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을 가다] 백복령~생계령~석병산~삽당령
산객들에 잘 알려지지 않은 구간 잡목과 넝쿨도 많아 길 잃고 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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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에서는 아직 가을을 느끼기 힘든 계절이건만 강원도 강릉과 정선군을 경계지어주는 백복령의 새벽은 차가운 바람과 안개 등으로 추운 늦가을을 연상시킨다.
오늘 종주해야할 백봉령에서 삽당령까지는 근래들어 비교적 거리가 짧은 곳이라 오전 6시 산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백두대간길 어느 곳이건 쉬운 곳이 있을까.
자욱한 안개속에서 백복령을 출발했다.
길을 찾기가 힘들다. 석병산을 제외하고는 산행객들에게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산만을 품고 있는 이번 구간의 특성때문인지 대간길이 확연히 보이지는 않는다.
#그림1중앙#
더구나 시작부터 바지를 잡아당기는 무성한 풀과 나무들, 이곳에서 품어내는 이슬의 물기가 아랫도리를 흥건하게 하면서 험난한 산행을 예고한다.
바지를 타고 내려온 물기로 신발에 물이 찼다.
질퍽거리는 불쾌함과 아랫부분의 섬뜩함을 참아내며 40여분을 걸어가니 오른쪽 자병산 공사장으로 연결되는 임도가 나온다.
공사로 파헤쳐진 도로와 산으로 인해 대간길을 찾기가 힘들다.
지도를 보면서 그동안 배양된 위치감각을 발휘해 어렵게 길을 찾았다.
#그림2중앙#
스스로의 실력을 대견스럽게 생각하면서.
이후부터는 오르내림이 깊지 않은 능선이다.
수많은 철탑을 거치고 안개속에서 괴기영화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주는 나무 숲지대를 지나 생계령에 도착했다.
백봉령에서 2시간 이상 걸렸다. 길을 찾지 못해 헤멨기 때문이다.
생계령부터는 안개가 어느정도 거치고 시야가 나타나는 길이다.
또 기가막힌 노송이 각자 나름대로의 자태를 뽐내고 있어 그림에서 본 기억이 있는 신선이 산다는 무릉도원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여름과 가을 산행객들은 이구간에서 뱀을 조심해야 한다.
#그림3중앙#
기묘한 노송밑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했다가 등뒤에 있는 독사에 물리뻔하기도 했다.
노송지대와 비교적 편안한 길을 1시간여를 거친뒤 30분 가량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면 전망이 탁트인 922m봉이 나온다.
이구간은 임계카르스트지형으로 왼쪽길 옆으로 움푹파인 함몰지가 수시로 나타난다.
922m봉에서 석병산까지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편안한 능선길이다.
30여분 가량의 잡목지대만 아니면 중간 중간 주변의 산군과 발밑으로 깔려있는 구름을 감상할 수 있어 더없이 좋은 길이다.
대략 2시간이 소요된다.
#그림4중앙#
두개의 헬기장에서 숨을 고르며 높이가 1055m인 석병산에 올랐다.
석병산 정상은 황홀하리만치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해준다.
깍아지른 바위로 이루어진 바위병풍이라는 의미에서 석병산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듯이 신선이 머무는 바위산같다.
적당한 안개가 정상 밑으로 깔려있어 구름위에 올라와 있는 착각을 일으킨다.
여기에 절벽 아래 바위를 울타리 삼아 삼삼오오 회양목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정상의 아찔한 바위틈 사이에서 사진을 찍고 정상 밑 소원을 비는 돌무더기 옆에서 점심을 먹었다.
햇반 한개와 참치 1통, 1회용 김치지만 선계에 와있는 환상적인 분위기속에서 최고의 식사를 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오기 힘든 만큼 아쉬움도 큰 석병산을 뒤로 하고 1033m의 두리봉을 향했다.
두리봉까지는 밟을때 촉감이 좋은 흙길에 평탄한 능선길로 이어져 힘들다는 생각 없이 이정표 보다 적게 걸려 40분만에 도착했다.
오늘의 목표지점인 삽당령까지는 이정표에 1시간 30분이라고 적혀져 있다.
예상 보다 빨리 산행을 마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하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후 삽당령을 향한다.
하지만 가깝게 자동차소리는 들리지만 쉽게 목적지에 닿지는 않는다.
고만고만한 능선을 지나고 제법 높은 고개 하나를 통과하니 본격적인 내리막길을 만난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30분 가량 내려가니 목적지 삽당령이다. 비교적 쉬운 구간이지만 산행시간 10시간이 넘게 걸렸다.
삽당령에는 천막으로 지어진 휴게소가 있다.
주인 할머니가 반갑게 맞이하며 “백두대간 구간 가운데 잡목과 넝쿨로 인해 가장 재미없는 구간이다고 산행객들이 이야기한다”며 “고생했다”는 말로 위로를 한다.
동동주 한잔에 하루 산행의 피로를 풀며 남쪽으로 길을 향한다.
글=이승범 기자 사진=기경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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