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와 상수도 민영화 [2]
사회 및 공공서비스의 개방은 국민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과의 fta, 또는 투자협정으로 공공서비스를 개방한 나라들은 예외없이 공공요금의 급등, 그리고 시골지역의 서비스 중단을 겪었습니다. 멕시코의 철도는 멕시코 시티(수도)를 벗어나 얼마 안 가서 끊어졌고, 볼리비아의 수도 요금은 급등했으며 코스타리카의 건강 보험은 붕괴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이 모든 일이 한꺼번에 일어났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삶은 낭떠러지 끝에 걸린 형국입니다.
[ 한미FTA와 물산업 민영화 ]
■ FTA와 상수도 개방
한미 FTA에서 상하수도를 포함한 환경서비스는 미래유보(정부가 언제든지 규제를 강화하거나 공공독점을 할 수 있다)에 분류돼 있습니다.
그러나 “관련 법 규정이 사적공급을 허용하고 있는 경우, 사인간 계약에 의하여 공급되는 해당 서비스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즉 한국의 상하수도법이 사적 공급을 허용하면(위탁 등 민영화를 할 경우 ) 여기에는 미래유보 조치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
다시말해 한미 FTA의 적용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조건부 유보”는 한미FTA 뿐 아니라 모든 FTA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으며, 대다수 초국적 물기업이 유럽계임을 감안 특히 한EU FTA는 더욱 위험합니다.
■ 용어정리
유보는 개방을 유보했다는 뜻입니다. 현재유보는 현재 상태를 상한으로 앞으로 더 개방할 수는 있지만 더 막을수는 없습니다(예컨대 스크린 쿼터 73일 현재유보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져도 74일 이상으로 쿼터를 늘릴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미래유보는 무제한 유보라서 규제를 더 강화(개방을 축소)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위탁’과 ‘공사화’는 기업들의 새로운 민영화 전략
‘위탁’과 ‘공사화’는 기업들의 새로운 민영화 전략으로서, 특히 철도?에너지?상수도와 같은 네트워크 산업에 도입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시설매각(소유권 이전)이 야기할 수 있는 국민적 반발을 무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투자는 국가나 지자체가 해야 하고, 수탁 기업은 이윤만 챙길 수 있는 신종 민영화 전략입니다
▶ 구체적인 사례
90년대 초중반부터 상수도 민영화 정책을 실시한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 남미의 경우 모두 시설매각이 아닌 지자체별 위탁 형태의 민영화입니다.
위탁은 한국처럼 공기업으로 위탁된 경우도 있고, 국가 또는 지자체가 초국적 자본과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위탁한 경우도 있습니다.
남미 전역에서 요금 폭등, 공급 중단, 수질 악화와 대중 봉기 등 사회적 재앙으로 이어지자 지금은 재국유화(공영화)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 상수도가 위탁?기업화될 경우 적용받는 주요 FTA 조항
▶ 투자: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차별 금지
▶ 경쟁정책: 국영?공기업 상업적 거래(요금 현실화, 민간(외국)기업에 대한 차별 금지 등) 원칙 의무화
▶ 정부조달: 상수도 관련 기자재, 설비, 기술, 자문?교육서비스 조달을 외국기업에 개방함으로써 실질적인 운영을 장악해 들어올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유럽연합은 현재 협상 중인 FTA에서 지방정부도 정부조달을 개방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투자자-국가 제소권: 위 사항에 대해 한국 정부 또는 지방정부가 위반했다고 기업이 판단할 경우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할 수 있습니다
■ 시골의 수돗물이 끊어질 수 밖에 없다
시골의 저 외딴 집 하나에 수도를 공급하려면 그 집만을 위해 수도관을 1km를 매설해야 한다. 물론 아파트 촌에서는 그 정도를 투자하면 100가구에 물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이 인프라 비용을 요금에 반영한다면 시골의 물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교차보조를 받아서 유지됐던 기존 수도마저 끊어질 것입니다.
더구나 민간기업은 주식시장의 단기 평가를 받습니다. 매년 경영진이 주가에 따라 갈리는데 장기 인프라 투자를 할 리 없습니다. 투자한 비용을 빨리 회수하는 데 골몰할 뿐입니다.
불행하게도 상하수도의 신설, 또는 유지 보수가 다 이런 장기투자에 해당합니다.
더구나 단기에 주가를 올리는 지름길은 대량해고입니다. 지금은 지방정부가 하고 있는 상하수도 사업이 민간에게 넘어갈 때
틀림없이 일어날 일입니다.
■ 한미 FTA는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환경부의 물 산업 육성 정책(노무현정부)세부계획 보면 다음과 같이 명시돼 있습니다.
1> 민간부문의 물 산업분야 진입장벽 요소를 제거
2> 수도사업자(지자체, 공기업)간 또는 기존수도사업자와 민간기업간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환경 조성 및 제도정비
바로 이러한 구절은 한미 fta 상 정부독점의 포기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지자체나 공기업이 교차보조 정책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업적 운영의 원칙, 공정경쟁의 원칙을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가격을 규제하거나 인프라 투자를 전제로 외국인 기업과 계약을 맺는 것도 원리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당장 투자 챕터의 의무부과금지에 걸리기 때문입니다. 중도에 계약을 폐기하는 것은 ‘투자자 국가 제소권’의 대상입니다
외국 기업에 안정적인 수익을 약속하고 이러한 ‘의무’를 계약에 집어 넣을 수는 있겠지만, 훗날 요금 폭등이나 투자 부족으로 인한 수질 악화가 발생해도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런 계약은 폐기하기도 힘듭니다. 외국에서는 초국적기업들은 계약을 폐기하려는 지방정부를 굴복시키기 위해 중앙정부의 물 보조금을 중단하도록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한·미 FTA의 래칫조항(역진방지장치)으로 인해 한번 민영화 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 투자자 국가 제소권- 수자원분쟁 ]
인간의 존엄성 유지는 고사하고 인간의 물리적 생명과 생존에 가장 기본적인 자원인 물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고, 또 그 수익을 어떻게든 보호해야 한다는 투자자의 목적과 그 물을 공공이익에 맞게 이용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민중의 목적은 서로 충돌하면서 실로 첨예한 분쟁을 낳게 됩니다.
■ 벡텔 대 볼리비아 사건
▶사건개요
미국기업 벡텔과 볼리비아 민중 사이에 몇 년에 걸쳐 벌어진 싸움은 외국 투자자가 얼마나 극단적으로 이윤추구를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극적인 사건입니다.
볼리비아도 외채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IMF는 1999년 이 나라에 1억3800만 달러를 융자하기로 결정하고, 그 대신 '구조개혁' 프로그램을 제시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는 아직 남아있는 공기업들을 모두 매각하라는 요구가 들어 있었고, 매각대상 공기업 중에 코차밤바(Cochabamba) 지역의 상하수도 시설도 포함되어 있었고 그 상하수도 시설에 대한 일체의 보조금을 없애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이를 기회 삼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유명한 미국 건설기업 벡텔(Bechtel)이 뛰어듭니다.
결국 2만 달러도 채 안 되는 헐값에 상하수도 시설 운영권이 벡텔의 자회사에게 넘어갑니다
벡텔은 상하수도 시설 운영권을 따낸 지 단 1주일 만에 수돗물 가격을 급격하게 인상했스니다.
그 인상폭은 코차밤바 지역의 서민들이 감당하기가 힘든 정도였습니다.
당시 볼리비아 전체의 최저임금은 월 70달러 정도였는데, 한달 물값이 20달러를 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야말로 '물을 사야 할지 어머니 약을 사야 할지'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게다가 벡텔은 땅 위의 물 뿐만 아니라 공기 중의 물까지 잠가버렸습니다. 강수량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자기 집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받는 것까지 금지하는 법을 만들도록 한 것입니다.
마침내 그 다음 해 2000년 2월에 상하수도 사유화를 취소하고 벡텔의 상하수도 시설 운영권을 빼앗을 것을 요구하는 대중봉기가 일어나 시내 전체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정부는 코차밤바에 경찰을 보내어 고무탄환과 최루탄으로 시위대를 강제진압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175명이 다치고 2명의 아이를 포함해 6명이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마침내 4월 10일 볼리비아 정부는 굴복하고 민중의 모든 요구를 받아들일 것을 서약했습니다. 벡텔도 상하수도 운영권을 빼앗기고 나라 밖으로 쫓겨나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후 볼리비아 곳곳으로 '물싸움'이 번져나갑니다. 볼리비아에서 쫓겨난 벡텔은 1992년에 네덜란드와 볼리비아가 맺은 양자 간 투자협정의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를 근거로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 해결센터(ICSID)로 가서 볼리비아 정부를 상대로 2600만 달러 규모의 소송을 겁니다.
벡텔과 그 자회사가 볼리비아에서 지출한 비용은 100만 달러가 채 안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2600만 달러라는 배상청구액은 상하수도 시설 운영권을 통한 미래 예상수익을 근거로 추정된 '자산가치'로부터 계산된 것으로 보입니다. ICSID는 이러한 벡텔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이 회사가 제기한 소송을 '수용'과 관련된 사건으로 접수했습니다.
벡텔이 볼리비아 정부를 고소했다는 소식은 가뜩이나 악화되어 있던 벡텔에 대한 반감을 세계적으로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결국 '2600만 달러의 배상금을 타내느냐, 기업 이미지의 계속적인 악화냐'를 놓고 고민했을 벡텔은 마침내 볼리비아 정부와 2볼리비아노스(300원 정도)를 받고 고소를 취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 사건의 의미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은 교훈을 줍니다
첫째, 벡텔이 투자해 획득한 것은 볼리비아 정부로부터 넘겨받은 시설운영권, 즉 사업권(concession)이라는 무형자산의 일종입니다.
이 '투자'는 물이라는 볼리비아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밑바닥 자원을 독점하고, 물을 써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높은 독점가격을 매겨 수익을 뜯어내는 사회적 기득권이 되었습니다.
둘째 , 벡텔은 그 모든 사태(민중봉기사태 등)가 정부에서 투자자 보호를 소홀히 하여 벌어진 일이며, 따라서 상하수도 시설 운영권을 다시 빼앗아 간 것은 '수용에 맞먹는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투자자들에게 상식이나 양심 따위를 기대할 일이 아닙니다.
배상을 받을 확률이 어느 정도 있다면 그들은 어떠한 논리나 주장이든 내세워서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를 활용할 것입니다.
세째, 배상액의 크기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볼리비아는 가난한 나라입니다. 이 나라에서 2600만 달러라는 돈은 공립학교 교사 1만2천 명의 1년치 봉급 총액에 해당됩니다. 이런 계산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4억 달러에 육박하는 큰 돈입니다.
■ 비방디 대 아르헨티나 사건
프랑스의 복합기업 비방디(Vivendi)는 1994-5년에 아르헨티나 투쿠만(Tucuman) 지역의 상하수도 운영권을 확보하고 사업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곧 투쿠만 지역의 주민들, 지방정부, 지역 정치인들과 비방디 사이에 수도값과 서비스의 질 등을 놓고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됐고, 아예 지방정부가 나서서 주민들에게 수도값 지불을 거부하라고 촉구하기에 이릅니다.
이에 비방디는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의 양자 간 투자협정을 근거로 1996년 ICSID에서 아르헨티나 정부를 상대로 한 중재심판에 들어갑니다. 2000년 당시의 판결에 의하면 일차적으로 투쿠만 지방정부의 법원으로 가야 할 일이며, 그 전에는 ICSID의 중재심판소가 어떤 개입도 할 수 없으니 소송을 각하한다는 판결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순순히 물러날 비방디가 아니었습니다. 비방디는 곧 ICSID에 이러한 중재심판소의 판결을 무효화할 위원회(Annulment Committee)를 소집해 달라고 신청합니다. 재소집된 위원회의 판단은 기존의 판결을 무효화할 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합니다. 위원회에 의하면, 중재심판소는 지방정부의 법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운영권 협약 따위에 얽매이지 말고 국제법이나 투자협정을 위반한 사안인지 여부를 독자적으로 판단해야 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극적인 반전으로 싸움의 2라운드가 시작됐습니다.
■ 선벨트 대 캐나다 사건
선벨트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로부터 제한된 양의 물 수출 허가를 받아 놓고 있는 캐나다 회사 스노캡(Snowcap)과 '합작사업(joint venture)'를 하기로 계약을 맺고, 스노캡의 물 수출량을 늘릴 수 있도록 1991년에 새로이 허가를 신청하려고 합니다.
이에 따라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주민들 사이에 자칫 지역의 수자원이 순식간에 고갈돼버리는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합니다.
마침내 같은 해에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정부는 기존의 물 수출 허가까지 취소해버리는 '물 모라토리엄'을 선언합니다.
이와 함께 주정부는 물 수출 허가를 내주었던 캐나다 회사 스노캡과는 33만 캐나다달러 정도로 배상액을 합의합니다.
그런데 선벨트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그런 조치가 자사가 하려고 했던 사업에 대한 '수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캐나다 정부를 상대로 UNCITRAL(유엔 산하 국제상법위원회)에 소송을 제기하고, 자사의 사업이 성사됐을 경우의 수익 추정을 근거로 105억 달러라는 거액의 배상을 요구합니다.
이 사건은 수자원보호라는 그야말로 기초적인 공공이익과 관련된 사안도 얼마든지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참조> 정태인 교수님, 홍기빈 변호사님의 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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