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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댐이 정답?‥처방 엇갈려

화이트보스 2009. 2. 1. 14:12

⑤댐이 정답?‥처방 엇갈려(끝)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9.02.01 06:35


취수원 다변화, 물소비 및 오염 관리 등 `다양"
(대구.인천=연합뉴스) 류성무 정묘정 기자 = 80년 만에 최악이라는 극심한 겨울 가뭄으로 전국 곳곳에서 물 부족 사태가 현실화되면서 전문가들이 다양한 `물 고민'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수량의 계절적 편중과 함께 효율적인 수자원 관리 부재로 물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으며,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그러한 문제는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해법으로 들어가면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댐을 더 많이 건설해서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과 취수원을 다변화하자는 주장, `물을 물 쓰듯 쓰던 시대'는 지났다며 공급보다는 물 절약 등 수요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엇갈렸다.

◇댐은 반발 클 듯..취수원 다변화가 대안? = 아주대학교 환경건설교통공학부 이재응 교수는 댐을 더 짓자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최근의 겨울 가뭄은 1~2년 만의 갑작스런 현상이 아니라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마땅한 대비책이 없어 지금까지 그냥 온 것"이라며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빈발할 것이며 가장 확실한 대안은 댐을 더 건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댐 건설은 시민.환경단체의 반대와 각종 부작용 우려 때문에 추진이 쉽지 않다"면서도 "지금까지 만들었던 것 같은 큰 댐은 아니더라도 중소규모 댐을 많이 만드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단체들은 예상대로 댐 건설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녹색미래 이정수 사무총장은 "댐 건설은 지역 생태계를 교란하고 토착민의 이주 등 사회.경제적 문제를 발생시키는 만큼 오히려 수자원을 적절히 분배하고 물의 순환시스템을 정비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최계운 교수는 취수원 다변화를 제시했다.
최 교수는 "국내에서는 95% 이상 지표수를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지하수를 활용하고 해수를 담수화하는 등 취수원을 다변화해야 한다"면서 "일본의 경우 지하 50~100m에 지름 10~15m의 터널을 만들어 홍수 때에는 물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이를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영남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지홍기 교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저수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지 교수는 "가뭄에도 버틸 수 있도록 유역 면적이 20㎢보다 넓은 저수지를 많이 개발해야 한다"며 "전국에 있는 1만8천여 개의 농업용 저수지 가운데 유역면적이 20㎢ 이상인 것이 104개에 이르는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1,4-다이옥산 사태를 겪은 낙동강 유역에도 개발 잠재력이 있는 저수지가 47개나 되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하면 9억t가량의 추가 용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산창원 환경운동연합의 임희자 사무국장도 "대형 댐보다는 우리나라 기후조건에 맞게 녹색 댐이라고 불리는 저수지와 연못 등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면서 "강우의 지하수층 유입을 막는 아스팔트 도로 등 불투수층을 최소화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물 절약' 등 수요관리도 중요 = 전문가들은 물 부족 문제를 공급뿐 아니라 수요관리 측면에서도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하대 심명필 교수는 "기본적으로 물 소비량을 줄여야 한다"면서 "물을 물 쓰듯 하던 시대는 분명히 지났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물값이 전반적으로 싼 편인데 물값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며 "중수도를 이용하는 등 물을 용도에 맞게 재활용하면 세제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산창원 환경운동연합의 임희자 사무국장은 "물 공급 위주의 정책으로 수자원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방식은 지속성을 가질 수 없다"며 "이제는 물을 아껴쓰고 수요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접근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물 부족 상황에 부닥쳐 있다'는 인식 자체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운영위원장은 "대도시는 물이 넘쳐나고 강원도와 충북, 경북 북부 등 산골 지역은 물이 부족한 `부익부 빈익빈'이 문제"라면서 "국토해양부가 산골, 섬 지역의 물 부족 상황을 시.군 단위로 넓혀서 표시하고서 마치 전국이 물 부족 상황인 것처럼 오도하고 더 나아가 산골이나 섬에는 쓸모도 없는 대규모 다목적댐 건설 주장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북대학교 환경공학과 민경석 교수는 "흔히들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라고 이야기하는데 사실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로 단정할 수 없다"면서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고 관리해서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국가라는 표현이 더 적당하다"고 말했다.

물 문제의 또 다른 축인 `오염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견도 나왔다.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장재연 교수는 "법적 규제장치의 신속한 마련과 함께 관련 오염물 배출업소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지적했고, 마산창원 환경운동연합의 임희자 사무국장은 "낙동강 수계에 유해화학물질 발생 공장의 유치를 근본적으로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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