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부족 비상> ②영남지방 "낙동강물로는.."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9.02.01 06:35
대구.부산 "불안하긴 마찬가지"‥식수확보 `갈등' 조짐
(창원=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부산과 경남에 물이 없는 건 아니다. 낙동강이 영남 전역을 관통하며 흐르고, 남강이나 황강 등 낙동강 지류도 적지 않다.
문제는 대구.경북과 울산까지 포함해 영남 지역 1천만 주민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근 1,4-다이옥산 사태를 비롯해 낙동강의 수질오염 사고가 잇따르자 이 물을 받아먹는 대구.경북지방에 비상이 걸렸다. 또 부산은 영 불안했던 낙동강 하류 물 대신 남강 물을 끌어 쓰려다 경남도와 갈등을 빚는 등 영남 지방 전역이 `물 고민'에 빠졌다.
◇낙동강이 어떻기에 = 강원도에서 발원해 대구.경북과 부산, 경남을 적시며 남해로 흘러가는 낙동강은 1991년 페놀 방류 사건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수질 오염 사고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1999년 이후 지난해까지 낙동강에서 일어난 수질오염 사고는 모두 75건에 이른다. 중상류 주변에 구미공단과 대구공단을 둔 게 근본적 원인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페놀이나 최근의 1,4-다이옥산 사태로 직접 타격을 받은 건 대구 주민들이지만 부산 시민도 불안감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낙동강이 하류로 갈수록 물이 깨끗해지기는커녕 오염이 심해지는 가운데 부산 시민은 낙동강 하류의 표류수를 정수해 생산하는 수돗물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수돗물 원수 중 94%인 하루 247만t을 낙동강에 의존하고 있다.
올겨울엔 비가 적게 오면서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낙동강 유량이 줄어들면 오염물질의 농도가 짙어지기 마련. 평소 갈수기 때마다 수질이 3급으로 떨어지는 낙동강은 올겨울 중상류 왜관 철교 지점에서 환경부 권고치(50㎍/L)를 훌쩍 넘는 다이옥산이 검출되며 상수도 공급 중단 위기까지 몰렸다.
부산시는 1991년 페놀 사건 이후 줄기차게 대체 수원을 확보해달라고 요구해왔다. 낙동강 물은 아무리 정화해도 안심하고 마실 수가 없으니 다른 물을 마시겠다는 소리다. 대구.경북은 물론이고, 부산과 경남이 모두 근본적인 상수도 불신에 빠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산-경남, 남강댐 갈등 = 부산의 줄기찬 요구를 받아들인 정부가 주목한 게 바로 경남 진주시에 있는 남강댐이다. 처음에는 낙동강의 다른 지류인 황강이나 합천댐 물을 끌어다가 부산에 공급하는 계획도 검토했지만 결국 남강으로 눈길을 돌렸다.
국토해양부는 이 댐의 용수 공급 능력을 늘려 1급수를 부산과 중.동부 경남에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으로는 남강댐 운영수위를 현재 41m에서 45m로 올려 용수를 추가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27일 관계자 회의에서는 남강댐 용수 공급능력을 하루 105만t씩 늘려 부산에 100만t, 양산에 5만t을 나눠 주기로 했다가 경남의 반발 여론을 고려해 부산에 65만t, 창원.마산 등 경남도 내 5개 시.군에 42만t을 공급한다는 식으로 계획을 바꿨다.
이런 내용으로 부산과 경남이 모두 동의했다고 판단한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청와대에 2009년 사업계획을 보고하면서 남강댐 물 부산 공급 계획을 공식화했다.
문제는 경남도가 이 같은 계획에 동의하기는커녕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김태호 경남도 지사는 심지어 `남강댐 사업 경남도 동의설'의 근거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담당 국장과 과장을 직위 해제하고 스스로 `감봉 3월'을 자청하는 초강수를 둬가며 정부, 부산시와 맞섰다.
진주시와 사천시도 "국토부 계획대로 하면 남강댐에 담긴 물이 너무 많아져 진주시와 사천시의 침수피해가 더 커지고 사천만 어업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며 반발했다. 반발이 커지자 국토부 권도엽 제1차관이 지난달 30일 관계기관 회의에서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추진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면서 일단 부산-경남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부산, 식수 불안 어떻게 하나 = 부산은 근본적인 식수 불안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경남도와 갈등을 원치 않는다"면서도 "남강댐에 여유가 있으면 부산시민의 안전한 식수원 확보를 위해 취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은 이번 사업이 부산 뿐만 아니라 경남 지역 5개 시.군에도 물을 공급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식수 불안이 여전한 만큼 부산-경남간 갈등의 불씨도 그대로 살아 있다.
특히 4월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적합'으로 나오면 논란과 갈등은 재연될 공산이 크다. 국토부는 가장 심하게 반발하는 사천과 진주 지역을 겨냥해 '항구적인 수해방지 대책'을 명목으로 사업비 지급을 내세우고 있어 구체적인 보상 계획의 규모에 따라서는 경남 도내 새로운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낙동강 주변 식수불안에 대해서는 중앙 정부 내 시각도 부처마다 엇갈린다. 국토부가 남강댐 물 부산 공급 사업을 추진하는 등 식수원으로서 낙동강 하류를 포기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반면, 환경부는 10개년 계획으로 10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낙동강 수질개선 사업을 벌이려고 하는 등 중앙 정부 내 이견 조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b94051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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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부산과 경남에 물이 없는 건 아니다. 낙동강이 영남 전역을 관통하며 흐르고, 남강이나 황강 등 낙동강 지류도 적지 않다.
문제는 대구.경북과 울산까지 포함해 영남 지역 1천만 주민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근 1,4-다이옥산 사태를 비롯해 낙동강의 수질오염 사고가 잇따르자 이 물을 받아먹는 대구.경북지방에 비상이 걸렸다. 또 부산은 영 불안했던 낙동강 하류 물 대신 남강 물을 끌어 쓰려다 경남도와 갈등을 빚는 등 영남 지방 전역이 `물 고민'에 빠졌다.
◇낙동강이 어떻기에 = 강원도에서 발원해 대구.경북과 부산, 경남을 적시며 남해로 흘러가는 낙동강은 1991년 페놀 방류 사건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수질 오염 사고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1999년 이후 지난해까지 낙동강에서 일어난 수질오염 사고는 모두 75건에 이른다. 중상류 주변에 구미공단과 대구공단을 둔 게 근본적 원인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페놀이나 최근의 1,4-다이옥산 사태로 직접 타격을 받은 건 대구 주민들이지만 부산 시민도 불안감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낙동강이 하류로 갈수록 물이 깨끗해지기는커녕 오염이 심해지는 가운데 부산 시민은 낙동강 하류의 표류수를 정수해 생산하는 수돗물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수돗물 원수 중 94%인 하루 247만t을 낙동강에 의존하고 있다.
올겨울엔 비가 적게 오면서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낙동강 유량이 줄어들면 오염물질의 농도가 짙어지기 마련. 평소 갈수기 때마다 수질이 3급으로 떨어지는 낙동강은 올겨울 중상류 왜관 철교 지점에서 환경부 권고치(50㎍/L)를 훌쩍 넘는 다이옥산이 검출되며 상수도 공급 중단 위기까지 몰렸다.
부산시는 1991년 페놀 사건 이후 줄기차게 대체 수원을 확보해달라고 요구해왔다. 낙동강 물은 아무리 정화해도 안심하고 마실 수가 없으니 다른 물을 마시겠다는 소리다. 대구.경북은 물론이고, 부산과 경남이 모두 근본적인 상수도 불신에 빠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산-경남, 남강댐 갈등 = 부산의 줄기찬 요구를 받아들인 정부가 주목한 게 바로 경남 진주시에 있는 남강댐이다. 처음에는 낙동강의 다른 지류인 황강이나 합천댐 물을 끌어다가 부산에 공급하는 계획도 검토했지만 결국 남강으로 눈길을 돌렸다.
국토해양부는 이 댐의 용수 공급 능력을 늘려 1급수를 부산과 중.동부 경남에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으로는 남강댐 운영수위를 현재 41m에서 45m로 올려 용수를 추가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27일 관계자 회의에서는 남강댐 용수 공급능력을 하루 105만t씩 늘려 부산에 100만t, 양산에 5만t을 나눠 주기로 했다가 경남의 반발 여론을 고려해 부산에 65만t, 창원.마산 등 경남도 내 5개 시.군에 42만t을 공급한다는 식으로 계획을 바꿨다.
이런 내용으로 부산과 경남이 모두 동의했다고 판단한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청와대에 2009년 사업계획을 보고하면서 남강댐 물 부산 공급 계획을 공식화했다.
문제는 경남도가 이 같은 계획에 동의하기는커녕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김태호 경남도 지사는 심지어 `남강댐 사업 경남도 동의설'의 근거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담당 국장과 과장을 직위 해제하고 스스로 `감봉 3월'을 자청하는 초강수를 둬가며 정부, 부산시와 맞섰다.
진주시와 사천시도 "국토부 계획대로 하면 남강댐에 담긴 물이 너무 많아져 진주시와 사천시의 침수피해가 더 커지고 사천만 어업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며 반발했다. 반발이 커지자 국토부 권도엽 제1차관이 지난달 30일 관계기관 회의에서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추진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면서 일단 부산-경남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부산, 식수 불안 어떻게 하나 = 부산은 근본적인 식수 불안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경남도와 갈등을 원치 않는다"면서도 "남강댐에 여유가 있으면 부산시민의 안전한 식수원 확보를 위해 취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은 이번 사업이 부산 뿐만 아니라 경남 지역 5개 시.군에도 물을 공급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식수 불안이 여전한 만큼 부산-경남간 갈등의 불씨도 그대로 살아 있다.
특히 4월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적합'으로 나오면 논란과 갈등은 재연될 공산이 크다. 국토부는 가장 심하게 반발하는 사천과 진주 지역을 겨냥해 '항구적인 수해방지 대책'을 명목으로 사업비 지급을 내세우고 있어 구체적인 보상 계획의 규모에 따라서는 경남 도내 새로운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낙동강 주변 식수불안에 대해서는 중앙 정부 내 시각도 부처마다 엇갈린다. 국토부가 남강댐 물 부산 공급 사업을 추진하는 등 식수원으로서 낙동강 하류를 포기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반면, 환경부는 10개년 계획으로 10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낙동강 수질개선 사업을 벌이려고 하는 등 중앙 정부 내 이견 조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b94051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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