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역사에서 배운다/임진왜란

거북선은 후진이 자유자재라 물러나면서도 포를 쐈다

화이트보스 2009. 1. 25. 11:46

글/고찬유기자

 

 

올해는 충무공 탄신 460주년입니다.

지난번에 27년째 거북선 모형을 만들고 있는 김영성(66)씨를 소개해 드렸죠. 오늘은 그가 말하는 거북선에 얽힌 ‘재미있는 거북선’ 이야기입니다. 이 내용은 30년 김영성씨의 연구 결과이지 학계에서 공인된 내용만 있는 건 아닙니다.

-거북선은 후진이 자유자재라 물러나면서도 포를 쐈다.

충파(衝破, 부딪혀서 적선을 침몰시키는 공격)를 한 거북선은 후진합니다. 이 경우 침몰하는 왜선에 남은 왜적들이 조총사격을 가하거나 반격을 하겠죠. 하지만 거북선은 후진하면서 포를 쐈다고 하네요. 거북선 구조가 2층이라 노를 저으면 포를 못 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포격을 해도 노를 저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거북선은 8가지 종류나 있었다.

가장 잘 알려진 게 전라좌수영 타입이죠. 등판은 철갑으로 두르고 용머리가 쳐들고 있는 형상이죠. 그 뒤에 나온 통제영(혹은 경상우수영) 타입은 나무 등판인데다 용머리가 선체와 수평을 이뤄 고개가 들어갔다 나왔다(마치 거북처럼) 했다는군요. 이밖에 머리가 없는 거북선, 누각이 있는 거북선(일명 충무공 종가 거북선) 등등.


 

 

 

전라좌수영 거북선(가장 잘 알려진 타입이죠. 용머리가 들려있고 등엔 철판을 깔았습니다.)

 

 


 

 

 

통제영 거북선(용머리가 선체와 수평을 이루고 있고 등엔 철판 대신 나무를 깔았습니다.)

 

 


 

 

용머리가 없는 거북선(이 때문에 거북선의 용머리가 진짜 자라 목처럼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구조라는 설도 있죠.)

 

 

 


 

 

 

충무공 종가에 전하는 거북선(등판 위에 장루가 있어 지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죠.)

 

 

 



 

통영거북선(용머리에서 유황 연기를 내뿜고 있네요. 장루도 보이고요.)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 나오는 거북선은 영호남 화합형이다.

위에서 밝힌 8종류 거북선 중 전라좌수영 타입과 통제영 타입의 특성을 적절히 섞은 영호남 화합형 거북선(전라좌수영의 철갑과 통제영의 일자형 용머리)이라는 거죠.

-거북선은 원래 무당의 배였다.

원래 ‘거북배’라 불린 거북선은 무속인이 바다에 띄웠답니다. 거북배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그 부분까지만 어업을 하기 위해서죠. 거북배가 더 멀리 흘러가 사라져야 좋았겠죠. 그만큼 어업 범위가 넓어지고 물고기도 많이 잡힐 테니까요. 간단히 말해 거북배는 어업안녕을 비는 제례용 배였다는 거죠.

-충무공이 구선을 귀선으로 바꾸었다.

거북선은 한자로 하면 거북 구자를 써서 구선(龜船)이죠. 실제로 조선 초기엔 구선으로 불리었답니다. 그런데 충무공이 구선, 구선 하면 구선(舊船)이란 느낌이 들어 귀선(龜船)으로 바꾸었다고 하네요. ‘거북 구’자가 ‘거북 귀’자로도 읽히니까요.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은 충무공이 성형수술 한 작품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거북선은 충무공 전에도 있었던 전함입니다. 고려 말부터 거북선이 있었지만 효용가치가 없어 쳐 박히다시피 했죠. 고려 말 거북선은 후진은 못하고 전진만 했는데 충무공은 후진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답니다. 8종류의 거북선 타입이 전하는 것도 거북선의 발달 과정이 단순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증거라는 거죠.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과 달리 거북선의 처녀출항은 실패하지 않았다.

드라마를 보면 거북선이 처녀출항 중에 물에 가라앉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하네요. 김영성씨 말인즉 드라마 시청률을 끌기 위한 ‘역효과 작전’, 즉 충무공의 실수를 부각시켜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하네요.

-외국에선 거북선을 일본 전함으로 알고 있다?

김영성씨가 거북선 모형을 만들게 된 계기를 전에 설명했습니다만, 일본뿐 아니고 미국 등 외국에서 거북선을 일본 전함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답니다. 일본인들이 외국에 갈 때 거북선 모형을 선물한 사례도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그 모형이라는 게 돛대가 앞으로 넘어가게 돼있는데 김영성씨는 이 때문에 일본이 주장하는 거북선은 가짜라고 합니다. 돛대가 앞으로 넘어가면 충파 공격을 할 수 없을 테니까요.

-충무공은 잔인했다.

이순신 장군은 지략이 뛰어나 명장은 될 수 있으나 용장은 아닙니다. 또 굉장히 잔인하고 용서를 모르며 인정사정 없었답니다. 일벌백계가 아니고 ‘일벌일계’로 부하들을 다뤘답니다. 공개 참수한 부하 중엔 심복도 있었답니다. 그러니 군기가 바짝 들었겠죠. 지략도 뛰어나지만 그 잔인함 때문에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는 거죠. 군기가 셌기 때문에 복잡한 거북선 내부에서 일사분란 하게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거북선은 조종이 불가능했답니다.

-거북선 원형 복원을 위해 남은 과제.

후진 원리까지 규명했으니 복원률은 88% 수준이라는 게 김영성씨의 주장입니다. 규명해야 할 부분은 거북선 1층이 첫번째 칸은 화약, 두 번째 탄환, 세 번째 대장군전, 네 번째는 신기전이라고 가정했을 때 2층에 있던 병사들이 복잡한 선체 통로를 따라 어떻게 움직일 수 있었느냐 하는 것이랍니다.

부디 거북선을 완벽하게 복원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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