운데 50건이 인도네시아, 47건이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했다. 1990년대 초부터 재발한 해적의 습격은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를 불문하고 지구상의 많은 지역을 강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남아메리카에서는 브라질과 페루의 항구 연해, 아프리카의 경우는 기니만에서 그리고 소말리아의 해안과 아덴만을 따라서 습격을 받았다.
- 아시아, 세계 해적행위 진앙지
일본·중국·한국과 유럽·중동을 연결하는 주요 해로 가운데 하나가 통과하는 동남아시아 지역은 해적행위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다. 지난 10년에 걸쳐 세계에서 관측된 해적행위의 25~30%가 인도네시아에 집중되어 있다. 해적들이 쉽게 습격하고 퇴각할 수 있는 열도라는 지리적 특성도 한 원인이다. 더욱이 1997년 금융위기 이래로 불안정한 인도네시아의 상황은 물론 분리독립파나 반란세력의 활동(티모르, 몰루카, 아체)을 이용해 무기 거래와 해적행위가 이루어진다. 2004년부터 습격 건수가 상당히 줄어들긴 했지만 세계 무역의 80%가 경유하는 말라카와 싱가포르의 해협 또한 여전히 해적들이 습격 대상으로 눈독을 들이는 곳이다. 거기서 북쪽으로 좀 더 올라간 벵골만의 경우 해적행위는 2년간 급격히 감소했다가 2006년 다시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다.
해적들은 특히 치타공 항구에서 하역을 준비하는 선박들을 습격했다. 따라서 이러한 위협에 맞서기 위해 2004년 아시아의 16개국이 ‘지역 간 해적행위 및 선박 무장공격 퇴치협력 협정(ReCAAP)’에 서명했으며, 이 협정은 2006년 9월에 발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