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백두대간을 가다

[백두대간을 가다]아! 굽이굽이 서린 대간의 숨결이여

화이트보스 2009. 1. 24. 17:30

[백두대간을 가다] 한계령~대청봉~소청봉~희운각 산장
이틀 산행길 배낭 무게로 어깨 뻐근
한계령 최고 전망 자랑하는 설악루
서북능선 한폭의 한국화 연상케 해
바람도 다른 대청봉 울산바위 코앞
최고·최악코스 공룡능선‘후들후들’


소청봉에서 바라본 설악산 북쪽능선들. 이 가운데 최고의 절경이며 최악의 코스로 꼽히는 공룡능선이 종주팀을 기다리고 있다.


백두대간의 종착점이 점차 다가올수록 뒤따르는 고통이 있다. 매번 늘어나는 목적지까지의 이동거리다. 광주에서 출발하면 평균 6∼7시간을 차량 안에서 보내야 한다. 얘기를 나누거나 잠으로 때우던 종주팀도 이제는 노트북컴퓨터를 이용해 영화 한두 편을 보는 것으로 지루함을 달래는 요령이 생겼다.

2005년 11월 17일 남도일보 백두대간 종주팀은 또다시 광주를 출발했다. 백두대간 남측 종단점까지 4박 5일의 마지막 종주를 위해 강원도 인제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다음날 오전 9시 20분, 이승범 팀장을 비롯한 4명의 종주팀이 출발지인 한계령에 섰다. 1차 목적지는 대청봉 아래 희운각산장.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이튿날 미시령까지 종주할 계획이다. 2일동안의 산행 때문에 배낭 무게 또한 만만치 않다.

한계령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는 설악루. 이미 지나온 점봉산과 만물상 바위능선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매표소를 통과해 나무계단과 비탈길을 오르는데 벌써부터 호흡이 통제가 되지 않는다.

1시간여 땀으로 목욕을 하고난 다음에야 1천307m봉에 닿는다. 전망대 같은 바위에 올라서니 북쪽이 시원스럽게 터졌다. 바위 너덜지대를 안고 뾰족하게 솟아 있는 귓때기청봉에서 끝청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이 한 폭의 동양화를 만들었다. 눈도 몸도 마음도 모두 시원하다.

#그림1중앙#

비교적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길은 다시 고도를 낮추며 바위지대를 지나 하늘을 가린 숲속의 순탄한 흙길이 나타난다.

쇠파이프가 설치된 바위 비탈길을 오르니 서북능선 삼거리 갈림길이다. 왼편으로는 귀때기청봉 능선이 펼쳐지고 눈앞에는 설악의 심장부인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이 연출하는 진풍경에 입이 저절로 열린다. 돌아보면 울퉁불퉁 솟아오른 남설악의 봉우리들을 껴안고 장쾌하게 솟아오른 점봉산이 버티고 있다.

삼거리에서 오른쪽 능선 길로 방향을 잡는다. 잔설 때문에 조심조심 발을 디디며 오르니 전망이 툭 터진다. 1천460m봉이다.

넓은 바위공터에 서있는 이정표가 한계령에서 4.1㎞를 걸어 왔고 중청이 3.6㎞가 남았다고 알린다. 조망 또한 막힘이 없다.

비교적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지며 흙 길이라 걷기는 편하다.

한계령을 출발한 지 3시간여만인 12시 30분 끝청봉(1천604m)에 도착했다. 전망이 열리면서 동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종주팀을 반긴다. 중청봉과 대청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기에 다시 힘을 내어 걷는다. 대청봉까지는 1.8㎞ 남았고 중청까지는 완만한 경사로가 이어진다. 중청봉에는 국가시설물이 있어 오르지 못하고 옆으로 우회해 중청산장으로 내려선다.

오후 1시 20분 중청대피소에 도착했다. 속초시내와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운도 좋았다. 안개도 전혀 없다.

밖의 매서운 날씨와 달리 대피소 내부는 방음 방풍이 완벽했다. 개당 2천원하는 컵라면의 진가를 확인하는 자리다.

#그림2중앙#

점심식사 뒤 잠시 휴식을 취한 종주팀은 대청봉으로 향했다. 잣나무 군락을 지나면 한걸음 거리다. 등산로도 잘 정비돼 있다. 그러나 정상을 쉽게 허락하지 않으려는 듯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떠밀린다. 등산로변 난간을 잡지 않으면 날아오를 분위기다. 오후 2시5분 종주팀은 대청봉(1천707.9m)에 섰다. 대청봉이라 새긴 돌비석 하나가 우뚝 서 있는 정상은 여느 산봉우리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 바람만이 다르다. 북쪽으로 보이는 설악산 권금성과 울산바위가 손에 닿을 듯하다. 바람 때문에 여유 있게 주변을 관망할 상황이 못 된 것이 아쉬울 뿐이다. 하산을 서둘렀다.

대청봉에서 1차 목적지인 희운각산장까지는 계속해서 내려가야 한다.

중청대피소를 다시 지나 중청의 북쪽사면을 휘감아돌면 소청봉이다. 설악산 최고의 절경이자 최악의 코스인 공룡능선이 솜털 구름 속에 삐죽삐죽 이빨을 드러내놓으며 넋을 뺏는다. 내일 지나야 할 구간이다. 벌써부터 두려움이 밀려온다.

소청봉에서 희운각산장까지는 1.3㎞의 내리막길. 소청을 향해 오르는 사람들의 일그러진 표정에서 비탈임을 실감한다. 눈길에 무거운 배낭이 무릎에 충격을 가한다.

#그림3중앙#

오후 3시 40분 희운각산장 도착. 깊은 계곡에 자리한 산장은 이미 해질녘 풍경이다.

더 추워지기 전에 발이라도 씻으라는 산장지기 말에 계곡에 발을 담갔다. 대원들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너무 차갑다. 기온이 급강하면서 몸을 녹이라고 석유난로를 켜주는 산장지기가 고맙다.

산장에서 하룻밤을 묵는데 드는 비용은 숙박료 5천원, 담요 1장은 2천원이다. 뜨듯한 구들장을 기대하면 안된다. 작은 석유난로가 난방의 전부다. 전깃불도 밤 7시부터 2시간만 켜준다.

설악산국립공원 안내에는 산장에서 컵라면만 판다고 돼 있으나 매점에는 식료품과 일반 생활용품, 카메라까지 팔고 있다. 산장은 한국산악회 설악산구조대서 운영하고 있다.

모자에 장갑, 양말 등 중무장을 한 채 잠자리에 들었다. 비록 몸은 피곤하지만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밤하늘 풍경은 너무도 곱다.

사진/신광호 기자 sgh@namdonews.com


박영래 기자 young@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