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30년, 한국 원자력발전 현주소 이용률 8년 연속 90%대, IAEA 무사고 인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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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온팀을 시작으로 탄생한 한국의 원자력발전소 조종사들. 원전 운영 초기에 자주 발생하던 불시 정지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90%대의 원전 이용률을 기록하게 됐다. 원전 운전 30주년과 함께 맞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려면 원전 기술을 정예화하는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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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에 나온 미국 영화 ‘탑건(Top Gun)’의 주인공인 해군 대위 매버릭(톰 크루즈 분)은 훌륭한 전투기 조종사였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탑건 훈련학교에 입학한다. 최신예 전투기 F-14를 모는 매버릭 대위의 실력은 천부적이면서도 거칠었다. 학교에서 물리를 가르치는 교관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사고로 절친한 친구를 잃기도 하는 그는 말썽을 일으켜 퇴교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아버지 친구의 도움으로 무사히 졸업한다. 항공모함으로 돌아온 매버릭은 비상출격 때에 놀라운 조종술로 미그기를 격퇴하고 능력을 인정받아 교관이 되어 탑건 훈련학교로 돌아간다. 최신예 전투기들의 멋진 대결과 톰 크루즈의 매력적인 연기에 흠뻑 빠져 이 영화를 몇 번씩 봤다는 사람도 많다. 흥행에 성공한 이 영화가 남긴 족적은 다양하다. 그 후 탑건은 어떤 분야에서 최고봉에 오른 사람을 지칭하는 보통명사가 됐다. 가요계의 탑건은 최고의 가수, 골프계의 탑건은 최고의 골퍼를 의미하게 됐다. 미국에서는 해군 용어인 탑건이 한국에서는 공군 용어로 자리 잡았다. 우리 공군은 매년 탑건을 선정해 시상한다. 최신예 전투기를 조종하는 것보다 더 까다롭고 힘든 것이 원자로 운전이다. 비행기는 수십만개의 정밀한 부품으로 만들어진 매우 복잡하고 예민한 기계다. 원자로는 비행기보다 늦게 만들어졌지만 비행기보다 열 배나 많은 수백만개의 첨단부품으로 만들어진 전기 생산 공장이다. 원자력발전소는 작은 부지에서 아주 많은 양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 밀집형 발전소다.
原電 탑건들 원자력발전소는 방사선을 방출하는 우라늄을 연료로 하기에 늘 위험을 수반한다. 그래서 많은 안전장치를 설치했지만, 아무리 완벽한 설비라 해도 운전을 잘못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실수를 막기 위해 원자로 조종사들은 공부를 많이 한다. 모의 훈련설비를 이용한 집중 훈련도 받아야 한다. 이러한 훈련을 마치고 시험을 통과해야 비로소 원자로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한다.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도 정기적으로 보수교육을 받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1년부터 매년 최우수 원자로 조종사를 선발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탑건을 선발하는 것이다. 2001년에는 영광원전의 조영보씨가 최초의 최우수 원자로 조종사로 선정됐다. 최우수 원자로 조종사는 20기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하는 수백명의 원자로 조종사를 상대로 원자로가 이상 상태를 맞았을 때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능력과 안전의식, 사고 예방능력, 그리고 과거의 운전 실적을 엄격히 평가해 뽑는다. 이렇게 해서 선발된 원자력발전소 탑건은 매년 9월에 열리는 원자력안전의 날 행사 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부터 상을 받고 그 영예를 널리 알린다. 지금은 부산광역시에 포함된 경남 동래군 장안면 고리에서 1971년 11월15일 착공된 것이 고리원자력 1호기다. 고리원자력 1호기는 1977년 6월19일 원자로를 가동하는 첫 임계(臨界, 원자로 점화)에 들어갔고, 1978년 4월29일에는 최초의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고리 1호기를 건설할 무렵 한국은 원전 설계와 건설 기술이 크게 모자라 많은 것을 미국 기업에 의존했다. 이 때문에 고리 1호기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건설해, 발전소 소유주인 한국전력에 넘겨주는 턴키 방식으로 건설됐다. 그러나 한전은 원전 운영 경험이 없었기에 웨스팅하우스사가 발전소를 넘겨줘도 ‘제대로 발전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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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조종술 이끈 자이온팀
원전을 넘겨받기 전 한전에 가장 시급한 것은 원자로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조종사를 양성하는 것이었다. 한전은 화력발전소에서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는 한편 외부에서도 우수 인재를 모집해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원자력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이들에게 원자력 기초이론과 실무지식을 가르쳤다. 당장은 원자력발전소가 없었기에 발전 원리가 가장 비슷한 화력발전소로 이들을 보내 발전소 현장 운영설비를 이용한 보충교육을 받게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선발한 것이 고리 1호기 운영요원 171명. 한전은 이들 171명을 1970년 3월부터 1973년까지 순차적으로 미국의 원자력발전소와 유명 원자력기관에 파견해 실제 훈련을 받도록 했다. 이때 시카고 근교에 있는 자이온(Zion) 원자력발전소에서 훈련 받은 팀을 ‘자이온팀’이라고 부른다. 고리 1호기 초대 발전소장은 자이온팀의 수장 격이던 김선창씨가 맡았는데, 자이온팀은 한국 원전 운전의 선구자 노릇을 하게 됐다. 고리 1호기 운영 팀은 귀국한 뒤에도 많은 교육을 받았다. 원자로 운전자는 원자력법에 따라 원자로 조종사 면허와 원자로 조종감독자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그러려면 원자로 이론과 원자력법령, 구조 및 설계, 원자로 운전제어, 원전 연료 취급관리 등 6개 과목의 필기시험부터 통과해야 한다. 필기시험에 합격하면 실기시험을 치러야 한다. 그런데 당시는 모의조종실이 없었고, 가동 중인 고리 1호기의 컨트롤 룸을 사용할 수도 없어, 발전소 그림을 그려놓고 각종 기계를 운전하는 방법을 하나하나 말로 설명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그림을 펼쳐놓고 실기시험을 치르는 처량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발전(조)77-1호’라고 돼 있는 한국 최초의 원자로 조종사 면허는 자이온팀의 일원이던 김맹규씨가 받았다. 김씨는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석사 출신으로, 1978년에는 원자로 조종감독자 면허까지 받았다. 김씨가 조종감독자 면허 실기시험을 치를 때 이 시험에 응한 사람은 김씨 한 사람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실기시험 심사위원들은 원자력 학자들과 과학기술처의 과장 등 5~6명으로 구성됐다고 하니, 김씨는 심사위원들에 둘러싸여 ‘공포의 테스트’를 받았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배출되기 시작한 원자로 조종사 및 조종감독자 면허증 소지자가 지금 2000여 명에 이르렀다. 이 숫자는 대한항공의 여객기 조종사(기장, 부기장) 수와 비슷하다. 원자로 운영 자격자가 늘어나다 보니 여성도 참여하게 됐다. 최초의 여성 원자로 조종사는 1996년 10월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면허를 받은 윤봉요씨다.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는 1978년 4월29일 상업운전에 들어갔으니 지난 4월29일 서른 번째 생일을 맞았다. 원자력발전소의 서른 번째 생일은 사람으로 치면 회갑과 같다. 30년이면 산전수전을 다 겪는다는 말이다. 원전 운전 초기에는 애환이 많았다. 특히 운전 첫 해인 1978년에는 8개월 만에 발전소를 17번이나 정지시키는 운전 미숙을 드러냈다. 수동(스틱) 승용차를 운전하는 초보운전자가 걸핏하면 운전 중에 시동을 꺼뜨리는 경우와 비슷했다. 운전 두 번째 해에도 고리 1호기는 운전미숙으로 13번이나 정지했다. 하지만 그 다음 해에는 8번, 7번 하는 식으로 점차 나아져 갔다.
진공청소기 전자파에 멈춰 선 원전 원자력발전소는 대단히 예민해서 운전 중에 여러 가지를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는 한때 원인 모르게 발전소가 정지하던 적이 있다. 나중에 밝혀진 ‘진범’은 뜻밖에도 발전소 운전실에 있던 진공청소기였다. 진공청소기에서 나온 전자파가 발전소 제어장비에 영향을 미치는 바람에 기계가 오동작을 일으켜 발전소가 정지된 것이다. 원자력발전소 운영이 서툴러서 발전소가 자주 정지되다 보니 발전소의 이용률도 매우 낮았다. 발전소의 이용률이란 1년간 생산 가능한 최대 전력량에 대비한 1년간 발전소에서 실제 생산한 전력량의 비율을 말한다. 발전소 이용률은 결국 발전소의 경제성을 좌우한다. 고리 1호기의 1978년 이용률은 46.3%에 불과했다. 이듬해에는 조금 나아져서 61.3%, 그 다음 해에는 67.4% 등으로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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