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황룡이 구름타고 승천하는 명혈, 때를 만나
[풍수기행] <23> 선대의 혜안이 예지한 땅 -수어댐 공사로 하루아침에 마을이 사라진 飛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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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망덕산의 상제봉조형의 군왕지지보다 한 수위에 속하는 대지이며 여기가 바로 군왕지지라고 추켜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가 간산을 통해 평가한 결과,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혈을 주관하는 뒷 산봉의 규모나 기세로 봐, 언뜻 억불봉 아래의 그 명혈을 제왕지지로 확대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두가지 관점에서 필자는 견해를 달리 한다.
하나는 제왕지지의 대지혈을 짓기 위해 내룡한 용맥은 진행법칙(行度)이 4태교구에 합법해야 한다. 또 하나는 대지진혈은 용맥이 태조산에서 시작된 상락지점에 해당하는 조악한 영역에 작혈되지 않고, 용맥의 마무리 단계인 하락지점에 작혈돼야 한다.
이는 풍수지리의 핵심원리인 용진혈적에 접근되는 이치다. 억불산 황룡등운형도 석산 바로 아래에 자리하지 않고 상당히 내려와 진혈을 맺긴 했어도 용세의 전체 구조로 봐, 상락의 영역임을 배제할 수 없다.
어쨌든 억불산 만큼 빼어난 산봉이라면 호남 56대지의 반열을 훨씬 뛰어넘어, 국중 대혈의 범주에 들 만큼 천하대지를 작혈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수어저수지 위에 거대한 산 그림자를 비추면서 하늘을 찌를듯이 높이 솟은 억불봉의 위용과 기상은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억불봉이 천상의 기운을 받아 땅속의 큰 지기와 조화합국을 이뤄 그 아래 어딘가에 서기를 응축시켜 깊이 숨겨 놓은 대혈이 바로 황룡등운형의 음택대지인 것이다.
그 명혈대지가 큰 역량을 발현하기 위해서 절실하게 보완해야 할 풍수지리적 요건이 바로 억불봉의 음기와 배합해야 할 양기, 즉 물인 것이다. 아무리 서기에 찬 대지가 응결돼 있어도 그 기운을 명당의 혈장에 오롯이 간직해 발음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응축된 땅기운을 흘러내리거나, 새어서 흩어지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다름아닌 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난 명당일수록 반드시 산·수가 어우러져야 한다.
하늘이 큰 대지명당을 억불봉에 천작해 놓고는 그냥 무용의 상태로 두지 않는 것 또한 하늘의 어김없는 뜻이다.
하늘이 점지해 놓은 천기를 세상에 쓸모있게 내 놓아 제몫을 하도록 비촌마을을 다른 곳으로 이주케 하고 그 깊고도 넓은 자리에 물을 가득채우게 될 것을 미뤄 확신했던 선현의 눈으로 비촌이라는 예언성 지명을 지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예지력에 의한 선현의 예언성 지명 비촌은 그 예언대로 어느날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곳엔 푸른 물이 넘실대고, 수봉으로 높이 솟은 억불봉과 조화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이제야 황룡등운형 대지명당은 그 발복의 시기를 만난 것이리라.
가장 확실한 사실은 비촌 즉, 날멀이라는 지명은 수백년전에 이미 오늘의 실현성을 내다보고 지어진 선현의 예지력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이다. 억불산의 기가 강성해 산의 영향권에 놓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까봐 이를 제압하기 위해, 또 옛사람들이 흉화를 피하려는 방편으로 억세게 보이는 산의 이름에 큰 숫자를 붙인 점이 곧 풍수지리적인 해석이다.
#그림1중앙#
전남지역만 해도 강진 병영면의 조산(兆山), 강진읍의 천불산과 만덕산, 화순읍의 만연산, 장흥과 광양의 억불산 등 드센 산이 많다. 이런 관점에서 백운산에서 발달한 억불봉이 한켠으로 비껴서 독립된 상봉으로 충천의 기세를 가진 그 강세에 훤히 노출돼 있는 비촌마을과 평촌마을은 흉화를 입기전, 그 곳을 떠났다는 다소 역설적인 설명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억불봉아래 의연히 자리잡고, 결점이었던 물까지 얻어 그 주인을 기다리는 황룡등운형의 명당은 어느정도 규모를 가진 대혈일까. 어렵게 구한 결록의 몇구절을 살펴보면 ‘이 명혈대지에 선영을 쓰게 되면 그 아들은 매우 어질고 의로운 의인으로 세상에 빛을 발할 것이고, 그 후손은 대를 이어 도덕률을 지키는 스승이 될 것이다’고 나와있다.
그런데 결록 내용을 찬찬히 살펴본 결과, 억불봉의 대지가 거대한 역량을 펼쳐서 제 몫을 다하려면 그 아래 비촌터가 있는 깊고도 넓은 계곡에 물로 가득차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대목에서 눈이 번쩍 띄였다. ‘만약 혈 좌우 계곡에서 모여 흐르는 물이 줄지어 급류(폭포)를 이루면 그 명당에 응결된 서기가 흩어지는 현상은 신의 조화로도 막을 수 없다’는 내용이 그 것이다. 결국 억불산 아래의 경사지고 긴 골짜기가 그대로 있어 물이 급류로 흘러 내리면 명혈대지라는 황룡등운형의 역량을 도저히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리고 석두정락(石頭正落)이라는 결록에는 ‘억불봉의 상봉에서 중턱까지는 거의 강한 암석으로 돼 있으며 거기서 중출맥이 낙맥돼 쏟아지듯 내룡하고 있고, 또 그 대지명혈의 전면에 놓인 안산은 인공적으로 꾸며 만든 것’이라고 적혀 있다.
수어저수지에 물을 담기 위해 높이 쌓아 올린 일자형의 댐은 정혈의 안산으로 놓이고, 그 너머로 겹겹이 보이는 진월면쪽의 산봉우리들은 마치 상운처럼 수성체의 조산을 이루니, 황룡이 등운하는 물형을 뒷받침한 것처럼 돋보인다. 어치골의 100여호가 넘는 마을이 마치 삽시간에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호수가 생겨 명당대지의 음양합국을 형성하는 한편 그 명당에 서리는 지기가 쏟아져 흐르거나 흩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수어저수지가 생겨 난 것이다.
비촌의 지명에 대한 연유를 밝히는 과정에서 또 한가지 예언성 지명을 발견한 것은 뜻 밖의 수확이었다.
수어저수지에 몸체를 적시고 있는 각산과 그 주위의 지명이 섬거(蟾居) 즉, 두꺼비가 산다는 것과 관련된 얘기다. 그 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나이 지긋한 사람들에게 확인한 결과, 두꺼비 섬자와 살거자로 합성된 지명처럼 두꺼비가 산 지역이 아니었다. 광양시에서 발간한 자료를 살펴보니, 이 지역에 솟아 있는 삼정봉, 매봉, 각삼봉이 병풍처럼 둘러쌓여 있는 지형이 마치 두꺼비 형상 같아 섬거역의 이름이 붙여졌다고 돼 있다. 하지만 실제 살펴본 결과, 섬거역(기차정거장) 보다는 섬거라는 지명이 먼저 생겨난 것으로 미뤄봐도 얼른 와 닿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두가지의 예측은 설득력이 있다고 믿어졌다.
섬거지역을 끼고 흐르는 수어천이 망덕산 어구의 섬진강물과 합수되고 섬진강의 물고기들이 수어천을 거슬러 올라와 많이 서식하게 되니, ‘섬진강 물고기가 산다’는 의미로 섬거라는 이름이 지어졌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로는, 물의 쓰임새에 있어서나 황룡등운형의 대혈에 걸맞는 물을 충족시킬 수 없을 것이니 언젠간 지형적 특수성을 살려 섬진강물로 용수량이 확보될 것을 내다보고 섬거라는 에언성 지명이 생겨났을 것이다.
지명에 느닷없이 두꺼비 섬자가 관련된 것 부터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느끼는 부분이다.
고려 우왕때 왜구가 섬진강 하구를 침입했을때 수십만마리의 두꺼비가 울부짖으며 달려드는 바람에 왜구가 피해갔다는 전설이 있어 이때부터 두꺼비 섬자를 붙여 섬진강이라 부르게됐다고 한다.
그런 전설이라도 있었으니 섬진강 이름은 그런대로 이해의 공감대를 형성할수 있지만 섬거라는 지명은 앞서 든 예언성과 분리해, 전혀 상상하기 어려운 이름이다. 오늘도 쉼없이 수어저수지 한가운데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섬진강물이 흘러 들어오는 광경을 보면서 풍수지리란 ‘땅이 지니고 있는 생명의 질서에 인간이 품고 있는 생명의 논리를 적응시키고자 하는 우리 고유의 지혜’라고 정의한 뜻을 재음미해 본다. 선현의 예지력은 초과학적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 깊은 뜻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우리의 우매함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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