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부족 비상> ①"우리도 맘 놓지 못한다" |
<물부족 비상> ①"우리도 맘 놓지 못한다" 산간.도서 `물 기근' 상시 노출..대도시 `맑은 물' 부족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80년 만에 최악'이라는 겨울 가뭄에 시달리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물부족 위기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사실 `경고음'이 울린 것은 오래 전이라고 봐야 한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상황을 방관해 오다 올겨울 격심한 가뭄에 `물 위기'가 현실화됐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아울러 올 겨울 `물 위기'를 계기로 삼아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인 물 관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물 부족은 `현재 진행형' = 지부티.쿠웨이트.싱가포르 등 19개국은 `물 기근 국가', 리비아.이집트.남아프리카공화국.벨기에.한국 등은 `물 부족 국가', 미국.일본.영국 등은 `물 풍요 국가'. 미국의 환경.인구 기관인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에 따르면 전 세계 상당수 국가가 물 기근이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물을 물 쓰듯 하던 `값싼 물' 시대는 끝난 지 오래라는 뜻이다.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은 농.공업용수 등의 급증으로 202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 2025년에는 3명당 2명꼴로 물 때문에 고통받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족한 물을 두고 전쟁이 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의 일간 더 타임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국제 평화운동단체인 `인터내셔널 얼러트'의 댄 스미스 사무총장은 "서아프리카와 갠지스-브라마푸트라강 유역, 페루는 10년 이내에 물 탓에 분쟁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농촌 물 부족' 심각 = 한국이 여름에 장마와 태풍에 시달리는 한편, 겨울이나 봄에 고질적인 가뭄에 시달리는 것은 산과 섬이 많은 지질학적 특징과 관련이 있다. 여름에 내린 비가 어딘가 고여 있다가 천천히 바다로 흘러가지 않고 급하게 빠져나가는 게 문제라는 뜻이다. 정부가 댐을 짓고, 상수도망을 건설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 덕에 도시는 그런대로 `물 부족' 걱정에서 벗어났지만 농촌은 여전히 취약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7년 전국 상수도 보급률은 92.1%에 이르렀지만 면(面) 지역 상수도 보급률은 45.2%에 머물고 있다. 일부 도시는 상수도의 절반 이상이 미가동 상태로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의 광역.지방상수도 시설 용량은 1995년 2천184만t/일에서 2007년 3천127만t/일까지 지속적으로 늘었지만, 상수도시설 평균 가동률은 2007년 53%로 절반을 약간 웃도는데 그쳤다. 대도시 주변에는 댐이나 상수도망을 중복 건설한 탓에 절반 이상이 가동조차 안 되는데 일부 농촌은 조금만 비가 적게 내려도 목이 타들어가는 형편인 것이다. 올겨울에도 한국의 지질학적 특성과 상수도 불균형 현상이 겹치면서 산골과 섬 주민들이 가장 혹독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겨울 예년보다 가장 비가 적게 온 곳은 부산과 경남 지역이지만 정작 겨울 가뭄이 심각한 건 강수량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강원도나 충북, 경상북도 북부 등의 산골과 전라도 등의 섬 지역이다. `강→댐→상수도관'으로 이어지는 상수도 체계가 아직 완비되지 않아 간이상수도나 마을상수도, 우물물을 떠먹는 주민들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당한 것이다. ◇도시는 `깨끗한 물' 부족 = 도시 주민들이라고 해서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도시 상수도는 수량이 줄어들면서 수질이 악화되는 게 문제다. 올겨울 1,4-다이옥산 농도가 올라가면서 수돗물 공급 중단 위기에 몰린 대구가 대표적이다. 낙동강 물을 정수해서 수돗물로 사용하는 이 지역은 1991년 페놀 방류 사태에 이어 2000년대 들어 다이옥산 농도가 환경부 권고치를 넘는 일이 잦아지면서 고질적인 식수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올겨울엔 다이옥산 오염 때문에 수돗물 공급 중단을 검토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 사태가 이쯤되자 낙동강 하류 물을 걸러서 수돗물로 사용하는 부산시는 낙동강 물을 도저히 못 믿겠다며 낙동강 지류인 남강 물을 끌어다 식수원으로 사용하려다가 경남도와 갈등을 빚고 있다. ◇대책 마련 시급 = 겨울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이 문제라고 해도 산골, 섬 주민들과 낙동강 주변 주민들의 고민은 다르다. 원인이 다른 만큼 문제에 대한 처방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강 상류나 지류에 댐을 짓는 것만으로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댐을 지을 필요성이 없는 건 아니다. 연평균 강수량(1천245㎜) 중 이용되는 물이 27%에 불과하다는 현실은 결코 만만히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변덕스러워지는 기상 변화에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대처하려면 환경을 크게 해치지 않는 지역에라도 댐을 지어 물 통제력을 높이는 것도 분명히 한 가지 대안이다. 하지만 산골과 섬 지역의 물 부족은 댐으로 해결할 수 없고, 기존 간이상수도를 더 깊이 파거나 국가 상수도망에 연결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환경부가 2006년부터 추진 중인 급수량 배분 사업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하나의 대책이다. 전문가들은 "정치가들이 산골이나 섬주민들의 고통에 좀 더 눈길을 돌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chungwon@yna.co.kr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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