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백두대간을 가다

[백두대간을 가다]구간 제일의 경관 고적대 가는 길 결코 녹록치 않네

화이트보스 2009. 1. 24. 17:26

[백두대간을 가다] 댓재∼두타산∼청옥산∼고적봉∼백복령(下)

 


고사목절벽:국민관광지 제1호로 지정된 ‘무릉계곡’이 시작되는 고적대와 갈미봉 사이의 기암절벽이 고사목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연칠성령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남도일보 백두대간 종주팀은 다시 베낭을 고쳐맸다. 동해바다 구경은 요원한 듯 하다. 안개가 걷히지않을까 마음속에 가졌던 기대를 무심케 할 정도로 태백준령을 넘는 안개의 움직임은 기세가 등등했다.

이름만큼이나 뾰족하게 솟은 고적대로 향한다. 전체 구간중 경관이 제일 좋다는 안내책자의 설명에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고적대 정상을 향하는 길은 녹록치 않았다. 망군대를 지나면서부터는 곳곳에 안전펜스와 함께 밧줄이 설치돼 오르막 산행을 돕고 있다.

오전 10시 고적대 정상(1천353.9m) 도착.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준령을 넘어가는 안개의 흐름이 더욱 빠르다. 맑은날 고적대에 서면 청옥산과 두타산이 푸르름을 더하고 지나갈 갈미봉은 암장에 치마가 둘러처져 있는 듯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안개에 가려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도 힘들다.

#그림1중앙#

동해시와 삼척시, 정선군의 분수령을 이루는 고적대는 기암절벽이 대를 이뤄 신라고승 의상대사가 수행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동쪽으로 뻗어진 청옥산과 두타산이 어울려 해동삼봉이라 일컬어지며, 신선이 산다는 무릉계곡의 시발점이 되는 명산으로 높고 험준해 넘나드는 사람들의 많은 애환이 서린곳이다.

10여분의 휴식을 취했다. 금새 한기가 밀려온다. 다시 베낭을 짊어졌다.

고적대 정상에서는 왼쪽 중봉산으로 들지않도록 독도를 잘해야 한다. 키 낮은 참나무랑 키 큰 철쭉 잡목을 헤치고 좁고 거친 길을 따라 50여분을 달리면 갈미봉이다.

#그림2중앙#

목적지인 백봉령까지는 아직 절반을 넘지 못했다. 새벽 4시부터 시작된 산행이 7시간째 접어들면서 대원들 사이에 대화는 줄고 속도 또한 급속하게 떨어졌다.

산행 도중에 강릉시청의 발주로 등산로를 정비하고 있는 김학선씨(46·강릉시 왕산면)를 만났다.

사람 구경이 힘든 대간길인터라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었다.

“낭떠러지 인근에 난간을 설치하고 등산로를 정비하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지나는 산악인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을때마다 힘이 솟는다”며 김씨는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림3중앙#



김씨와 헤어진후 20여분 가량 지나 산행을 이어가니 사원터 방향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물방아골로 이어지고 무릉계로 내려가게 되는데 워낙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서 겨울에는 위험할 것 같다. 갈미봉에서 밋밋한 능선을 돌아 1천142.8봉으로 올라가고 대간길은 다시 왼쪽으로 8부능선을 타야된다.

내림길 가장자리에 샘터가 있어 점심식사를 했다.

내림길에는 굵은 소나무가 지나온 세월을 말해주듯 꿋꿋하게 버티고 서있고 왼쪽으로 임도가 보이더니 이기령에 도착했다. 중간탈출이 가장 편리한 곳이다.

임도를 따라가면 1시간 이내에 원방재에 닿을 수 있지만 대간길은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면서 급격한 오르막이 시작된다.

상월산(980m)을 향해 오르는데 걸리적거리는 빽빽한 소나무와 일본잎갈나무 숲을 헤치고 오르려니 힘은 힘대로 드는데 속도는 나지 않는다.

#그림4중앙#



상월산을 지나 길은 원방재서 다시 한번 크게 곤두박질친다. 눈에 보이는 임도가 지칠대로 지친 종주팀을 자꾸 유혹한다. 그때문일까. 탈진상태에 도달한 종주팀에 힘을 북돋우려는 듯 선배 대간돌이들은 백봉령길을 알려주는 작은 나무에 어느 곳 보다 많은 표지기를 걸어 놓았다.

원방재부터는 완만한 오르막 소나무 숲길이 잠시 이어진 뒤 잡목지대에 들어선다. 참나무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이 원시림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산행 12시간을 넘어선다. 온몸의 힘은 어디론가 다 사라지고 자꾸 이대로 눕고싶다는 생각 뿐이다. 불현듯 불안한 생각이 차오른다. 이젠 중간탈출로도 없다.

어슴프레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에 힘을 얻어본다.

#그림5중앙#

자병산(872.5m) 자락을 파내리는 대규모 공사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목적지에 다 온 듯 하다.

목적지인 백봉령에 도착한 시간은 정확히 출발 14시간만이 오후 6시였다. 목을 타고내리는 시원한 맥주 한잔이 이처럼 고마운 적이 또 있었던가. 글·사진


박영래 기자 young@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