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수의 세계/미사일보다 더 무서운 ‘인간무기’

<39>베트남 전쟁의 저격전 평가

화이트보스 2009. 1. 26. 18:16

<39>베트남 전쟁의 저격전 평가
미군, 정글 사냥꾼 사냥…전세 역전 도모

베트남 전쟁에서 스나이퍼들은 항공지원과 포병사격을 유도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했다. 특히 장거리에서 베트콩을 사살할 수 있는 기술은 미군 보병들의 사기를 크게 진작시켰다. 정글 속에서 교묘하게 잡히지 않았던 베트콩들은 점점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전장에서 크게 위축됐다. 정글의 사냥꾼들이 오히려 사냥당하자 전세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 저격수들은 통상 수색 정찰에 투입됐고, 종종 600m 이상의 장거리에서 적을 추적해 저격했다. 월남 민병대원들이 캄보디아 국경을 자주 넘는 베트콩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내통하자 이를 발견한 미군 저격수들은 장거리에서 M2 기관총으로 저격, 그들을 제거해 버렸다.

한국전쟁과 마찬가지로 미군은 망원조준경이 장착된 구경 0.50인치망원조준경을 저격수들이 사용했다. 이 총은 고정된 사격 진지가 필요했는데, 기지마다 모래 마대로 쌓은 6m 높이의 망루가 세워졌고, 망루에는 야간 관측장비(NOD)가 장착된 기관총이 설치됐다.

특별 제작된 단발식 M2 기관총은 어둠 속에서 거의 1000m에 달하는 표적을 명중시킬 수 있었다. 노련한 저격수라면 주간에는 그 두 배의 거리에서도 명중이 가능했다.

베트남전에서 미군 저격수 와드(J.Ward)는 베트콩의 작은 배를 2000m 거리에서 단 한 발의 탄환으로 폭발물을 명중, 배를 폭파시켰으며 해병대 저격수 해스콕(C. Hathcock)은 2500m의 초장거리에서 유너틀 스코프가 장착된 M2 기관총으로 베트콩 보급병을 사살했다고 증언했다.

구경 0.50인치 중기관총 사격의 놀라운 위력은 단발 노리쇠 작동식 소총의 발달을 촉진시켰다. 무기회사가 개발한 저격용 소총은 소음과 경량이 특징이었다. 소음기는 근거리 암살용으로 권총이나 기관단총에도 장착됐는데, 특히 야간작전 시 야간투시경과 함께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저격전에서 소음기의 중요한 장점은 총성과 총구 불빛을 거의 없앨 수 있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 스나이퍼를 보호할 수 있었다.

M16 소총 등 자동소총은 사격 시 많은 부품이 흔들리기 때문에 단발 노리쇠 작동식만큼 정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베트남에서 미 육군이 정밀사격용으로 개량한 M14 소총은 망원조준경 장착과 적절한 탄약을 사용했을 때 최소한 700m 이상에서 매우 효과적이었다.

베트남 전쟁 초기에는 많은 미군병사가 전투 시 위치 노출과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적과의 교전을 꺼렸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나타난 전투증후군으로 일선 병사들은 저격전에 대한 보복 공격을 받기가 쉬웠다. 그러나 전문적인 스나이퍼들은 자신의 임무가 최우선인 전투를 단순하게 즐겼다.

저격수들은 종종 보병부대, 정찰대와 작전하는 데 있어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즉, 보병부대는 통상적으로 융통성이 부족하고 행동이 느리며 소음이 많아 저격수의 정밀사격에 방해가 됐다. 또 강물이나 늪지대, 빽빽한 정글에서는 총기와 탄약의 청결 유지가 곤란하고 나뭇가지나 넝쿨이 저격소총의 노리쇠 작동을 방해하기도 했다.

따라서 스나이퍼가 작전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행동의 자유가 필요했고 현명한 지휘관이라면 저격수가 자신의 방식대로 활동하도록 보장했다. 다행히 미 해병대에서 독립적인 존재로 군림했던 저격수는 통상 자신의 임무를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으로 옮겼다.

베트남에서 미 해병 저격팀은 완전한 스나이퍼로 편성됐고 그들의 특별한 능력과 장거리 사격을 보장하기 위해 활동의 자유가 주어졌다. 저격수의 역할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도 미 해병대는 아주 명확했다.

“정찰 저격소대(Scout Sniper Platoon)의 임무는 장거리 사격과 정찰 능력을 갖춘 저격팀을 전투에 투입할 수 있도록 운용하고, 잠복 진지에 숨어서 단발 소총사격으로 적을 사살하는 개별 저격수를 보병부대와 정찰부대에 지원할 수 있다.” 해병대와는 대조적으로 미 육군의 저격수 운용은 접근 방식이 달랐다.

즉, 저격수가 말단 보병 소대에 소속돼 융통성이 부족했다. 이들이 비록 우수한 저격수라 할지라도 보다 중요한 것은 적을 자신의 조준경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행동의 자유였다.베트남 전선은 10년 동안 미군들의 피를 말렸던 수난의 현장이었다. 정글 속에서 치열하게 전개된 살육과 죽음의 순간마다 수많은 스나이퍼가 존재했다.

인명을 살상하는 그들의 정신적 고통과 충격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베트남 전쟁의 결과로 부각된 저격수에 대한 관심은 1972년 미군이 철수한 후에도 완전히 잊히지 않았다. 이는 당연히 미 해병대가 중심이 됐고, 이후 수십 년이 지나도록 저격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전환과 기대를 가져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