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세계 도시들]<하>호주 퍼스
![]() |
![]() |
![]() | |
![]() |
자전거를 타고 주차장에 막 들어서던 토니 핑벗 팀장은 “매일 집에서 회사까지 12km를 달린다”며 웃었다.
건물 지하의 자전거 주차장은 200대가 넘는 자전거로 가득했다.
호주 남서 끝에 있는 퍼스 시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힌다.
그러나 이 도시에는 요즘 ‘피크 오일’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철안에 보관대 설치… 신축건물 주차장 의무화
“車이용 자제” 1대1 전화설득… 자전거 이용 58%↑
피크 오일은 석유 생산량이 정점에 오르는 시기로 생산량은 줄고 유가는 폭등하게 된다. 브루스 로빈슨 호주피크오일연구협회(ASPO-호주) 의장은 “2012년을 전후로 5년 안에 피크 오일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크 오일이 오면 퍼스 시는 어떻게 바뀔까. 로빈슨 의장은 시가 입을 피해를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줬다. 도심에서 많이 떨어진 외곽, 특히 전철이 놓이지 않은 지역은 마치 산불이 난 것처럼 검게 변했다. 로빈슨 의장은 “피크 오일은 지난해 경제위기처럼 갑자기 들이닥친다”고 우려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퍼스 시민들이 선택한 것은 자전거다.
○ 자전거 고속도로 타고 출퇴근
![]() |
![]() |
도심을 조금 벗어나자 자전거의 천국이 이어졌다. 외곽의 작은 주택단지에도 자전거도로가 있었고, 전용 표지판도 곳곳에 있었다. 좁은 골목길까지 정교하게 표시한 자전거 지도와 ‘자전거 타고 쇼핑하기’ ‘도심에서 주차하기’ 등 안내서도 다양했다. 도심에 새로 짓는 건물은 의무적으로 자전거 주차장을 지어야 했다.
퍼스 시는 요즘 기존 고속도로 한가운데에 전철을 건설하고 양쪽으로 자전거 전용 고속도로를 만들고 있다. 자전거 출퇴근을 돕고 환승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역은 물론 전철 안에도 자전거 보관대가 있었다.
주 정부의 켄 수티 씨는 “지난 10년 동안 퍼스 시가 포함된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주에 1700km가 넘는 자전거도로를 건설했다”고 밝혔다. 브루스 의장은 “석유가 가장 낭비되는 곳이 바로 도로”라며 “자전거를 타고 대중교통으로 갈아타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 도시 디자인을 바꾼다
자전거를 제외하면 퍼스 시민들이 한국보다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편은 아니다. 전원풍의 도시 구조와 자동차에 의존했던 과거의 습관 때문이다. 이를 바꾸기 위해 지방 정부는 1997년부터 일대일 마케팅 기법을 이용한 ‘트래블 스마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시민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가까운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지시보다 자발적인 선택과 합의를 중요시하는 서양 사회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주 정부 교통국의 콜린 애시턴 그레이엄 씨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자동차 운행이 12% 줄었으며 걷는 사람은 26%,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58%,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은 18%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위한 인프라는 반드시 늘려야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오래 걸린다”며 “인프라 구축과 함께 사람들을 설득해 행동하게 해야 하며 실제로 사람이 인프라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퍼스 시내에 있는 서호주박물관에는 지역 미래위원회가 2000년 선언한 ‘차 없이도 누구나 삶을 즐길 수 있는 도시’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런 도시를 만들기 위해 퍼스 시는 도시의 구조와 디자인 개혁까지 꿈꾸고 있다. 리사 스카피디 퍼스 시장은 “미래의 도시는 사람과 시설이 지금보다 훨씬 중심으로 모이고 밀집하면서도 녹색으로 바뀔 것”이라며 “피크 오일에 잘 대비하고 적응하는 것이 바로 미래 도시의 진화”라고 강조했다.
퍼스=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도시개발, 사람과 자전거 중심으로”▼
‘피크 오일’ 연구 뉴먼 교수
![]() |
![]() |
오랫동안 피크 오일을 연구해온 피터 뉴먼(사진) 호주 커틴공대 교수는 최근 자신의 연구 내용을 담아 ‘되살아난(resilient) 도시’라는 책을 펴냈다. 대학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환승역 중심 개발’과 ‘사람과 자전거 중심 개발’ 방식을 제안했다. 기차나 전철역을 중심으로 상업 시설과 주거 시설을 밀집해 개발해야 대중교통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청계천을 복원한 것은 엄청나게 좋은 사례입니다. 도심에서 차를 몰아내고 발가벗은 거리(naked streets)를 만들어 사람에게 돌려주어야 상업과 삶이 살아납니다.”
자가용이나 버스는 최대한 전철이나 경전철로 대체한다. 그러나 뉴먼 교수는 서울에서 논란이 됐던 지하 경전철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그는 “지하 경전철은 비용이 10배나 많이 들고 보행자 시장을 창조하지도 못해 비경제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 > 신재생 에너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중부양 풍력발전 등 기발한 국내 신재생에너지 개발 현장 (0) | 2009.01.27 |
---|---|
10년 뒤 과학기술분야 유망직업군은… 로봇전문가 으뜸 (0) | 2009.01.16 |
[스크랩] 한미 FTA 와 상수도 민영화 [2](펌글) (0) | 2009.01.09 |
탄생 30년, 한국 원자력발전 현주소 (0) | 2009.01.09 |
[‘친환경’ 세계 도시들]<상>런던 (0) | 2009.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