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백두대간을 가다

[백두대간을 가다]북풍 한설에 설악단풍도 숨고르기

화이트보스 2009. 1. 24. 17:30

[백두대간을 가다] 조침령∼북암령∼단목령∼점봉산∼망대암산∼한계령
하룻밤 묵고 새벽 출발 어느새 예삿일
홍포수막터 오르는 263계단 체력 시험
험한 바윗길 자일·고정 로프 이용해야


점봉산 정상에 서면 북쪽으로 설악산 대청봉을 중심으로 서북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위 38도선이 지나는 강원 양양군 영덕리 한 민박집서 하룻밤을 묵은 남도일보 백두대간 종주팀은 새벽 5시30분 배낭을 짊어졌다. 출발지인 조침령(770m)까지 오르는 길은 확포장 공사가 한창이어서 서둘러야 했다. 6시20분 캄캄한 조침령에 섰다. 종주팀은 파이팅을 한번 외치고 목적지인 한계령을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조침령에서 900.2m봉까지는 잡목이 우거진 완만한 오름이 계속된다. 900.2m봉에서 1천136m봉까지는 1시간 거리다. 왼편 산중턱에는 양수발전소 상부댐 건설이 마무리 단계다. 삼각점이 곳곳에 박혀 있고, 저수지내 출입을 막는 경고판이 큼지막하게 서 있다.

#그림1중앙#

1천136m봉에서 북암령에 이르는 구간은 급경사길이다. 대간종주를 어느 정도 경험한 대간돌이라면 내리막길이 결코 반갑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뒷동산 길이 아닌 이상 대간길은 내리막이 있다면 반드시 그만큼 오르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북암령은 인제군 진동리 사람들이 양양군 북암리로 넘던 고개로 양양방면으로 가려면 오른쪽 계곡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고 진동리로 가려면 왼쪽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중간 목적지인 단목령까지는 1시간 거리다. 키 큰 나무숲과 습지로 원시림이 잘 보존된 지역이다. 단목령에 다다를 무렵이면 제법 웅장한 물소리가 들린다. 계곡에서 식수를 공급할 수 있다. 대간길에서 이처럼 큰 계곡을 만나는 것은 흔치않은 일이다.

단목령은 진동리에서 양양군 서면 오가리로 넘어가는 고개로 북쪽으로 난 오른쪽길로 내려가면 1시간이내에 오색초등학교로 내려갈 수 있다.

#그림2중앙#

단목령을 기점으로 대간길은 점봉산(1천424.2m)을 향해 서쪽으로 방향을 틀게 된다.

특히 단목령에서 855.5m봉을 지나 심마니터까지 가는 일대가 낮은 습지로 이뤄진 구릉지역으로 지도를 잘 보고 지형을 충분히 파악한 뒤 운행해야 한다. 표지리본을 관심 있게 살펴보며 길을 나아가는 것 명심해야 한다.

점봉산을 오르는 길은 등산객들의 왕래가 잦아 등산로가 뚜렷하다. 오색 민박단지에서 올라오는 길이 대간길과 만난 곳부터 점봉산까지는 급경사길이다. 특히 홍포수막터까지 이르는 새로 조성된 263계단은 자신의 체력적인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절감하게 만든다. 홍포수막터에도 조그만 계곡물이 사계절 흐르고 있어 등산로를 정비하는 인부들이 텐트를 치고 생활하고 있었다.

철쭉이 대규모 군락을 이룬 점봉산 정상은 사방의 시야가 완전 확보돼 있다. 조침령을 출발한 지 꼭 6시간만이다. 북쪽으로 설악산 대청봉을 중심으로 서북능선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동남쪽으로는 방금 지나왔던 봉우리들도 한눈에 들어온다. 점봉산은 설악산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등산객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그림3중앙#

점봉산이나 30여분 거리의 망대암산(1,236m)에서 본 설악산 서북능선의 경관 또한 아주 훌륭하다. 대청봉과 귀때기청봉 등 능선의 실루엣이 한눈에 펼쳐진다. 망대암산에서는 또한 점봉산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 좋다.

망대암산을 지나 1천157.6m봉까지 구간은 등산로 정비가 잘 돼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키 작은 주목들이 등산로변에 듬성듬성 서 있다.

이곳부터 한계령까지는 바위능선 구간이다. 힘들고 위험한 곳이 많다. 자일을 이용해야 할 정도로 험한 바위길이 두세 곳 나오지만 기존에 설치된 고정로프를 잘 사용하면 무난히 통과할 수 있다.

잘 알려진 구간이지만 트래버스길을 놓치지말고 차분히 운행해야 한다. 종착지인 한계령은 44번 국도가 지나고 있다. 강원 양양과 인제를 잇는 고갯길로 지난 1981년 포장된 이후 국내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관광지로 부상한 곳이다.

#그림4중앙#

여기서 조금만 발품을 팔아 한계령 고갯마루에 서 있는 설악루에 오르면 방금 지나쳐 온 점봉산 만물상과 칠형제봉 같은 기암절경들의 진면목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피곤이 한순간 살지는 느낌이다.



박영래 기자 young@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