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을 가다]
전남구례 화엄사-노고단-성삼재-작은 고리봉-만복대-정령치-큰고리봉-고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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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광주타임스가 5월 10일로 창사 7주년을 맞았다. 이에 본지는 전라도인의 진취적인 기상과 만물의 상생을 염원하며 대하 기획물 ‘백두대간을 가다’를 마련한다. ‘백두대간’종주 시리즈는 언론의 사명감과 참 의미를 새기고, 나아가 정확하고 알기 쉬운 산행여정기를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차원에서 기획됐다. 취재팀은 지리산을 시작으로 남한의 마지막 구간인 강원도 진부령을 거쳐 북한의 백두산까지 도보로 이동, 한반도 삼천리의 온 산하를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2년여의 대장정의 역사를 쓰게될 것이다.
<제1구간 상>
-3월 15일. 첫 난관에 부딪히다. 아직 출발도 안했는데…. 지리산이 5월 말까지 산불경계기간이라 입산이 통제 됐단다. 그러나 부딪혀는 봐야지. 취재협조공문을 지리산 관리 사무소에 보냈다. 돌아온 회신은 ‘NO’. 백두대간의 출발점은 지리산 종주부터인데….
-3월 24일.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출발일은 27일로 하되, 지리산 종주는 생략한채, 화엄사에서 출발, 노고단을 거쳐 성삼재로 내려와 정령치를 거쳐 고기리까지 1박 2일 코스를 잡았다. 중산리를 시작해 노고단까지의 지리산 종주는 산불경방기간이 끝나는 6월의 1박2일을 택하기로 정하고 아쉽지만 노고단에서부터 백두대간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산행은 그리 어려운 코스는 아니지만, 초보 산행대원들의 건강상태를 생각해 짧게 잡았다.
-3월 27일. 드디어 출발이다. 광주타임스 백두대간 종주팀의 깃발이 펄럭인다.
낮 12시. 화엄사 입구에 도착해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서로를 다독인다.
오후 1시25분. 화엄사의 뒷편 돌담길로 발을 옮긴다. “이제 출발이구나” 싶더니 졸참나무, 개서어나무가 즐비한 돌담길이 펼쳐진다. 낮은 경사지만 한없이 위로 솟아있다. 서서히 이마에 베는 땀을 닦아가며 시원한 공기를 한껏 들여마신다. 30분정도 올라가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사실 이번 산행팀은 초보가 대다수. 처음부터 무리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휴식시간을 많이 가지려 한다. 1시간 정도 길을 탔을까. 팀의 여기자 막내인 승현이가 구토를 하기 시작한다. 짐을 벗겨내고 가벼운 몸으로 길을 타게 한다. 겨우 2.5㎞ 올라온 상황인데….
#그림2중앙#
오후 3시. 서로가 지친 상황이라 말이 별로 없다. 나 역시 오랜만에 하는 산행이라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하지만 군계일학처럼 “뭐 이정도가지고 그래?”라고 말하며 힘차게 혼자 산을 거스르는 이승범 대장님.
오후 3시10분. 중재에 다다른다. 바닥이 차라리 흙이었으면 발이라도 덜 아팠을텐데, 끝없는 돌담길은 발바닥마저 끝없이 고통스럽게 만든다. 올라가는 우리와 반대로 내려오는 산행팀들이 “힘드시죠?”라고 묻는다.
오후 4시10분. 눈썹바위란다. 가져온 물은 바닥나기 시작하고, 8명의 산행팀은 선두와 후미가 명확히 갈라진다. 이젠 주위 풍경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올라갈 뿐이다. 곧 코재가 나타난다고 한다. 코재는 바닥에 코가 닿을듯 경사가 심해 코재라나.
오후 4시30분. 드디어 성삼재와 노고단 사잇길에 올랐다. 뭔가 가슴이 탁 터지는 느낌. 올라온 길을 바라보니 새삼 가파르다. 저 계곡을 뚫고 올라왔단 말인가. 대원들 모두 조용하다. 지리산 종주는 못해 아쉽지만 노고단은 올라가기로 한다. 포장된 길을 따라 다시 힘을 추스리고 노고단으로 향한다.
오후 5시15분. 젖먹던 힘을 짜내듯, 가파른 계단을 올라 노고단 정상에 올랐다. 거센 바람이 땀에 젖었던 몸을 금새 말리고 한기에 휩싸이게 만든다. 기념사진을 찍는다. 대원들 모두 산행엔 초보지만 4시간여를 무사히 올라왔다는것에 기쁨을 느낀다.
있는 힘껏 숨을 들여마셔도 텁텁함이라고는 한치도 없는 공기가 가슴을 뻥 뚫리게 만든다. 노고단 서쪽으로 불그스름 한 해가 보인다. 그 뒤론 무등산 봉우리가 솟아있다. 노고단에서 보는 무등산은 장관이다. 남쪽으로는 화순 모후산과 승주 조계산이 자리잡고 그 가운데 멀리 월출산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그림1중앙#
오후 6시. 노고단 산장에서 식사를 준비한다. 입산통제기간이라 산장엔 사람이 별로 없다. 우리팀을 제외하곤 5팀정도. 평소 같았으면 북새통이겠지만, 오늘따라 조용하다. 취사장을 거의 통째로 쓰는 호사스러움 속에 식사를 하고 간단히 술을 홀짝인다. 산위에서 보는 석양이 무척 아름답다. 평지보다 훨씬 짙은 붉은색이 산허리를 감싸고, 안개처럼 흩어져 있다.
백두대간을 가다] 1구간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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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화엄사~노고단~성삼재~작은 고리봉~만복대~정령치~큰고리봉~고기마을(약 25㎞)
-3월 28일.
오전 6시30분. 기상. 있는 힘껏 숨을 들여마셔도 텁텁함이라고는 한치도 없는 공기가 가슴을 뻥 뚫리게 만든다. 전날 노고단 정상에서 본 저무는 해와는 다른 아침해가 구름 사이로 불그스름하게 올라오고 있다. 뒤편으로 무등산 봉우리가 솟아있다. 마치 코앞에 와있는 것처럼 펑퍼짐한 언덕위에 천왕봉을 중심으로 서석대까지 잘 보인다.
남쪽으로는 화순 모후산과 승주 조계산이 자리잡고 그 사이로 멀리 영암의 월출산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신선에 비할 수 없는 참으로 좋은 전경이다.
오전 8시.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노고단을 내려온다. 성삼재로 가는길은 내리막길이라 쉽기만 하다. 대원들 사이에서도 농담과 웃음이 오고간다.
오전 9시. 성삼재 도착. 기념사진을 찍고, 오늘의 종점인 정령치를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오전 9시20분. 일행은 성삼재 휴게소 도로건너 능선으로 올라 붙는다. 능선 초입에는 입산금지 간판이 붙어있다. 능선에 올라 붙으면서 다시 고갯길이 시작된다. 아직은 힘이 넘치기에 줄어가는 말수 속에 빠른 속도로 걷는다.
오전 9시40분 작은 헬기장 하나를 통과한다. 좁게 이어지는 산행길에는 아직도 잔설이 곳곳이 깔려있다. 따뜻한 햇살에 밤새 얼어붙었던 흙이 녹고 신발은 온통 흙투성이다.
오전 10시. 가팔라지는 산죽군락지대를 통과해 바짝치고 올라가면 고리봉이다. 녹아내린 진흙이 미끄러워 넘어지는 대원들이 생긴다.
오전 10시40분. 1108봉을 지나 헬기장이 있는 묘봉치에 도착. 만복대로 올라서는 능선길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일단 한숨부터 나온다.
오전 11시30분. 만복대에 올라선다. 해발 1433고지. 무등산보다 높다. 오른쪽 아래로 도계삼거리에서 정령치로 올라오는 도로가 빤히 내려다 보이고 건너편으로는 고리봉(일명 큰고리봉,1304.5m)이 우뚝 자리잡고 있다. 묘봉치에서 만복대로 올라서는 오름길은 억새밭이 넓직하게 전개되며 고원분지를 연상시킨다. 만복대는 백두대간 2차구간에서는 최고봉이다. 정상에는 이정표가 있고 성삼재까지는 10km로 표시되어 있다. 배가 고프지만 정령치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다시 내려간다.
낮 12시10분. 북서쪽으로 휘어지는 능선으로 출발.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갈림길이다. 정령치로 이어지는 길은 북동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밋밋한 능선으로 이어지지만 서쪽으로 난 내리막 급사면 길은 요강바위를 지나 다름재로 이어지는 산동면과 주천면의 경계능선 이기도 하다. 내려오는 길은 곳곳이 잔설 덩어리다. 마치 겨울잠을 자는 곰마냥 웅크리고 있다. 한번 발을 잘못 들이밀면 무릎까지 눈이 차오른다.
낮 12시20분. 몇 개의 작은 봉우리를 오르 내린후 급경사 내리막 잡목지대를 빠져 나오게 되면 바로 앞에 산불감시초소를 오르는 나무 계단길이 있고 우회하게 되면 정령치를 지나는 포장도로다.
낮 12시40분. 정령치휴게소 도착. 정령치는 마한의 한 부족이 심원계곡으로 들어와 달궁마을에 궁전을 짓고 살았는데 진한과 변한의 침입을 막기 위해 정氏 성을 가진 장군으로 하여금 이 지역을 지키게 했던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라면으로 점심을 때운 후 동동주를 한잔 돌려본다. 봄 햇살이 따갑다. 충분한 휴식을 갖는다.
오후 1시40분. 정령치 휴게소를 뒤로 하고 고리봉을 향해 오른다. 주말이라 패러글라이딩팀이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난다. 잠시 하늘높이 떠가는 그들을 바라보지만, 그들보다 더 높은 오르막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오후 2시10분. 경사급한 산길을 올라서 십자형 팻말이 있는 큰고리봉(1304.5m)에 도착. 정상에는 삼각점이 있고 이정표도 있다. 정령치까지는 0.8㎞라고 표시돼 있다. 큰고리봉에 올라서면 북동쪽으로 세걸산,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이 뚜렷하다. 3구간때 올라가기로 한 고남산의 통신시설물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고리봉에서 대간길은 북서쪽 급한 내리막 소나무 숲을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솔잎이 두텁게 깔린 부드러운 길바닥이 처음으로 발에 힘을 덜 들이게 한다. 대원들 모두 신이 나서 내리막을 내려간다.
오후 3시50분. 고기리 고촌마을 730지방도로에 내려선다.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지리산군을 벗어나 처음으로 마을을 만나는 곳이다. 포장도로에 이르게 되면 고기교가 있고 그 직전에 남원, 정령치로 갈라지는 삼거리 이정표가있다. 도로 건너편에는 ‘선유산장 민박집’이 있다. 드디어 광주타임스 백두대간 종주의 첫 산행이 종점을 만났다. 모두 밝은 웃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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