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부족 비상> ③"물은 달리고 수요는 많고"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9.02.01 06:35
댐.저수지 저수율 `뚝'‥매일 피 말리는 `물 전쟁'
(안동=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겨울 가뭄으로 전국 곳곳의 댐과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식수난에 시달리는 주민 수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농.공업용수나 하천유지수는 차치하고 먹을 물마저 부족한 상황이 길어지자 수자원 당국에는 물을 보내달라는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댐들도 물이 부족하긴 마찬가지여서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가뭄이 올봄까지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와 최악의 식수난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안동댐 `노심초사' = "저장된 물은 자꾸 줄어드는 데 쓸 곳은 갈수록 늘어나고 정말 걱정입니다"
안동댐은 영남 지역 1천만 주민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낙동강 물의 흐름을 좌우하는 댐이다. 안동댐의 한숨이 갈수록 커지는 것은 겨울 가뭄이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물을 보내 달라는 요청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안동댐의 저수율은 30% 남짓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저수율(56%)이나 1977년 댐 준공 이래 30여년간 평균 저수율(49%)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저수율로만 따지면 총 12억t의 물을 담을 수 있는 안동댐에 현재 약 4억t의 물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안동댐의 하루 방류량(166만t)을 고려하면 열흘이면 1천660만t, 100일이면 1억6천600만t이 방류되기 때문에 현재 남은 4억t으로는 250일 정도 밖에 버틸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댐 저수율이 10%, 즉 저수량이 1억t 이하로 줄어들면 사실상 댐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이런 사실까지 고려하면 실제로는 200일도 버티기 어려운 실정이다.
물의 공급 측면을 보면 장기간의 가뭄으로 현재 안동댐에 흘러들어오는 물은 거의 없다. 올여름까지 가뭄이 계속된다는 기상전망도 나와 사실상 방류량을 줄여야 할 처지이다.
하지만 최근 대구 지역 수돗물에서 발암의심물질인 1,4-다이옥산 농도가 높아지자 부랴부랴 긴급 방류를 해야 했다. 지난 15일 50만t을 추가 방류한 데 이어 계속되는 대구시 등의 요구에 못 이겨 23일부터 일주일간 평소 하루 방류량(166만t)의 두 배 가까운 하루 315만t을 흘려보냈다.
물 사정이 좋을 때에는 별문제가 없지만, 요즘처럼 저수율이 낮아 물 한 방울이라도 아쉬운 때엔 엄청나게 많은 양이다. 가뭄이 길어지면 언제 다이옥산 농도가 다시 올라갈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대구시는 물론 안동댐도 좌불안석이다.
◇임하댐 "물 달라는 곳 너무 많아요" = 경북 청송군은 최근 낙동강 상류에서 물 조절을 하는 임하댐에 "먹을 물이 없으니 당분간 하루 770t의 물을 좀 보내달라"는 내용의 협조 공문을 보냈다.
청송군을 비롯해 영덕군, 울진군, 영양군, 봉화군 등 경북 동북부 지역 주민들이 먹을 물조차 없어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임하댐에서 긴급 구조요청을 보낸 것이다.
그러나 임하댐도 사정이 말이 아니다. 낙동강은 물론 도수관을 통해 멀리 영천까지 물을 보내 경북 동부지역의 식수나 농.공업용수를 공급하고 금호강의 하천 유지 기능도 도와야 하는데 댐에 남은 물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임하댐의 현재 저수율은 27%가량으로 1억6천여t의 물 밖에 남아 있지 않다. 하루 48만3천여t의 물을 흘려보내고 있지만 앞으로 방류량을 더 줄여야 할 처지다.
사정이 이런데도 댐 인근 자치단체는 물론 가뭄이 극심한 경북 동부지역에서 시도 때도 없이 `SOS 신호'를 보내오고 있다.
임하댐은 이를 고려해 낙동강 쪽 방류량의 세배가 넘는 하루 37만2천여t의 물을 경북 동부 지역으로 흘려보내고 있지만 다른 지역 사정도 있어서 무한정 늘릴 수만은 없는 처지다.
4월부터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면 농업용수를 위한 방류도 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임하댐 관계자는 "이곳저곳에서 물을 보내달라고 호소하고 있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 마르는 저수지 "산불 나도 불 끌 물 없어" = 지난 16일 경북 영덕군 지품면 야산에서 불이 나 주변 숲 1㏊가량이 소실됐다. 그리 큰 산불도 아니었는데 완전하게 불을 끄는 데 예상보다 2~3시간이 더 걸렸다.
가장 가까운 저수지가 마른 바람에 10여㎞ 더 떨어진 곳에 있는 저수지에서 물을 담아오느라 시간이 그만큼 더 걸린 것이다. 이날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산림청 헬기가 저수지 물을 퍼가지 못하게 제지하는 주민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산림청 헬기를 조종했던 한 직원은 "산불을 꺼야 하는데 저수지 근처 농민들이 `다른 곳으로 가라'는 뜻의 손짓을 보내 정말 난처했다"며 "산불 발생이 많은 봄철이 코 앞인데 정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농민대로 할 말이 있다. 봄 농사철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물이 없으면 큰일이라는 것이다.
안동시 임동면에 사는 한 농민은 "산불을 한 번 끄고 나면 저수지 물은 상당히 줄어든다. 농사철이 코 앞인데 저수지가 말라가는 상황에서 물 인심이 사나워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yongm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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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겨울 가뭄으로 전국 곳곳의 댐과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식수난에 시달리는 주민 수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농.공업용수나 하천유지수는 차치하고 먹을 물마저 부족한 상황이 길어지자 수자원 당국에는 물을 보내달라는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댐들도 물이 부족하긴 마찬가지여서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가뭄이 올봄까지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와 최악의 식수난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안동댐 `노심초사' = "저장된 물은 자꾸 줄어드는 데 쓸 곳은 갈수록 늘어나고 정말 걱정입니다"
안동댐은 영남 지역 1천만 주민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낙동강 물의 흐름을 좌우하는 댐이다. 안동댐의 한숨이 갈수록 커지는 것은 겨울 가뭄이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물을 보내 달라는 요청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안동댐의 저수율은 30% 남짓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저수율(56%)이나 1977년 댐 준공 이래 30여년간 평균 저수율(49%)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저수율로만 따지면 총 12억t의 물을 담을 수 있는 안동댐에 현재 약 4억t의 물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안동댐의 하루 방류량(166만t)을 고려하면 열흘이면 1천660만t, 100일이면 1억6천600만t이 방류되기 때문에 현재 남은 4억t으로는 250일 정도 밖에 버틸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댐 저수율이 10%, 즉 저수량이 1억t 이하로 줄어들면 사실상 댐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이런 사실까지 고려하면 실제로는 200일도 버티기 어려운 실정이다.
물의 공급 측면을 보면 장기간의 가뭄으로 현재 안동댐에 흘러들어오는 물은 거의 없다. 올여름까지 가뭄이 계속된다는 기상전망도 나와 사실상 방류량을 줄여야 할 처지이다.
하지만 최근 대구 지역 수돗물에서 발암의심물질인 1,4-다이옥산 농도가 높아지자 부랴부랴 긴급 방류를 해야 했다. 지난 15일 50만t을 추가 방류한 데 이어 계속되는 대구시 등의 요구에 못 이겨 23일부터 일주일간 평소 하루 방류량(166만t)의 두 배 가까운 하루 315만t을 흘려보냈다.
물 사정이 좋을 때에는 별문제가 없지만, 요즘처럼 저수율이 낮아 물 한 방울이라도 아쉬운 때엔 엄청나게 많은 양이다. 가뭄이 길어지면 언제 다이옥산 농도가 다시 올라갈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대구시는 물론 안동댐도 좌불안석이다.
◇임하댐 "물 달라는 곳 너무 많아요" = 경북 청송군은 최근 낙동강 상류에서 물 조절을 하는 임하댐에 "먹을 물이 없으니 당분간 하루 770t의 물을 좀 보내달라"는 내용의 협조 공문을 보냈다.
청송군을 비롯해 영덕군, 울진군, 영양군, 봉화군 등 경북 동북부 지역 주민들이 먹을 물조차 없어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임하댐에서 긴급 구조요청을 보낸 것이다.
그러나 임하댐도 사정이 말이 아니다. 낙동강은 물론 도수관을 통해 멀리 영천까지 물을 보내 경북 동부지역의 식수나 농.공업용수를 공급하고 금호강의 하천 유지 기능도 도와야 하는데 댐에 남은 물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임하댐의 현재 저수율은 27%가량으로 1억6천여t의 물 밖에 남아 있지 않다. 하루 48만3천여t의 물을 흘려보내고 있지만 앞으로 방류량을 더 줄여야 할 처지다.
사정이 이런데도 댐 인근 자치단체는 물론 가뭄이 극심한 경북 동부지역에서 시도 때도 없이 `SOS 신호'를 보내오고 있다.
임하댐은 이를 고려해 낙동강 쪽 방류량의 세배가 넘는 하루 37만2천여t의 물을 경북 동부 지역으로 흘려보내고 있지만 다른 지역 사정도 있어서 무한정 늘릴 수만은 없는 처지다.
4월부터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면 농업용수를 위한 방류도 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임하댐 관계자는 "이곳저곳에서 물을 보내달라고 호소하고 있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 마르는 저수지 "산불 나도 불 끌 물 없어" = 지난 16일 경북 영덕군 지품면 야산에서 불이 나 주변 숲 1㏊가량이 소실됐다. 그리 큰 산불도 아니었는데 완전하게 불을 끄는 데 예상보다 2~3시간이 더 걸렸다.
가장 가까운 저수지가 마른 바람에 10여㎞ 더 떨어진 곳에 있는 저수지에서 물을 담아오느라 시간이 그만큼 더 걸린 것이다. 이날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산림청 헬기가 저수지 물을 퍼가지 못하게 제지하는 주민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산림청 헬기를 조종했던 한 직원은 "산불을 꺼야 하는데 저수지 근처 농민들이 `다른 곳으로 가라'는 뜻의 손짓을 보내 정말 난처했다"며 "산불 발생이 많은 봄철이 코 앞인데 정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농민대로 할 말이 있다. 봄 농사철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물이 없으면 큰일이라는 것이다.
안동시 임동면에 사는 한 농민은 "산불을 한 번 끄고 나면 저수지 물은 상당히 줄어든다. 농사철이 코 앞인데 저수지가 말라가는 상황에서 물 인심이 사나워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yong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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