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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美독주의 시대… 떠오르는 글로벌 동맹

화이트보스 2009. 1. 18. 14:07

저무는 美독주의 시대… 떠오르는 글로벌 동맹


이라크전쟁이 수렁에 빠지면서 미국 외교의 화두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바뀌었다. 경비병의 어깨를 두드리며 백악관 관저로 들어서는 부시 대통령의 뒷모습이 저무는 일방주의 외교 시대를 상징하는 듯하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장면 1.

“미국이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지만, 미국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가 됐어요.”

북한과 시리아의 핵 커넥션 논란이 증폭되고 있던 24일 전직 미 행정부의 고위 관리는 본보 기자에게 “핵 확산은 미국만이 걱정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이번 논란은 국제사회가 이란, 시리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미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데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장면 2.

최근 수년간 기후변화와 식량 부족, 에너지 고갈 등 지구촌 과제를 놓고 열리는 국제회의에서 볼 수 있는 공통된 풍경이 하나 있다.

더는 강대국 정부 대표들만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비정부기구(NGO), 싱크탱크 등 다양한 ‘권력기관’을 대표하는 참가자들이 당당히 ‘n분의 1’을 차지한다. 이들의 협력을 얻지 못하면 어떤 합의에도 도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21세기 들어 국제사회에서 ‘힘의 분산’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미국 외교정책의 물줄기를 바꿔놓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일방주의(uni-lateralism)’ 성향을 완전히 버린 건 아니지만 요즘 미국 외교의 화두는 ‘글로벌 파트너십’이다.

“한미동맹을 글로벌 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곳도 서울이 아니라 워싱턴이다. 미일, 미-호주 간에도 글로벌 파트너십 논의가 이미 수년째 밀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왜 지금 미국에선 글로벌 파트너십이 화두일까.

▽독주가 불가능한 시대로의 진입=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장은 격월간지 포린어페어스 최신호 기고문에서 현 세계질서를 ‘무극(無極)시대’라고 표현했다.

즉, 제1차 세계대전 직전처럼 여러 강대국이 군웅 할거하는 다극(多極)시대→미소 양국이 맞대결하는 양극시대→냉전 종식 후 미국 주도의 단극(單極)시대를 거쳐 이제는 무수히 많은 힘의 중심들에 권력이 분산된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유엔,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 △동남아국가연합(ASEAN), 미주연합 등 지역 조직 △다국적 기업 △CNN, 알 자지라 등 글로벌 언론 △비정부기구 △국제테러조직 등 무수히 많은 행위 주체들이 세계 질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전문가는 “부시 행정부 1기 때까지만 해도 워싱턴에선 ‘인류 역사상 로마제국 이래 미국만 한 슈퍼파워는 없었으며 힘의 독점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란 자신감이 팽배했다”며 “그러나 이라크전쟁이 수렁에 빠지고 네오콘(신보수주의)의 영향력이 쇠퇴하면서 우방들의 적극적 지원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되는 상황이란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핵심 우방과의 파트너십이 최대 무기=미 행정부의 한 관리는 “(무극시대에) 미국이 지구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핵심 우방들과의 단단한 일대일 연대관계를 그물망처럼 조직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한국 외교통상부의 고위 관리는 “9·11테러는 미국에 새로운 형태의 안보상 도전을 던져줬다”며 “‘국가’가 아닌 세계 곳곳에 편재하는 위협들에 직면한 미국은 우방들이 세계의 경찰 역할에 동참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역 문제도 마찬가지다. 부시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양자 무역협정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도 도하라운드 협상을 비롯한 다자 간 협상이 ‘수많은 사공들’ 때문에 계속 교착상태에 빠짐에 따라 ‘다수의 양자관계를 통해 자유무역을 확산시킨다’는 전략에 따른 측면이 있다.

일각에선 “부시 행정부의 ‘과잉 개입주의’의 역작용으로 차기 행정부에선 고립주의적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장은 “현재 대통령 후보 가운데 누구도 고립주의자가 아니며 글로벌시대에 미국의 경제 정치적 미래는 세계 이슈에 적극 참여하는 데 달려 있음을 알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