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베트남전쟁의 저격수 와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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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 항공지원 요청 적 중대병력 괴멸시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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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 중인 1969년 4월, 미 해병대 스나이퍼인 와드(J. Ward)는 최고의 베테랑 저격수인 매피니(C. Mawhinney)와 함께 수색정찰대에 배속돼 임무를 수행했다. 이 작전 간 와드는 긴박했던 저격전의 실상을 밝혔다.
“작전기지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 정찰대 첨병이 약 900m 전방에서 넓은 들판을 통과하는 베트콩 몇 명을 발견했다. 정찰대가 몸을 낮추며 ‘스나이퍼!’라고 소리 질렀다. 그 순간 매피니는 벌써 반대편 작은 고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소대장이 매피니를 향해 소리쳤다. ‘위험해! 부비트랩을 조심하라!’
그는 좋은 저격 지점을 잡기 위해 재빠르게 달려갔고 나도 매피니의 왼쪽 뒤에 바싹 붙어서 위치를 잡았다. 내가 쌍안경을 주시하며 적을 확인할 때까지 매피니는 숨을 고르고 있었다. 적들은 분명 무기를 휴대하고 있었다.
마침내 첫 번째 총성이 울렸다. ‘탕!∼’ 행군종대의 중심에 있던 베트콩이 쓰러졌다. ‘명중!’ 사격장에서 수없이 외쳤던 말이 내 입에서 튀어 나왔다. 총소리와 함께 베트콩들이 뛰며 쓰러진 동료를 나무숲으로 끌고 갔다.
이어 또 총이 발사되자 선두가 쓰러졌다. ‘명중!’ 베트콩들이 다시 시체를 끌고 숲 속으로 급히 대피했다. 이때 반대쪽 나무숲을 향해 도주한 베트콩은 큰 실수를 저질렀다. 그것은 저격수가 보고 있는 가운데 본대로 합류해 자신들의 위치를 스스로 노출시킨 것이다.
총탄이 또 발사됐고 베트콩이 논두렁 뒤로 넘어졌다. 잠시 후 항공기의 공중 폭격이 맹렬하게 시작됐고 베트콩들이 시야에서 모두 사라졌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들판에는 다시 정적이 깔리고 그날 우리의 사냥놀이도 끝났다.”
현명한 저격수라면 적의 대규모 집단이나 수가 많을 경우, 혹은 불리한 위치에서는 근접 항공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유리했다.
스나이퍼 와드가 안호아(An Hoa)의 65m 고지 진지에서 저격팀장으로 활동하던 어느 날, 정글의 저격수를 색출하기 위해 이른바 ‘사냥꾼 사살작전’에 투입됐다. M14총으로 무장한 감적수 라이트푸트 (T. Lightfoot) 병장도 동행했다.
두 명의 해병대 저격수는 넓은 들판과 논이 내려다보이는 안전한 위치를 잡았다. 만약 적들이 통과한다면 한눈에 들어올 수 있는 좋은 장소였다. 날이 서서히 밝자 놀랍게도 그들의 예상이 들어맞았다. 중대급의 많은 월맹군이 반대편 숲 속에서 빠져 나와 넓은 들을 가로질러 그들의 정면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절호의 찬스였다.
항공통제관과 급히 연락을 취하자 네이팜탄으로 무장한 F-4 팬텀기가 목표에서 7분 정도 떨어진 상공에 대기 중이었다.
적들은 비교적 빠르게 움직였다. 숨막히는 긴장의 순간, 일촉즉발의 위기가 다가오고 상황은 예측할 수 없었다. 감적수 라이트푸트는 손에 쉽게 닿을 수 있도록 탄알집을 정리했다. 그들이 침착하게 전면적인 총격전을 준비하는 동안 월맹군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선두 병사가 1분도 채 안 돼 전방 500m 안으로 들어왔다.
“지금이다!” 그들은 동시에 사격을 개시했다. 와드는 기관총 사수를 쏘고 감적수는 순식간에 3명의 선두 병사를 명중시켰다. 와드의 두 번째 총탄은 다른 기관총 사수를 명중시켰고, 세 번째 총탄은 도로상에 있는 박격포 사수를 쓰러뜨렸다.
네 번째 총탄이 또 다른 박격포 사수를 쏘는 순간, 그 사수는 포신에 한 발을 장전하려다 나무토막처럼 쓰러졌다. 어이없게도 그는 포탄을 잘못 발사하고 말았다. ‘쾅!!!’ 포탄이 근처 병사들 쪽으로 날아가 터지는 바람에 여러 명이 죽었다. 월맹군들은 미군이 발사한 포탄으로 알고 더욱 당황했다.
월맹군들이 다가오고 수많은 AK 소총탄이 닥치는 대로 산비탈로 집중됐다. 저격수들은 마음이 조급해져 팬텀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라이트푸트는 규칙적이고 침착하게 논바닥에 갇힌 적병들을 쏘았다. 일방적인 공격이었다. 마침내 무전기에서 고대하던 천사의 목소리가 터졌다. “롱 라이플! (저격팀 호출부호), 여기는 빅 텐(팬텀기 호출부호)이다. 우리는 최종 접근 중이다. 오버!”
20여 초가 지난 후 빅 텐이 굉음을 내며 저공비행하자, 거대한 폭음과 불길이 월맹군들을 휩쓸어 버렸다.
AK 소총탄이 나무숲이 타오르고 검은 연기가 분출했다. 월맹군의 사격은 모두 멈췄고, 오직 수목과 인간을 태우는 처참한 불길, 희미한 비명 소리만이 남겨졌다.
저격수 와드가 요청한 항공폭격은 적중했다. 와드는 안 호아에서도 105mm 포와 175mm 장거리포를 유도해 적을 괴멸시키고 지역 일대를 장악하게 했다. 그들은 언제나 침착하고 냉철하게 작전을 수행하며 뛰어난 용기와 기지로 승리를 쟁취했다.
<양대규 전사연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