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NLL 공식 인정 1959년판 조선중앙연감에 기록”
54년동안 국제관례상 해상군사분계선으로 굳어진 것
DJ정부 이후 ‘연평해전’‘서해교전’등 무력 도발 … 휴전체제 무력화 시도
▲ 1999년 6월 NLL수역에서 발생한 연평해전 당시의 모습. (photo 조선일보 DB)
오는 8월 말 평양에서 열리는 2차 남북정상회담 의제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이 포함될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당, 국방부, 학계 등에서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통상 NLL(North Limit Line)은 휴전 직후인 1953년 8월 당시 유엔군사령관 마크 클라크가 설정해 중국·북한 측에 통보한 서해상의 북방한계선을 말한다.
북한은 1973년 이전까지 20년간 NLL과 관련해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미국이 베트남전쟁의 수렁에 빠져 여력이 없던 1973년부터 북한의 입장이 달라진다. 북한은 서해상의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 등 5개 섬 주변이 북한 영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북한 측은 이 같은 억지 주장만 반복할 뿐 1980년대까지만 해도 NLL을 실질적인 해상군사분계선으로 인정하고 이를 침범하는 정전협정 위반행위를 거의 하지 않았다. 1984년 9월 초, 우리나라 중부지방에 대홍수가 일어나자 북한 적십자사는 이례적으로 한국 적십자사에 수해물자를 제공하겠다고 알려왔다. 이에 한국 적십자사는 수해물자를 인수하는 지역을 NLL로 제안했고, 북한 적십자사는 이를 수용했다. 이렇게 되어 그해 9월 28일부터 10월 5일까지 NLL상에서 남북한 선박이 만나 수해물자를 인수인계했다. 비록 남북 적십자사 간 해상 만남이었지만 이는 북한 당국이 NLL을 인정했다는 의미이다.
1992년 남북한이 공동으로 만든 남북 기본합의서에도 NLL에 대한 언급이 나와 있다. 남북 기본합의서 제2장 11조 및 부속합의서 10조에 따르면 ‘해상 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고 명기되어 있다. 북한이 NLL을 현실적인 군사분계선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1993년 2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NLL을 기초로 남북한의 비행정보구역(FIR)을 조정했다. 비행정보구역이란 비행 중인 항공기에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항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항공기 사고가 발생할 경우 수색 및 구조 업무를 책임지고 제공할 목적으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분할, 설정한 공역(空域)이다. 북한은 이때도 국제민간항공기구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북한이 서해상의 NLL에서 무력도발을 본격화한 것은 1999년 6월이었다. 김대중 정부가 등장한 지 1년여 뒤였다.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을 한국 해군의 고속정이 선체를 충돌시키는 방법으로 밀어내는 과정에서 ‘연평해전’이 일어났다.
북한 함정이 NLL을 넘어온 지 9일째 되는 날인 6월 15일, 한국 해군은 고속정과 초계함 10여척을 동원하여 선체를 충돌시키는 밀어내기식 작전을 수행했다. 북한 경비정이 25㎜ 기관포로 공격을 가해오자 한국 해군은 초계함의 76㎜ 함포와 고속정의 40㎜ 기관포 등으로 응사해 북한 어뢰정과 경비정을 명중시켰다. 이 교전에서 북한의 어뢰정 1척과 중형 경비정 1척 등 2척이 침몰하였으며, 다른 경비정 3척도 크게 파손된 채 퇴각했다.
한국이 월드컵 열기에 휩싸여 있던 2002년 6월, 북한은 또다시 서해상의 NLL을 침범했고 ‘교전수칙’에 의거해 북한 함정의 남하를 막던 참수리호가 기습공격을 받으면서 ‘서해교전’이 발생했다. 서해교전으로 해군 장병 윤영하·한상국·박동혁·조천형·황도현·서후원 등 6명이 숨졌다.
북한이 NLL에서 연평해전과 서해교전을 일으킨 배경과 관련, 전문가들은 휴전체제 불인정 차원에서 ‘NLL 분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NLL의 성격을 알려면 1953년 휴전협정 당시와 그 이후 NLL 관련 국제 관행을 들여다봐야 한다. 안병태 한국해양전략연구소장은 국내 최고의 NLL 전문가다. 해군2함대 사령관과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안병태 소장은 1953년 NLL이 어떤 배경에서 설정되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해군)은 압록강 바로 밑의 섬까지 점령하고 있었다. 1953년 7월 27일 휴전 당시 유엔군 사령관은 해상 NLL을 설정하면서 NLL 이북에 있는 모든 도서(島嶼)를 중국과 북한 측에 양도했다. 북한은 유엔군 점령하에 있던 서해상의 섬들을 다시 차지하면서 NLL을 받아들였다. 북한으로서는 굉장히 큰 혜택을 받은 것이다.”
북한중앙통신사는 매년 북한 공식자료집 조선중앙연감을 발행한다. 조선중앙연감 1959년판 254쪽 황해남도 지도에 보면 NLL과 일치하는 선을 군사분계선으로 표기해놓았다. 북한당국도 NLL을 인정하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다. 조선중앙연감 1959년판은 통일부 북한정보센터에 비치하고 있는데 신분증만 있으면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다.
안병태 소장은 “1953년 이후 54년 동안 NLL은 국제관례상 해상군사분계선으로 굳어진 것”이라고 강조한다. 안병태 소장은 “이후 NLL 관련해 어떤 행정적인 조치들이 취해졌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NLL 관련 행정조치는 앞서 설명한 대로 1984년 수해물자의 NLL 수역 인수인계, 국제민간항공기구의 NLL에 의거한 항공정보구역 조정,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 등이 있다.
남북적십자회담 대표를 지낸 정용석 단국대 정외과 명예교수는 “김대중 정권부터 본격화된 북한의 NLL 도발은 휴전체제를 무력화하겠다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정용석 교수는 또 “6·25 기습 남침을 받은 자유대한이 유엔군과 함께 반격하는 과정에서 피 흘리며 얻은 피의 해상선이 NLL이므로 결코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안병태 소장은 “NLL은 대한민국을 보위해왔다는, 국군의 정체성이 담겨있는 선(線)”이라고 말한다.
북한은 1999년 연평해전을 일으킨 직후를 포함해 틈만 있으면 서해상의 북방한계선을 무시한 채 12해리 영해를 주장해왔다. 안병태 소장은 “북한은 1994년 발효된 국제해양법을 비준하지 않았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12해리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고 일축한다.
전문가들은 NLL 재설정 문제를 정부 일각에서 언급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결론짓는다. NLL은 휴전체제의 산물이고 대한민국이 현재 휴전체제에 있기 때문이다. 안병태 소장은 “NLL은 미국·한국·북한·중국이 모두 당사자”라면서 “특히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인 유엔군사령관과 사전 협의 없이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은 UN평화유지군사령관 출신이다. 황의원은 “NLL은 해상 휴전선으로 국제사회에서 그 동안 실질적인 해상분계선의 효과를 발휘해왔다”고 말한다. 황의원은 이어 “NLL을 의제로 올리는 것 자체가 NLL을 양보하는 것과 같은 말이며, 이는 휴전체제를 무력화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왜 북한은 김대중 정부 들어 NLL을 침범하며 ‘분쟁화’를 기도해왔고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의제에 NLL 재설정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을까. 정용석 단국대 명예교수는 “남쪽에 친북좌파 정권이 있을 때 과거 38선 수준으로 회복해야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
북방한계선(NLL)
1953년 정전협정 후
유엔사령군이 설정한 해상경계선
1953년 7월 27일 이루어진 정전협정에서는 남북한 간 육상경계선만 설정하고 해양경계선은 설정하지 않았는데, 당시 주한유엔군사령관이던 클라크가 정전협정 직후 설정해 북한 측에 공식통보한 해상경계선을 말한다.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NLL’로 부른다.
육상의 북방한계선은 본래 휴전 당시 남북 양측이 대치해 있던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2㎞ 물러난 지역에 설정된 북측의 한계선으로, 남쪽의 남방한계선과 마찬가지로 이 선의 남쪽 2㎞ 구역 안에는 출입이 통제된다. 즉 남북 양측의 한계선 밖 4㎞ 이내에는 출입이 통제되는 완충지대로서 이 공간이 바로 비무장지대(DMZ)다.
서해의 북방한계선은 서해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의 5개 섬 북단과 북한 측에서 관할하는 옹진반도 사이의 중간선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북방한계선이라 하면 이 해상한계선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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