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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海賊) 우습게 보다 큰코다친다

화이트보스 2009. 2. 2. 18:49

해적(海賊) 우습게 보다 큰코다친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약 9년 전인 2000년 10월 12일 오전 11시18분 예멘의 아덴항에 정박 중이던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 콜(Cole)호에 정체불명의 소형 보트 한 척이 돌진해왔다. 폭발물을 가득 실은 이 보트는 콜호의 선체 옆 부분에 충돌, 폭발했다. 보트에 의한 자살폭탄 테러였다.

테러 결과는 참담했다. 17명의 승무원이 숨졌고 37명이 부상했다. 선체에는 가로 12m, 세로 18m의 큰 구멍이 뚫렸다. 당시 콜호는 실전 배치된 지 4년밖에 안 된 미 해군의 최신예 8000t급 이지스 구축함이었다. 반경 500㎞ 이내의 항공기나 선박 등 900여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탐지·추적하는 '천리안'을 가졌다는 첨단 함정이 원시적인 보트의 자살 공격에 당한 것이다. 그 뒤 미 해군은 가까운 거리에서 적이 공격할 때 막을 수 있는 기관총 및 기관포의 숫자와 종류를 늘려 함정에 장착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엔 단시간에 많은 기관총탄을 쏠 수 있는 미니건(minigun)을 함정에 다는 경우가 늘어났다.

지난달 20일 정부는 해군 함정을 소말리아 해역에 파견하는 동의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25일엔 국방부외교부·합참·해군 등 정부와 군 관계자 10여명으로 구성된 현지 협조단을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파견하는 등 파병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몇년 전부터 각국 선박을 잇달아 납치해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소말리아 해적은 겉보기엔 보잘것없는 존재 같을 수도 있다. 해적들이 탄 모선(母船)은 40~50t 규모에 불과하고 해적들은 보통 2~3척의 소형 보트를 타고 공격한다. 무장은 AK-47 등 각종 소총과 RPG-7 로켓추진 유탄발사기 등이 고작이다.

반면 우리 해군이 파견할 5000t급 한국형 구축함의 무장은 막강하다. 150여㎞ 떨어져 있는 적 함정을 격침할 수 있는 국산 함대함미사일 '해성(海星)'과 사정거리 100㎞가 훨씬 넘는 스탠더드 SM-2 함대공미사일, 36㎞ 떨어진 함정을 공격할 수 있는 구경 127㎜ 함포, 구경 30㎜ '골키퍼' 근접방공시스템(CIWS) 등을 갖추고 있다. 적 잠수함이나 함정을 잡는 링스 헬기도 탑재한다.

문제는 막상 소말리아 해적들의 기습을 막는 데 유용한 무기는 적다는 점이다. 한국형 구축함에는 K-3, K-6 기관총 등을 갖추고 있으나 숫자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구경 20~25㎜ 기관포 등 보다 강력한 화력을 가진 기관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해적 소탕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특수부대원들의 장비 개선과 헬기 보강 문제도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프랑스도 특수부대를 투입해 해적을 제압하고 인질을 구출했다. 우리 군당국도 최정예 해군 특수부대인 UDT/SEAL을 구축함에 태워 파견할 계획이다. 특수부대원들이 타고 이동할 고속단정과 소탕작전을 벌이는 특수부대원, 구축함과의 통신 시스템 구축, 현재 보유 중인 것보다 우수한 기관단총 및 저격용 소총 등이 필요하다.

한국형 구축함에 탑재되는 링스 헬기는 많은 특수부대원들을 태우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미군 등 다른 나라 중대형 헬기의 지원을 받는 방안에 대한 검토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해군 함정의 소말리아 파견은 우리 파병 사상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국민적 기대도 그만큼 크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지 않도록 만반의 채비를 갖춰야 할 것이다.