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을 가다]별은 쏟아졌고, 나무들 비탈에 섰다
제12구간 (1)- 화령재∼봉황산∼비재∼갈령(삼거리)∼형제봉∼피앗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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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3일 새벽 5시. 경북 상주서 충북 보은으로 넘어가는 화령재.
광주에서 4시간여 가까이 차를 달려 도착했다.
10명에 가까운 백두대간 12구간 취재팀이 고갯가루에 올라섰다.
고개를 들었다. 별들이 쏟아졌다. 제 품에 안기기를 마냥 기다리는 이, 별이 저와 닮았다며 그냥 좋아하는 이, 열심히 손가락으로 짚어 친근함을 표시하는 이.
#그림1중앙#
그러나 별은 좀체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단지 빛으로만 말했다.
그중 7개의 별이 국자 모양을 하고 있는 북두칠성(北斗七星). 지난밤에도 시시각각 방향을 틀었을 터. 그러나 북극성은 움직이지 않았다. 예로부터 끝모를 사막이나 망망대해에서 모험가들의 길잡이 노릇을 했다. 반가웠다.
남쪽하늘로 눈길이 자연스레 옮겨졌다. 오리온자리가 무더기로 얼굴을 내민 다른 별들을 압도했다. 2개의 1등성과 그 중간에 같은 간격으로 늘어선 3개의 별이 밝다. ‘겨울 밤하늘의 왕자’답다. 그리스 신화의 용사 ‘오리온’을 상징할만 한다.
화령재 도로를 감아 올라오는 바람이 제법 거셌고 뚝 떨어진 기온이 엄습했다. 허나 밤하늘을 본 짧은 시간안에 취재팀은‘용사’가 됐다.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동안 간단하게 요기(療飢)를 했다.
오전 7시40분 출발. 곶감이 수백수천개 주렁주렁 매달렸다. 상곡1리 마을 풍경이다. 동네 표석을 돌아 잡목숲 대간의 중간마디를 붙잡았다.
길은 미끄러웠다. 떡갈나무 낙엽이 쌓인 정도를 달리했다. 눈길 빙판길에도 효과가 있다는 등산화지만 발가락에 힘이 저절로 들어갔다.
지그재그로 난 오르막길을 계속 올랐다. 간혹 낙엽속에 숨어있던 조그만 돌멩이에 발길이 채였다. 넘어질 듯 하기를 몇차례. 돌멩이가 아니었다. 깊이 박힌 큰 바위였다. 그늘진 돌 틈마다 이끼가 끼었다. 산속의 습한 기운 때문이다. 낙엽진 잡목숲이지만 여전히 우거져 하늘은 가끔 모습을 나타냈다.
#그림2중앙#
듬성듬성 보이는 군용 참호(塹壕)가 이젠 효력을 다한 듯 깊이가 얕다.
오른쪽으론 급경사다. 비탈이다. 나무들이 비탈에 섰다. 그렇지만 하늘을 향해 머리를 꼿꼿이 세웠으며 뿌리는 깊게 내렸다.
갑자기 각도가 심해졌다. 어느덧 오른 산불감시초소. 오전 8시40분. 사방이 훤히 트였다. 길게 호흡을 하며 약간 휴식을 취했다.
봉황산을 향했다. 수령 300년은 됨직한 소나무가 길을 열었다.
그늘이 진 산행길에는 얼음꽃이 피었다. 물기를 머금은 곳이 급격한 온도저하로 얼음이 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산이 깊어질수록 솔잎과 떡갈나무, 갈참, 신갈, 상수리, 굴참, 졸참나무들의 낙엽이 혼재했다. 그러다 솔잎만 가득한 길이 나오기도 했다. 이를 반복했다. 그러기를 40여분 봉황산 정상(740.8m)이다. 일대에서 최고봉이다. 대간쪽 산세가 한 폭의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다. 우리의 가을산이다. 색채의 집합체다. 점묘법으로 그림을 그린 것인지, 그림을 다시 산세에 입힌 것인지 분간을 할수 없다.
다시 길을 잡았다. 5분여를 가다보면 바위지대다. 급경사다. 왼쪽으로 난 길을 탔다. 조심스레 발길을 둬야 한다. 겨울철이라 더욱 그렇다.
낙엽이 무던히도 쌓였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가늠으로, 앞사람의 등을 표지 삼아 가야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등산용 지팡이다. 낙엽을 걷어내거나 앞걸음에 뭐가 있나 확인할수 있다. 또 짚을때마다 탄력이 있어 손에 부담이 가지않고 무게도 가벼워 쓰임이 매우 좋다. 낙엽을 걷어차듯 걸었다. 돌무더기는 여전했다. 자칫 다리를 삘 염려도 있다. 수북한 낙엽길을 지나자 내리막길이다.
#그림3중앙#
오른쪽으로 대간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보이고 왼쪽으로 속리산이 멀리 펼쳐져 있다. 잔솔가지와 활엽수림 낙엽길을 2시간 가까이 걸었다. 육림을 했는지 쭉쭉 뻗은 수목들이 키를 뽐냈다. 비재로 내려섰다. 도로가 나 있다.
비재는 나는 새의 형국이어서 비조(飛鳥)재, 비조령이라 불렸으나 최근 비재라는 이름이 굳어졌다. 비재에서 앞에 보이는 경사가 심한 능선을 타고 다시 올라섰다. 묘가 있었다. 이어 낙엽송 조림지가 나왔다.
낙엽이 여전히 수북했다. 된비알이 시작됐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작은 봉우리에 올라섰다. 허기가 몰려왔지만 흘린 땀이 식으면 더 춥기 때문에 점심이 망설여졌다. 3분여만에 식사를 마쳤다. 머플러를 둘렀다. 추위가 잠시 비껴갔다. 30여분을 가자 전망이 좋았다. 오른쪽으로 상주의 남과 북을 연결하는 지방도로가 산 기슭을 타고 있다. 왼쪽으로 삼형제봉이 사이좋게 솟아있다. 조금 더 발길을 재촉하자 화남면 자연마을인 억시기로 내려가는 길이 나있다.
이곳을 지나면 암릉구간. 암릉구간은 통과할수도 있고 왼쪽으로 돌아갈수도 있으나 통과했다.
어느 길을 택하든 곧 만나게 된다. 묘를 지나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백두대간에서 유일한 습지인 못제(天地). 비재에서 한시간 30분거리. 해발 810m.
못제는 옛날 견훤이 목욕을 하고 힘을 얻어 전쟁에 크게 이겼고, 이를 막기위해 황충 장군이 연못에 소금 삼백석을 뿌렸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는 곳이다.
못제를 뒤로하고 헬기장을 지나 암릉구간을 넘어 갈령삼거리에 도착했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형제봉이고 오른쪽은 갈령(葛嶺).
갈령 삼거리에서 30여분 정도 형제봉으로 치고 올랐다. 해발 721m고지를 지나 형제봉 정상에 발을 디뎠다. 해발 828m. 내리막길이 사뭇 험하다. 1시간여를 탔다. 할배바위도 지났다. 이날 산행의 종착지다. 시간은 5시를 가리켰다. 1박을 위해 만수동으로 향했다. 이를 상세히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어 수월했다. 30여분 하산하자, 기다리고 있던 지원팀이 지친 어깨를 토닥였다.
글/우성진·오광록 기자 usc@kjtimes.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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